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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육유 동야독서시자율, 춘우(陸游 冬夜讀書示子律, 春雨) 연일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의 날씨 때문인지 바깥활동 보다 집에 있다 보니 길어 책 속에 빠져 있거나 글 쓰는 시간이 늘어간다. 요즘 즐겨 읽은 책이 동의대 중국어학과 강경구 교수가 성철선(性徹禪)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부 법을 안내한 〈정독(精讀) 선문정로(禪門正路)〉인데 내용 자체가 어렵고 한문 문장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불교용어가 많아 한 문장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을 쉽게 풀어 불교에 문외한(門外漢)인 나도 접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책이다. 완역한 강경구 교수님의 노고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특히 〈선문정로〉는 화두 참구 수행자들에게는 교과서 역할을 했으나 이 책에서 ‘돈오돈수(頓悟頓修 : 깨달음 이후에는 수행이 필요 없음)’를 강조.. 더보기
육유와 당완 채두봉(陸游와 唐琬 釵頭鳳) 중국 소흥심원(紹興沈園)은 저장성(浙江省) 사오싱시(紹興市)의 무롄교(木蓮橋) 양허룽(洋河弄)에 있는 정원으로 남송(南宋) 시대에 건립되었다. 소유주가 심씨(沈氏)라 하여 심원(沈園)이라고 불렀다. 이곳은 남송의 애국시인 육유(陸游)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이 정원은 육유와 당완(唐琬)의 애틋한 사랑이 깃든 곳으로 담벽에 채두봉(釵頭鳳)이라는 시를 남겼는데 그 내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육유(陸游)는 스무 살이던 1144년에 예쁘고도 지혜로운 고종사촌 동생인 당완(唐琬)과 혼인을 하는데 어려서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라 금슬이 좋아서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당시에는 고종사촌간 결혼은 금기가 아니었는데 호사다마(好事多魔)인지 육유의 어머니가 금슬이 유독이 좋은 아들 부부를 못마땅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당완.. 더보기
석해(石蟹 : 가재)관련 한시 2수. 퇴계 이황, 신독재 김집(退溪 李滉, 愼獨齋 金集) 선교장(船橋莊)은 강릉시 운정동에 위치한 조선시대 사대부가 한옥 고택이다. 고택의 인공연못 가운데 세워진 누각이 활래정(活來亭)이다. 활래정은 주희(朱熹)의 관서유감(觀書有感 : 책을 읽는 감흥)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두 자(活,來)를 따온 것으로 앞서 소개한 바 있는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 주희 관서유감(朱熹 觀書有感)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 반이랑 방정한 연못이 거울처럼 열리니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 이 연못 안에 떠 있네. 問渠那得淸如許(문거나득청여허) 묻노니 이 연못이 이리 맑은 까닭을 爲有源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래) 샘에서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라네.. 한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면 누가나 알고 있는 주희의 대표적 시로 독서의 즐거움은 마치 학문의 근.. 더보기
진묵대사 게송(震默大師 偈頌) 단순하고 모르게 사는 삶이 복잡하고 더 많이 안다는 것보다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모를 일이다. 앞서 소개한 “사찰주련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구가 절학무위한도인(絕學無為閑道人 : 절학무위(絶學無爲)란? 무위법(無爲法)의 가르침을 바로 실천하는 것을 절학(絶學)이라고 하는 것이어서 무위의 한도인은 불법의 가르침을 모두 초월해 차별, 분별하지 않고 진여(眞如)의 지혜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이었는데 복잡하고 어려운 불교적 해석을 떠나 그냥 단순하게 글도 모르고 하는 일 없는 한가하고 단조로운 도인의 삶이 어쩌면 최고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추사 김정희의 만년작시(晩年作詩)는 함경도 북청 유배시절 백발노인 부부가 옥수수밭 일구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읊은 시를 살.. 더보기
원진 국화(元稹 菊花) 산책길에 들판이나 언덕을 바라보면 짙은 향기와 함께 노랗게 핀 산국(山菊)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국화차의 원료이기도 한 산국, 감국(甘菊)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데 잎의 모양이나 꽃의 크기가 조금 차이가 있어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일전에 국화를 소개할 때 “이 꽃이 지고 나면 다시 꽃 볼일 없다”라는 당나라 문학가인 원진(元稹)의 국화 시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예로부터 마지막 피는 국화를 바라보며 한 해가 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했을 것이다. 진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국화를 상하걸(霜下傑), 즉 서리 속에서도 절개를 잃지 않는 호걸이라 칭송했으며, 또한 국화차 외에 국화 꽃잎을 말려 베갯속에 넣고 잠을 자면 아침에 머리가 맑아진다고 하였다. 긴 긴 겨울밤 국화주를 마시며 .. 더보기
운양 김윤식 추일행도중(雲養 金允植 秋日行途中) 소싯적 초가을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 풍경은 늦가을까지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관광지를 찾아야 만날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재배되는 메밀은 건조한 땅에서도 싹이 잘 트고 생육기간이 60∼100일로 짧다.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강하며, 메밀쌀을 만들어 밥을 지어먹기도 하는데, 녹말작물이면서도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B1 ·B2, 니코틴산 등을 함유하여 영양가와 밥맛이 좋다. 가루는 메밀묵이나 면을 만드는 원료가 되어 옛날부터 메밀묵과 냉면을 즐겨 먹었던 식재료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운양 김윤식(雲養 金允植) 선생의 추일행도중(秋日行途中) 시는 30세 젊은 나이로 지방에 머물며 가을날 들길 메밀밭을 지나며 읊은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추일행도중(秋日行途中 : 가을날 길을 가다가) 薥.. 더보기
대둔산 가을산행 출근길 가로수가 연초록으로 옷을 입어가던 실록의 계절이 어제 같은데 벌써 붉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마지막 겨울채비를 하고 있다. 참으로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다. 곧 낙엽이 되어 내년을 기약하며 뿌리로 돌아가 양분이 되기 위한 엽락귀근(葉落歸根)의 순환을 맞이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바라보는 고운 색 단풍은 식물들은 엽록소라는 물질에 의해서 잎 색깔을 결정하는데 가을이 깊어지면 일조량이 작아서 광합성 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식물의 엽록소의 합성이 멈추게 된다. 노란색 단풍은 엽록소가 쇠퇴하여 분해되어 엽록소의 색깔이 사라지고 남아있는 카로틴과 크산토필만이 남아 노랗게 변하고 빨간 잎 단풍은 안토시안이라는 물질이 생겨나서 이 안토시안의 색깔인 붉은색 때문에 그렇게 보이게 되는 것이라는데 이는 가을이 되면 .. 더보기
무명자 윤기 전가추사(無名子 尹愭 田家秋事) 입동을 며칠 앞둔 요즘은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따스한 가을 날씨다. 들녘에는 막바지 가을걷이에 여념이 없고 내가 가꾸는 텃밭도 된서리가 내리기 전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가을의 정점이다. 속개하고자 하는 윤기의 전가추사 시는 5언 절구 6 수로 200여 년 전 평화로운 농촌의 일상적 가을걷이 모습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풍경을 멋진 서정적 시구(詩句)로 읊어 내어 마치 소싯적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농가의 모습을 아련히 떠올리게 하는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윤기는 앞서 ‘독서의 변’에서 잠깐 소개한 바 있다. 전가추사(田家秋事 : 농가의 가을걷이) 其一. 守禾兒走野(수화아주야) 볏단을 지키려고 아이들은 들로 달려가고 春米婦過隣(춘미부과린) 쌀을 찧으려 아낙네는 이웃을 찾아가네 老翁隨月色(노옹수월색).. 더보기
관악산 가을단풍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하루가 다르게 붉게 변해가는 산색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의 정점이 지나가는 아쉬움에 지난 주말 관악산에 올랐다. 험난 구간이기에 동반자 없이 자 나만이 즐겨 찾는 명 코스이기도 하다. 관악산은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자태를 뽐내고자 나를 강하게 불러들임에 주저함 없이 나선 산행은 눈으로 보아 색을 이루는 관악산의 풍경은 언제나 새롭게 느껴진다. 차량으로 20여분 정도면 쉽게 찾을 수 있고 명산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 관악산은 앞서 여러 번 소개하였기에 금번 촬영한 영상과 옥담 이흥희(玉潭 李應禧 )의 상관악산영주대(上冠岳山靈珠䑓 )와 백호 윤휴(白湖 尹鑴)의 관악추망(冠岳秋望) 시를 자서와 함께 올려보았다. 관악산 가을단풍 상관악산영주대(上冠岳山靈珠䑓 : 관악산 영주대(연주암)에 올라) .. 더보기
율곡 이이 산중사영(栗谷 李珥 山中四詠) 율곡선생전서1권(栗谷先生全書卷之一)에 실려있는 시(詩) 산중사영(山中四詠)을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율곡선생에 대하여는 앞서 여러 번 소개하였기에 생략하겠다. 산중사영(山中四詠 : 산중에서 네 수를 읊다) 風(풍) 樹影初濃夏日遲(수영초농하일지) 나무 그늘이 처음 짙어지고 여름 해는 더디기만 한데 晚風生自拂雲枝(만풍생자불운지) 구름을 찌르는듯한 나뭇가지에선 늦바람이 이네 幽人睡罷披襟起(유인수파피금기) 은자가 잠이 깨어 옷을 걸치고 일어나니 徹骨淸涼只自知(철골청량지자지) 뼛속 깊이 스며드는 청량함을 혼자서만 안다네. 월(月) 萬里無雲一碧天(만리무운일벽천) 만리에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廣寒宮出翠微巓(광한궁출취미전) 어스름한 산 마루에 달이 솟아나네. 世人只見盈還缺(세인지견영환결) 세상 사람들은 달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