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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포은 정몽주 호중관어 2수(圃隱 鄭夢周 湖中觀魚 2首)

포은(圃隱) 선생의 호중관어(湖中觀魚) 시는 중용(中庸)과 장자(莊子)의 내용을 빌어 자신의 학문적 경험에서 오는 인식의 차이와 태도를 보인 것으로 첫 수에는 중용의 말을 실제 천지만물의 활발한 생기 속에서 실질적 체험과 체득을 통해 느낀 바를 나타냈으며,
두번째 시는 장자(莊子)와 혜자(惠子)가 서로 논쟁한 인식의 차이를 거론한 것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적 요소들을 담고 있는데 포은 선생의 학문적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포은은 많은 시간을 객지에서 보내게 되는데 객지에서의 애환과 회포를 노래한 시들이 많은데 차제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장자는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송나라 출신으로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인물로 맹자(孟子)와 동시대에 살았다. 한 때 말단관직에 있었으나 평생 가난하게 지냈으며 그의 사상은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보는 자의 관점에서 나오는 것으로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즉 내가 물고기가 아니고 물고기가 내가 아니듯 두 개체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준은 자신만의 주관적 견해로 판단하는 관점은 타인이 생각하는 관점과는 큰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상대적인 인식의 요소들을 함께 토론하고 살펴 봄으로서 객관적이고 체험에서 오는 판단의 기준을 중시하고자 하는 요소로 집약된다.
즉 무용지용(無用之用 :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쓸모가 있음), 무용지물(無用之物)인 것처럼 모두가 생각하는 진리 그 반대쪽에 또 다른 진리가 있다는 것이 도가(道家)의 핵심 요소이다.

 

글은 마음이 손을 통해 붓끝으로 전달되어 절절히 가해지는 힘으로 먹물에 적신 모필이 화선지와 만나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것인데 이 글씨에 사용되는 붓은 모필에 힘이 없고 갈라지기 쉬은 재질이지만 나름 운필의 묘를 살려 자서해 보았다.

호중관어(湖中觀魚 : 호수에 물고기를 보다)

其一.

潛在深淵或躍如(잠재심연혹약여) 깊은 못에 있는 듯 혹은 뛰어오르는 듯
子思何取著于書(자사하취저우서) *자사는 무엇을 취해서 책에 적었을까
但將眼孔分明見(단장안공분명견) 다만 장차 눈으로 분명히 봐야 하는 것은
物物眞成潑潑魚(물물진성발발어) 사물마다 팔팔한 물고기가 되게 하는 것이리
*자사(子思 483 ~ 402) :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魯, 지금의 산둥(山東)성 취푸(曲阜) 사람으로 성은 공(孔), 이름은 급(伋)인데 공급(孔伋)보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자사(子思)’는 그의 자이다.
공자(孔子)의 아들 공리(公鯉)가 BC.483년에 낳았다. 그의 나이 3세 때 아버지 공리가 세상을 떠났고, 5세 때는 자신을 양육하던 할아버지(공자)가 세상을 떠났다. 이후 공급은 공자의 수제자 중 한 사람인 증자(曾子:曾參)의 가르침을 받으며 그의 제자가 되었다. 훗날에는 노 목공(魯 穆公 : 노나라 제30대 임금)의 스승이 되었고, 『중용(中庸)』을 저술함으로써 공자사상의 핵심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사자(子思子)』 23편도 그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하지 않는다.

其二.

魚應非我我非魚(어응비아아비어) 물고기는 당연히 내가 아니고 내가 물고기 아니니
物理參差本不齊(물리참차본부제) 사물의 이치는 제각기 여서 본래 같지가 않다네
一卷壯生濠上論(일권장생호상론) 호수가 위에서 장자가 논설로 쓴 한 권의 책이
至今千載使人迷(지금천재사인미) 지금 까지 천년 동안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