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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송 진종 권학시(宋 眞宗 勸學詩) 오래전 고3 입시생을 둔 가정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입시생 책상 앞에 “1시간을 더 공부하면 미인을 얻고 멋진 인생을 꿈꿀 수 있다.”라고 쓴 문구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이 격언의 출처가 송나라 황제 진종의 권학시에서 유래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담임선생이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알려 주었으리라. 권학시(勸學詩)로 유명한 송나라 3대 황제 진종(眞宗 968 ~1022)의 초명은 덕창(德昌), 나중에 원휴(元休), 원간(元侃)으로 바꿨다가 후에 또다시 항(恒)으로 개명하였다. 송 태종(宋 太宗)의 아들이며, 송태조와 송태종 때의 창업(創業), 통일에 이어서 아들 인종(仁宗)과 함께 북송의 국가 발전기, 전성기로 이어지는 시기의 황제이다. 그가 남긴 권학시를.. 더보기
당 시인 이상은 시 3수 조기, 천애, 억매(唐 詩人 李商隱 早起, 天涯, 憶梅) 보잘것없는 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이 글에 관심이 있어 운필의 묘에 대하여 궁금한 점이 있어 답글을 남긴 바 있다. 졸필이지만 어려서부터 그때마다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법첩(法帖)을 구해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하였는데 이순(耳順)을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그 열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때로는 왕희지(王羲之),구양순(歐陽詢), 안진경(顔眞卿), 저수량(褚遂良), 황정견(黃庭堅), 유공권(柳公權), 소식(蘇軾), 미불(米芾), 회소(懷素), 손과정(孫過庭), 등완백(鄧頑伯) 뿐만 아니라 국내 안평대군(安平大君), 추사(秋史), 한석봉(韓石峯)에서 근대 유명 서예가가 남긴 유묵을 토대로 한동안 심취하곤 했는데 당시만 해도 화선지가 귀하다 보니 주로 신문지에 연습을 하곤 했다. 지금은 주로 송지(松紙)를 사용.. 더보기
당 시인 이상은 화하취(唐 詩人 李商隱 花下醉) 주말농장 텃밭 중앙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수령도 제법 되어 매년 4월 초순이 되면 만개한 매화나무 아래서 막걸리 한잔 하는 호사를 누리곤 한다. 다가올 그때가 되면 생각나는 시가 당(唐)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하화취(花下醉)이다. 이 시는 꽃에 대한 매혹적인 매혹적인 요소를 담아낸 명시로 모든 내용이 꽃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꽃에 대한 시인의 강한 사랑을 듬뿍 담아낸 시로 화창한 봄날 신선이 마신다는 유하주(流霞酒)를 마시며 꽃을 찾아 다니다 스스로 술에 취해 꽃나무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가 석양이 지고 밤이 되어 깨어보니 홍촉을 밝혀 다시 남은 꽃을 감상한다는 내용으로 춘경화(春景畵)의 화재(畵材)로도 손색이 없는 시를 작년에 촬영한 사진과 함께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화하취(花下醉 : 꽃.. 더보기
만당 시인 이상은 시 3수(晩唐 詩人 李商隱 詩 無題 2首, 春雨) 벌써 2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조석으로 제법 쌀쌀하지만 사방이 봄기운으로 가득 차 동내입구 양지바른 매화나무에는 하얀 봉오리가 맺혀 금방이라 도 터질 것 같아 자주 살펴보게 된다. 이번 주말 울산에 내려가면 만개한 홍매 향기를 맡으며 살펴보는 즐거움에 푹 빠질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해가 조금 씩 길어지는 것은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면서 자전축이 23.5도 틀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밤이 짧아지고 낮은 약 2분씩 길어지면 얼었던 대지는 태양빛을 받으며 땅속에 씨앗들은 기지개를 켜며 서서히 싹을 틔울 것이다. 이른 봄에 피는 대표적인 야생화인 복수초, 노루귀, 봄까치꽃을 접할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할 한시는 만당(晩唐)을 대표하는 대표적 시인인 이상은(李商隱)의 시 3수를 소.. 더보기
유우석 죽지사(劉禹錫 竹枝詞) 들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상큼하고 따뜻하다. 이런 날 김기웅 작사, 박인희 노래 “봄이 오는 길”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산 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 넘어 고향 논밭에도 온다네. . . . 앞서 정월대보름을 맞아 조수삼(趙秀三)의 상원죽지사(上元竹枝詞) 세시풍속(歲時風俗) 5수를 소개한 바 있는데 죽지사(竹枝詞)는 넓은 의미로 악부시(樂府詩)에 포함된다. 악부(樂府)는 민가(民歌)로부터 발전한 중국의 시가 형식을 가리키며, 한국의 민요와 시가를 한시화한 소악부를 모방해서 지은 시와 역사·풍속·민간의 풍정을 묘사한 시 등을 총칭하여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죽지사가 도입된 이래 약 1000여수에 이르는 시가(詩歌)가 전해질 정도로 문인들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죽지(竹枝.. 더보기
정월 대보름 관련 한시. 추재 조수삼 상원죽지사 세시풍속 5수(秋齋 趙秀三 上元竹枝詞 歲時風俗 5首 紙鳶, 聽鐘, 踏橋, 石戰, 讓金洪李) 세시풍속(歲時風俗)이란 일 년을 주기로 하여,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해마다 같은 시기에 반복해서 전승해 왔던 의례나 풍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세시의례(歲時儀禮)라고도 한다. 전통사회에 있어 우리 민족은 농경을 주 생업으로 하고 있었기에 우리의 세시풍속은 대다수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형성된 것이 많다. 대표적인 행사인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을 상원(上元)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전국 곳곳에서는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겼다. 대표적인 행사로 마을 제사 지내기, 달맞이 소원 빌기, 더위팔기, 다리밟기,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줄다리기 등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보름달을 신비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숭배하였다. 특히 그 해의 첫 번째 만월(滿月)이 되는 대보름에는 일 년의 운수를.. 더보기
학산 허균 시 입춘, 서춘첩(鶴山 許筠 詩 立春, 書春帖) 내일은 24 절기 중 긴 겨울의 문턱을 넘어 봄으로 들어서는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새해의 첫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의례(農耕儀禮)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입춘이 되면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각 가정에서는 기복적인 행사로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門楔柱 : 문짝을 끼워달기 위하여 문의 양쪽에 세운 기둥)에 붙인다. 입춘축을 달리 춘축(春祝)·입춘서(立春書)·입춘방(立春榜)·춘방(春榜)이라고도 하는데 “입춘방 문구” 등은 8년 전 이 블로그에서 상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 허균(許筠)이 46세 되던 해 반년을 북경에서 보내며 입춘을 맞이해 지은 시 입춘(立春)과 서춘첩(書春帖)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천재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학산 허균((鶴山 許筠)이 .. 더보기
북창 정렴 봉은사(北窓 鄭磏 奉恩寺) 서울 강남에 위치하고 있는 봉은사(奉恩寺)는 신라시대의 고승 연회국사(緣會國師)가 794년(원성왕 10)에 견성사(見性寺)란 이름으로 창건(創建)하였다고 한다. 서울 봉은사 판전(板殿)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죽기 사흘 전에 쓴 ‘판전’이란 편액이 걸린 곳으로 유명하다. 500여 년 전 봉은사의 모습은 지금과 달리 한양에서 한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반나절이나 가야 도달할 조용한 산사였을 것이다. 조선 3대 기인(奇人)인 북창 정렴(北窓 鄭磏)이 해질 무렵 봉은사의 풍경을 오언절구로 표현했는데 작금에서 오는 느낌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된 모습이 확연하다. 그 당시의 시절로 돌아가 안갯속에 잠긴 봉은사를 상상하며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잠시 다녀오는 것 또한 묘한 감회가 있으리라. 봉은사(奉.. 더보기
노봉 김극기 전가사시 중 봄(老峰 金克己 田家四時 中 春) 입춘을 며칠 앞둔 포근한 날씨다. 설날 울산에는 이미 홍매가 몇 송이 피워 옅은 향기를 품고 있었는데 연휴 후 불어닥친 한파로 결실도 못하고 시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아쉽지만 자연의 섭리라 어쩔 수 없다. 적기에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것 또한 운이 따라줘야 하지만 올해는 접어두고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앞서 노봉 김극기의 전가사시 중 겨울을 소개한 바 있는데 곧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하게 된다. 시에서 연상되는 시기는 4월 중순 봄이 절정에 이를 때 소싯적 추억이 아련하게 그려지는 농촌의 풍경을 멋지게 표현한 시를 자서와 함께 설날 사진에 담은 홍매를 올려 보았다. 춘(春) 草箔遊魚躍(초박유어약) 풀통발엔 물고기들 뛰어 놀고 楊堤候鳥翔(양제후조상) 버들 둑에 철새들 날아오네 耕臯菖葉秀(경고창엽수.. 더보기
잠삼 시 춘몽(岑參 詩 春夢) 국어시간에 한 번쯤 외었던 신석정(辛夕汀) 시인의 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히 생각나는 계절이다. 모두 봄을 기다리며 서로를 의지한 채 감내해야 할 시간이리라.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성당시대 변새시인 잠삼(岑參)의 춘몽(春夢)이다. 시는 봄꿈을 깔끔하게 그린 명작(名作)으로 고향을 멀리 떠나 있는 남편이 고향집과 아내를 그리워하며 먼 변새(邊塞)에서 지은이 자신의 마음을 그린 것으로 지금까지 널리 애송되는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춘몽(春夢 : 봄날의 꿈) 洞房昨夜春風起(동방작야춘풍기) 어젯밤 방안에 봄바람 일더니 遙憶美人湘江水(요억미인상강수) 멀리 *상강의 임 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