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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율곡 이이 산중사영(栗谷 李珥 山中四詠) 율곡선생전서1권(栗谷先生全書卷之一)에 실려있는 시(詩) 산중사영(山中四詠)을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율곡선생에 대하여는 앞서 여러 번 소개하였기에 생략하겠다. 산중사영(山中四詠 : 산중에서 네 수를 읊다) 風(풍) 樹影初濃夏日遲(수영초농하일지) 나무 그늘이 처음 짙어지고 여름 해는 더디기만 한데 晚風生自拂雲枝(만풍생자불운지) 구름을 찌르는듯한 나뭇가지에선 늦바람이 이네 幽人睡罷披襟起(유인수파피금기) 은자가 잠이 깨어 옷을 걸치고 일어나니 徹骨淸涼只自知(철골청량지자지) 뼛속 깊이 스며드는 청량함을 혼자서만 안다네. 월(月) 萬里無雲一碧天(만리무운일벽천) 만리에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廣寒宮出翠微巓(광한궁출취미전) 어스름한 산 마루에 달이 솟아나네. 世人只見盈還缺(세인지견영환결) 세상 사람들은 달이 .. 더보기
혜환재 이용휴 방산가(惠寰齋 李用休 訪山家) 조석으로 부는 바람에 한기가 스며는 가을의 정점이다. 들녘은 가을걷이에 한창이고 출근길 주변에는 무서리(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가 내려서인지 시들어 가는 잎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 가을은 단풍이 곱게 물들기 전에 된서리가 미리 내려서 그리 곱지 않았는데 올해 단풍은 기대해 볼만 할 것 같다. 초록이 우거진 봄에 찾았던 대둔산 단풍은 10월 말 11월 초가 절정이라니 조만간 찾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 보리라.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혜환재 이용휴(惠寰齋 李用休)의 시 방산가는 석류꽃 피는 어느 5월에 벗이 있는 산골 집을 방문하면서 지은 시로 음미해 볼수록 많은 여운이 남는다. 심산유거(深山幽居)하는 벗이 있어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다면 이 또한 인생의 행복함이 아니겠는가? 방산가(訪山家 : 산골 집을 방문하.. 더보기
포은 정몽주 호중관어 2수(圃隱 鄭夢周 湖中觀魚 2首) 포은(圃隱) 선생의 호중관어(湖中觀魚) 시는 중용(中庸)과 장자(莊子)의 내용을 빌어 자신의 학문적 경험에서 오는 인식의 차이와 태도를 보인 것으로 첫 수에는 중용의 말을 실제 천지만물의 활발한 생기 속에서 실질적 체험과 체득을 통해 느낀 바를 나타냈으며, 두번째 시는 장자(莊子)와 혜자(惠子)가 서로 논쟁한 인식의 차이를 거론한 것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적 요소들을 담고 있는데 포은 선생의 학문적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포은은 많은 시간을 객지에서 보내게 되는데 객지에서의 애환과 회포를 노래한 시들이 많은데 차제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장자는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송나라 출신으로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인물로 맹자(孟子)와 동시.. 더보기
허혼 조추 3수(許渾 早秋 3首) 도심의 출근길은 빌딩 숲과 간간히 동일 수종의 가로수를 맞이하는데 도심 밖의 풍경은 출근길을 즐겁게 하며, 황금물결 넘치는 논과 주변의 숲은 어느덧 초가을의 풍경이 펼쳐지고 눈으로 보는 사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어 객지에서 보내는 일상에 큰 위안이 된다. 몇 일전 타계한 산남 김동길(山南 金東吉 1928~2022) 교수의 88세 때 생전 강의 내용(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 세계사를 통해 본 한국인)에 세월의 흐름을 인생에 빗대어 봄 여름은 여유롭게 가지만 가을부터는 겨울은 빠르게 지나가고 인생의 가을에 해당되는 4,5~60대의 시간은 40은 한 살, 한살이 총알처럼 지나가고 50에서 60은 55세를 헤아리지만 이후의 시간은 7,8,90이 순간처럼 흘러감을 실감 있게 말씀하신 육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 더보기
고운 최치원 증희랑화상 6수(孤雲 崔致遠 贈希朗和尙 6首) 한로(寒露)가 지난 지 몇 일되지 않았는데 조석으로 초겨울의 날씨처럼 차갑다. 기온이 4℃로 내려가면 산간지방에는 서리가 내린다. 원래 서리는 이슬이 내리고 나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이슬이 얼어서 서리가 된다. 서리가 내리면 대부분의 식물은 냉해를 입게 되는데 내한성이 강한 몇 종의 농작물 외에는 서리 내리기 전 수확을 해야 한다. 내가 가꾸고 있는 텃밭도 배추, 무, 당근만 남겨놓고 수확을 거의 마친 상태다. 수확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올 농사는 집중호우로 인한 파농(破農)이나 다름없다. 서울 대모산 기슭에 올해 가꾼 텃밭의 풍경을 앞서 사진과 함께 실어봤다. 이번에 살펴볼 내용은 고운 최치원이 천령군(天嶺郡 : 지금의 경남 함양군) 태수로 있을 때 당시 존망받던 고승(高僧)인 희랑화상에게 쓴 절.. 더보기
익재 이제현 소상팔경 시(益齋 李齊賢 瀟湘八景 詩) 일요일 11시에 방영하는 진품명품 시간은 우리 고미술품의 진가를 확인하는 국내 유일의 고미술 감정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이 높다. 이를 통해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옛 것에 대한 안목을 키워 조상이 남긴 유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미술품의 주제로 자주 소개되는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주로 8폭 병풍으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회화의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내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회화(繪畵)는 중국 후난성(湖南省)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류하는 곳의 경치를 여덟 폭으로 그린 산수화를 말하는데 소수와 상수는 중국 후난성 동정호(洞庭湖)의 남쪽 영릉(零陵) 부근으로,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 더보기
남해 금산 보리암(南海 錦山 菩提庵)과 범종각(梵鐘閣) 젊은 시절 야간산행 중 새벽녘에 은은히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문득 청구효종성(靑丘曉鐘聲 :  푸른 언덕에 새벽종소리)란 단어를 만들어 떠올린 기억이 있다. 아마도 그리 멀지 않은 사찰에서 울려 퍼지는 조례종성(朝禮鐘聲)이었으리라.며칠 전 큰 누님의 칠순을 맞아 형제들과 함께 거제도에서 일박하며 거제 해금강(巨濟 海金剛),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노자산(老子山), 남해 금산 보리암(南海 錦山 菩提庵)을 다녀왔다.여행 중 촬영한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으며, 범종에 대한 의미와 종신(鐘身)에 부조(浮彫)된 글자에 대한 궁금증을 살펴보고자 한다. 거제 해금강 풍경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거제 노자산(557m)에서 바라본 풍경 남해 금산 보리암(南海 錦山 菩提庵)금산 보리암은 남해면 상주면 상.. 더보기
오음 윤두수 시 몇 수(梧陰 尹斗壽 詩 몇 首) 오음 윤두수(梧陰 尹斗壽)는 조선 중기 대표적 문신이다. 강직한 성품 때문에 몇 번 정치적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임진(壬辰), 정유(丁酉) 양란(兩亂) 당시 등용되어 국가를 보전하는 크게 힘쓴 인물로 해평윤씨(海平尹氏)의 자랑이기도 한 오음에 대하여 계곡집(谿谷集)권 9에는 풍모가 당당하고 꾸밈이 없었으며, 성품이 대범하고 솔직하였으며, 도량이 큰 인물이었다고 하였으며, 윤두수신도비명(尹斗壽神道碑銘)에는 그는 성품이 소탈하여 평생 옷 입는 것을 자기 분수에 맞게 입었을 뿐이고, 사치와 검소에 대하여 별로 개의하지 않았다.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좋은 경치를 만나면, 술 한 병을 꺼내어 산이나 들에서 나는 나물을 뜯어서 안주로 삼아 그 자리에서 한 잔을 하면서 자연의 풍광을 즉석에서 즐겼다. 타고난 국.. 더보기
당 시인 기무잠 과융상인난야(唐 詩人 綦毋潜 過融上人蘭若) 가끔 한시를 접하다 보면 난야(蘭若)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나온다. 단순 절 또는 암자로만 알고 있기에 듣기에 거부감이 없고 뭔가 의미 있는 요소가 담겨 있을 것 같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난야(蘭若 )는 금강경(金剛經)제9분 일상무상분(一相無相分)의 끝부분에 나오는 용어인 산스크리트어 āranya로 '아란야(阿蘭若)'는 난야(蘭若)라 적고 산중(山中)또는 들판(野)이라는 뜻이며, 촌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스님들이 머물며 수행하기 적당한 조용한 곳을 의미한다. 그래서 원리처(遠離處), 적정처(寂靜處), 공한처(空閑處), 무쟁처(無諍處), 를 난야(蘭若)라고 번역되고 있다. 출가한 수행자가 머무는 곳을 통칭하는 말이며, 절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수행자들이 수행하기 적당한 곳으로는 인가(人家)와 너무.. 더보기
송당 박영 도학시 4수(松堂 朴英 道學詩 4首) 박장원(철학박사, 교수)의 「松堂 朴英의 道學的 特徵과 松堂學派에 관한 硏究」, 대구한의대학교 박사논문과 “문헌에서 발견되는 松堂朴英의 학행에 대한 고찰”에서 인용한 내용으로 송당선생은 문무를 겸비하였을 뿐만 아니라 도학과 의술에도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의술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실려 있어 그 내용 또한 살펴보고자 한다. 경북 구미 선산의 명경당 비에 실려있는 도학시를 주제(空과 功 : 허상과 실상)로 성리학(性理學)을 두루 섭렵(涉獵)한 도학자(道學者)만이 나눌 수 있는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1537년(중종 32)에 송당의 제자 박운(朴雲, 1493~1562)이 경상도 선산 해평현 고리실 자신의 집에 ‘수지명경(止水明鏡)에서 뜻을 취하여 명경당(明鏡堂)을 지었다. 이를 기념하여 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