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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남해 금산 보리암(南海 錦山 菩提庵)과 범종각(梵鐘閣)

젊은 시절 야간산행 중 새벽녘에 은은히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문득 청구효종성(靑丘曉鐘聲 :  푸른 언덕에 새벽종소리)란 단어를 만들어 떠올린 기억이 있다. 아마도 그리 멀지 않은 사찰에서 울려 퍼지는 조례종성(朝禮鐘聲)이었으리라.

며칠 전 큰 누님의 칠순을 맞아 형제들과 함께 거제도에서 일박하며 거제 해금강(巨濟 海金剛),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노자산(老子山), 남해 금산 보리암(南海 錦山 菩提庵)을 다녀왔다.

여행 중 촬영한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으며, 범종에 대한 의미와 종신(鐘身)에 부조(浮彫)된 글자에 대한 궁금증을 살펴보고자 한다.

 

거제 해금강 풍경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갈도(葛島, 칡섬). 1971년에 대한민국 명승 제2호로 지정되었으며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있다. 해금강은 엄밀히 말하면 정식 명칭이라기보단 별명인데, 어원은 그 모습이 바다의 금강산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정식 명칭인 갈도보다는 해금강이라 훨씬 많이 불리고 있다. 섬 뒷모습 풍경이 더욱 가경이다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학동(鶴洞)흑진주몽동해변의 면적은 3만㎢, 길이는 1.2km, 폭은 50m로, 거제도 남쪽에 있다. 잘 다듬어진 곱고 작은 몽돌이 깔린 해변이 해수욕장으로 활용되며 학동해수욕장이라고도 한다. 해안가의 잔돌위를 넘나드는 파도소리가 아름답다하여 우리나라 자연의 소리 100선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여 가족피서지로 적합하다.

 

거제 노자산(557m)에서 바라본 풍경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는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정상을 연결하는 1.56km 구간의 케이블카. 상부전망대에서는 노자산과 다도해 전경을 경계 없이 360도로 접하실 수 있으며 케이블가 타는 시간은 약 10여분정도 걸린다
노자산 마늘바위
무한 섬들로 이루어진 다도해의 풍경
우측 노자산 정상

 

남해 금산 보리암(南海 錦山 菩提庵)

금산 보리암은 남해면 상주면 상주리 금산 남쪽 봉우리 해발고도 681m 절벽 위에 자리한 절로써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상계사(雙磎寺)의 말사(末寺)이며 683년(신문왕 3년) 원효(元曉)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천견(天見)한 뒤에 산의 보광산(普光山)이라 하고 절의 이름도 보광사(普光寺)라 지었다고 한다. 보광사는 이후 조선 현종 때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준다(菩提)’는 뜻으로 보리암(菩提庵)으로 바뀌었다.

보리암은 우리나라 전국 3대 기도처(祈禱處)이자 관음도량(觀音道場)이다. 낙산사 홍련암(洛山寺 紅蓮庵)과 강화도 보문사(江華島 普門寺)와 함께 남해 금산 보리암(南海 錦山 菩提庵)은 살아있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사찰이다.

보리암에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도선바위(좌측)
해수관세음보살상(海水觀世音菩薩像) 보리암에서 가장 기(氣)가 강한 곳으로 알려진 해수관세음보살상은 1991년 한 기업가의 원력으로 세워졌다. 당시 지형적 영향으로 육로로 운반 할 수 없었던 해수관세음보살상은 헬기를 이용하여 탑대에 안치했다. 좌대는 연꽃문양으로 하좌대와 상좌대로 이루어져 서로 마주 보게 포개져 있다. 왼손에는 보병(寶甁)을 들고 오른손은 손바닥을 밖으로 향한 채 가슴에 두었다. 의습(衣褶 : 옷의 주름)은 양어깨를 감싸고 각각의 팔을 휘감으며 아래로 흘러 내렸으며, 흘러내린 옷깃은 그 끝이 살짝 들려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형상이다. 한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참배하고 가는 이 해수관세음보살상은 보리암의 제1명소로 알려져 있다.
보리암3층석탑은 가야 김수로왕비 허태후가 인도에서 돌아올때 풍파를 만나 건너 오지를 못 하는 중 파사석(婆娑石 : 인도에만 있는 석재)을 싣고 무사히 건너왔다고 한다. 이 석탑은 원래 김해시 구지봉 산아래에 있는 호계사에 봉안되어 있던것을 그후 원효대사가 다시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1974년 2월 16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 74호로 지정되었다.

 

범종각 원음종(圓音鐘 : 두루 퍼지는 종소리)   - 경봉(鏡峰)스님

南海錦山無限景(남해금산무한경) 남해의 금산이라 더없이 좋은 경치

天邊雲外此鐘聲(천변운외차종성) 하늘가 구름 밖으로 이 종소리 울려 퍼져라

森羅萬象非他物(삼라만상비타물) 삼라만상 모든 것이 다르지 않으니

一念不生猶未明(일념불생유미명) 한 생각 못 깨우치면 그대로 어둠이라네

 

보리암 범종각 범종(梵鐘)에 새겨진 문구는 경봉 청석스님(鏡峰 晴錫. 1892~1982)의 원음종(圓音鐘)이란 선시다. 범종의 제작시기는 추측컨대 1960년대 중수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보광전(普光展), 간성각(看星閣) 현판도 경봉스님의 글씨다. 스님의 행장(行狀)은 앞서 경봉대선사 게송에서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범종(梵鐘)

규모가 있는 사찰에는 범종각(梵鐘閣) 또는 범종루(梵鐘樓)가 있는데 범종(梵鐘)은 절에서 아침,저녁예불을 할 때 사용하는 사물(四物) 중의 하나다.

의식이나 행사 때 또는 대중(大衆)을 모이게 하거나 때를 알리기 위해서 치는 것으로 범(梵)이란 하늘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하늘은 우주만물 또는 진리란 뜻으로 진리의 소리 우주의 소리 바로 그런 자연의 소리를 내는 것이 범종이다.

 

불교에서 범종은 모든 중생이 이 종소리를 듣는 순간 번뇌는 사라지고 지혜는 생겨나 중생의 욕망이 가득 찬 이 사바세계인 지옥과 같은 악도(惡道)를 벗어나게 되므로 지옥중생까지 제도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사명이 있으며, 종을 치면서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진리)을 범패(梵唄)의 소리로 듣게 함으로써, 지하의 모든 지옥 중생에게까지 들려주어서 그 고통을 벗어나게 하고 위로는 하늘에 있는 사람들에게 까지도 기쁨을 더해주기 위해 친다고 한다.

 

범종은 아침저녁(조석)에 예불을 할 때 울리며, 범종을 칠 때 함께 게송(偈頌)을 외우는데

아침과 저녁의 게송(偈頌)을 살펴보면….

 

조례종송(朝禮鐘頌 : 새벽예불에 종을 치며 읊는 게송)

願此鐘聲遍法界(원차종성변법계)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널리 퍼져서

鐵圍幽暗悉皆明(철위유암실개명) *철위산 아래 어두운 지옥을 다 밝혀주고

三途離苦破刀山(삼도이고파도산) 지옥 아귀 축생의 삼도(三途)의 고통을 벗어나고 칼산 지옥의 고통도 부수어서  

一切衆生成正覺(일체중생성정각)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이루게 하소서.

*철위산(鐵圍山 : 불교의 세계관에서, 세계의 가장 끝에 있는 산으로 철륜위산(鐵輪圍山) 또는 금강산(金剛山)·금강 위산(金剛圍山)이라고도 한다. 불교 세계관에 따르면, 세상의 한가운데에는 수미산(須彌山)이 있고, 9개의 산과 8개의 바다가 이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다. 이를 구산팔해(九山八海)라 하는데, 이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산을 이르는 말이다. 이 산은 철분이 많아서 햇빛을 받으면 붉게 보인다고 한다. 산 바깥쪽은 우주의 끝으로 어둡고 캄캄하며 무서운 암흑이 펼쳐진다. 미륵보살이 아난과 함께 이 산에서 대승경전(大乘經典)을 결집했다고 한다.)

 

새벽종송(鐘頌)

願此鐘聲遍法界(원차종성변법계)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널리 퍼져서

合掌歸依入道場(합장귀의입도량) 두 손 모아 귀의하며 도량에 들어가니

願我一念何處在(원아일념하처재) 원컨데 나의 한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

端坐默言良久處(단좌묵언양구처) 말없이 단정히 앉아 오래 있을 곳이네

 

석례종송(夕禮鐘頌 : 저녁예불에 종을 치며 읊는 게송)

聞種聲煩惱斷(문종성번뇌단) 종소리를 들으면 모든 번뇌가 끊어지고

智慧長菩提生(지혜장보리생) 지혜는 늘어나 보리(菩提)가 이루어지리라

離地獄出三界(리지옥출삼계) 지옥을 벗어나며 삼계(三界)의 고통을 떠나서

願成佛度衆生(원성불도중생) 원컨대 성불하여 중생을 모두 제도하소서.

 

범종(梵鐘), 법고(法鼓), 운판(雲板), 목어(木魚)를 사물이라고 하는데 사물(四物)을 다루는 데는 아침과 저녁이 각각 다르다.

아침에는 운판을 치고 목어를 올리고, 법고(북)를 올린 다음, 범종을 28번 치며, 저녁에는 범종을 먼저 33번 치고 , 법고(북)를 올리고 목어를 친 다음 운판을 맨 끝에 친 후 범종을 33번 친다고 한다.

범종(梵鐘)은 지옥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며,  북(法鼓)은 축생(畜生)들이 듣고 해탈하라는 염원에서,  운판(雲板)은 허공을 날아다니는 조류(鳥類)들을 위하여, 목어(木魚,木鐸)는 물속에 사는 어류(魚類)들이 이 소리를 듣고 해탈을 하기를 바라는 염원(念願)이 담겨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