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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해원군 이건 시 강남춘, 산중, 해남도중, 숙별도포, 추효, 걸국화(海原君 李健 詩 江南春, 山中, 海南途中, 宿別刀浦, 秋曉, 乞菊花)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치적 치적 비가 내리고 있다. 극심했던 봄 가뭄을 한번에 해소할 많은 비가 장마기간에 끊임없이 내린다. 이처럼 비 내리는 밤은 글씨 쓰기에 제격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선조(宣祖)의 손자인 해원군 이건((海原君 李健)이 남긴 400여 수 중 마음에 담고 있던 몇 수를 야우중(夜雨中)에 자서해 보았다. 이귀(李貴)의 모함으로 9년동안 유배생활을 하였는데 7년 동안 제주도에서 보고 느낀 생활과 풍습을 기록한 제주풍토기(濟州風土記)가 있다. 그가 꿈꾸었던 강남의 봄풍경, 산중에서의 삶, 제주도 유배길 해남을 지나며, 가을을 읊은 높은 격조가 흐르는 시와 함께 당시 3절(三絶)로 칭송이 자자했던 해원군의 면모를 살펴보고자 한다. 조선시대 종실(宗室) 중 가장 뛰어난 명필은 당연코 비해당 .. 더보기
왕유 송맹육귀양양(王維 送孟六歸襄陽) 제 블로그 명이 “고전과 전원”이다. 앞서 고전적 요소와 전원적 요소를 함께 찾아가며 함께 배우면서 익히고, 때론 그 속에서 인생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고자 함이다. 하지만 현실(現實)의 삶은 현재 세종시에서 IT(정보통신) 분야 감리업무를 수행 중에 있다. 아무리 이상(理想)이 좋다고 하나 만족 상태의 지속, 시간 소모적, 보람이 없는 삶은 나태함과 무료함으로 금방 실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즉 현실은 경제적 활동이요 이상은 말 그대로 생각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그 이상을 찾고자 하는 목표가 고전과 전원이다. 오래전 신문에 난 기사가 정사야합주 소독고인서(精舍野合酒 笑讀古人書)라는 내용을 기억에 담고 있었는데 그때의 나름 해석은 낮에는 정진하면서 때론 밭을 일구며 서로 모.. 더보기
산청 남사예담촌(山淸 南沙예담촌) 산 높고 물 맑은 내 고향 산청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6월 중순 5형제와 함께 산청 단성면에 위치한 국립 산청호국원을 찾았다. 올 초 영면에 드신 아버지의 생신날을 기리기 위해서다. 참배 후 근처 남사예담촌을 찾았는데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 답게 옛 스러운 돌담과 한옥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남사예담촌은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南沙里) 253.. 더보기
사가정 서거정 시 삼복, 수기, 춘일, 백국, 불개국화, 울산태화루(四佳亭 徐居正 詩 三伏, 睡起, 春日, 白菊, 菊花不開.., 蔚山太和樓) 한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만약 서거정이 없었더라면 이런 아찔한 생각이 들 때가 있었을 것이다. 한문학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동문선(東文選)을 비롯하여 그가 남긴 명저들은 지극한 나라사랑과 국토에 대한 확고한 개념은 독자적 지리지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울산태화루(蔚山太和樓) 시를 통해 마도(馬島 : 대마도)가 우리나라 영토임을 확실하게 표시하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 국력이 일본을 앞설 때 중요한 사료적 요소로 인식될 수 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서거정이 남긴 흔적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동국여지승람은 “대마도는 원래 경상도 계림(鷄林)에 속하였다.”라는 기록과 세종의 유대마도서(諭對馬島書)에도 대마도는 경상도 계림에 예속된 본시 우리 영토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소서를 며칠 앞둔 요즈음 폭염이.. 더보기
매월당 김시습 사청사우(梅月堂 金時習 乍晴乍雨) 먹구름에 비가 내렸다가 갑자기 구름이 그치고 해가 비추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참 요사스러운 날씨다. 오늘 같은 날씨처럼 세상사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앞서 소개한 소강절(邵康節)의 호월음(胡越吟)에서도 원수지간도 때론 합심하고 부부지간도 반목 하 듯이 영원한 존재는 세상에 하나도 없다. 우리가 모르는 순간에도 생물들은 생로병사의 변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지구의 생명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남아있는 건물들도 서서히 변하며 수 만년이 지난 후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이러한 날씨에 문득 사청사우가 떠오른다. 지금으로부터 약 580여년전 매월당 선생 또한 이와 같이 변덕스러운 날씨를 바라보며 이 시를 읊어 세상 사람들에게 경책(警策)하고자 했을 것이다. 기쁨의 순간도 오래가지 못하고 늘 순간의 감정.. 더보기
고봉 기대승 도중만성 8수(高峯 奇大升 途中謾成 八首) 서예란 표현하고자 하는 글귀를 마음에 담아 적당한 농담의 먹물로 적신 붓을 잡고 손목으로 가해지는 조심스러운 힘에 의하여 붓끝이 화선지와 만나 시각적으로 표출되는 예술적 행위를 말한다. 흔히 사람을 판단할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중국 당대(唐代) 관리를 선정할 때 4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는 바른 몸가짐, 사리에 맞는 언변, 잘 쓴 글씨, 사물의 판단능력을 인선(人選)의 조건으로 삼았다. 그 중 글씨를 바르게 잘 쓰는 것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다소 모호한 면도 있지만 타고난 선천적 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 젊은 학자는 있어도 젊은 서예가는 없다”는 말은 사람의 글은 늙어서 갖추어진다는 인서구노(人書具老)는 합당하여 과거를 염두에 둔 젊은 학자들은 글씨를 잘 쓰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마음.. 더보기
이병휴 야좌유감(李秉休 夜坐有感), 정철 송강정(鄭澈 松江亭) 한시 2수 오랜 봄 가뭄을 해소해 줄 반가운 단비가 내렸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농작물은 해갈되어 한층 무성하게 변하며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장마가 끝나면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8월 초순경 입추를 맞이하게 되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청량한 가을이 빨리 와 주기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정산 이병휴(貞山 李秉休)와 송강 정철(松江 鄭澈)의 가을 관련 한시 2수를 자서해 보았다. 야좌유감(夜坐有感 : 밤에 앉아 감흥이 생겨) - 이병휴(李秉休) 秋堂夜氣淸(추당야기청) 가을 집은 밤기운은 맑아서 危坐到深更(위좌도심경) 깊은 밤 이르러 단정히 앉아 獨愛天心月(독애천심월)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달 홀로 사랑하니 無人亦自明(무인역자명) 바라보는 이 없어도 스스로 밝구나 정산 이병휴(貞山 李秉休. 1710 .. 더보기
오산 차천로(五山 車天輅) 한시 몇 수(秋懷, 楊花夕照, 江夜, 秋思, 靜夜思) 지인들의 요청에 의해 “청무성”이란 필명으로 시작한 블로그 “고전과 전원” 이 8년째가 되었다. 초창기 특용작물을 위주로 귀농, 귀촌을 꿈꾸고 있는 분들께 새로운 소득원을 함께 찾아보고 제배 경험을 공유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나 소재가 빈약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소득 작물도 우리나라에서는 1년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어 희소성과 특화가 사라져 안정적 수입원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데, 그 대표적 작물이 아로니아, 불루베리, 열매마 등이 이에 속한다. “빠른 것이 이긴다”는 명제는 한시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모든 것이 빠른 우리나라에서는 통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고전적 요소는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선조들이 남긴 수많은 기록과 문인의 발자취를 찾다 보면 소제가 끊임없이 솟아나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더보기
텃밭 풍경 오랜만에 서울에도 조금이나마 갈증을 해소할 비가 내렸다고 한다. 세종에 머물고 있어 텃밭이 있는 서울 대모산은 50년 만의 혹독한 봄 가뭄으로 타 들어가는 작물에 대한 미안함에 주인 잘 못 만난 죄로 금요일 도착하자마자 물 주기에 여념이 없다. 주인 발자국 소리 들으며 크 간다는 작물은 나를 기다리며 일주일을 버텨내고 있다. 다행히 마르지 않은 조그만 샘이 있어 시들지 않을 만큼의 양으로 견뎌온 지라 오늘 15mm 남짓 내린 비로 생기를 찾아 요번 주말에는 오이가 풍성하게 식탁을 채워 줄 것이다. 제 블로그 이름이 고전과 전원이다. 전원적 요소는 특용작물 방에 올려놓았지만 주로 고전적 요소에 치우치다 보니 균형을 잃은 느낌이다. 서울에 살며 25년 넘게 텃밭을 일구어 왔는데 어느 해는 많게는 약 300평.. 더보기
두보 춘망(杜甫 春望) 많이 알려지고 친숙한 시 춘망(春望)은 당(唐) 나라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안사의 난(安史의 亂 : 755~763년에 이르기까지 약 9년 동안 중국 당나라를 뒤흔든 난으로 안녹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 등이 주동이 되어 일으킨 난) 때 반란군에게 잡혀 장안(長安)에서 포로로 있으면서 지은 글로 당시의 혼란한 상황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담고 있어 현재까지 널리 알려진 명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춘망(春望 : 봄날의 소망)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는 망하여도 산하는 남아 있어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만 무성하구나. 感時花濺淚(감시화천루) 시국을 생각하니 꽃도 눈물을 뿌리게 하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이별을 한탄하니 새도 마음을 놀라게 한다. 烽火連三月(봉화연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