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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왕유 송별(王維 送別) 많이 회자(膾炙)되는 용어 중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또는 회자정리 이자정회(離者定會)란 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덧없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불교경전인 유교경(遺敎經)에 세개무상 회필유이(世皆無常, 會必有離 : 세상은 모두 덧없는 것이니 만나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고 하였으며, 열반경(涅盤經)에는 부성필유쇠 합회유별리(夫盛必有衰, 合會有別離 : 흥성함이 있으면 반드시 쇠퇴함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고 했다. 살아서는 만남과 이별이 늘 상존하고 있기에 좋은 이별은 또 다른 좋은 만남으로 귀결된다. 모든 인간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만남 그 자체가 선업(善業)을 쌓는 결과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왕유(王維)의.. 더보기
인악 의첨 폐강(仁嶽 義沾 廢講) 가끔 한가함이 다가오거나 여유가 있을 때 관광 명소를 찾는데 그 곳에는 전통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사찰의 천정 빛바랜 단청(丹靑)에 시선이 머물곤 했는데 단청은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등을 기본으로 색을 배색하여 간색(間色)을 만들어 여러 가지 색을 표현하여 사찰 건물의 천정을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규모가 큰 사찰에는 선원(禪院), 강원(講院)이 자리잡고 있다. 선원은 선(禪)을 교육하고 실수(實修)하는 불교의 전문교육기관이고 강원은 사찰에 설치되어 있는 불전(佛典)을 공부하는 교육 기관이다. 강원(講院)에서 강주(講主)는 교육 전반을 관장하는 직책, 또는 그 일을 맡은 승려를 말하며, 강백(講伯)은 경론(經論)을 가르치는 강사(講師)에 대한 존칭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선시(禪詩)는 .. 더보기
산청 지리산 대원사(山淸 智異山 大源寺)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내 고향 산청(山淸)은 산 높고 물 맑은 곳이다. 지리산 정상 부근에서 발원하여 덕천강(德川江)으로 흐르는 대원사(大源寺) 계곡은 넉넉한 어머니 품속 같이 지리산에서 내뿜는 물줄기는 가뭄에도 수량이 일정할 뿐만 아니라 냉기 서린 계곡은 서늘함을 안겨 주고 있어 여름 피서지로 으뜸일 것이다. 계곡에 접어든 순간 이 시절에 딱 어울리는 작자 미상의 시조인 ‘단풍은 반만 붉고’는 자연을 벗 삼아 속세 번민을 잊는 한량(閑良)의 여유로움을 노래한 시가 저절로 읊조리게 된다. 단풍은 반만 붉고 시냇물은 맑았는데 여울에 그물 치고 바위 우희 누웠으니 아마도 무사(無事) 한신(閑身)은 나 뿐인가 하노라 오랜만에 형제들이 함께 모여 대원사를 찾았는데 대원사는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三壯面) 지.. 더보기
국립세종수목원 계절마다 찾는 국립세종수목원은 산림청 주관으로 세종특별자치시 세종동 일원의 중앙녹지공간 내 65ha의 면적에 조성 중인 수목원이다. 2020년 5월에 준공하였고 편의시설을 확충하여 2020년 10월 개장하였다. 주제별로 구성된 전시원에는 2,450종 약 110여 만 본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세종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산림식물의 전시, 원예, 조경 중심으로 한국정원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브랜드화하여 볼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식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때마침 분재전시회도 열려 쾌청한 날씨와 함께 가을 정취를 느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며, 수목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세종시민 뿐만 아니라 수목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시간을 내어 세종수목원 방문을 적.. 더보기
청천 신유한 적천사과방장영선사(靑泉 申維翰 磧川寺過方丈英禪師) 자연의 섭리(攝理)는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법칙이다. 인간의 어떤 행위가 자연의 섭리를 벗어났다고 해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주가 균형을 잃고 질서가 무너진다 해도 이 또한 우주의 섭리이며, 기독교에서 세상과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신의 뜻을 말하기도 한다.이처럼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매일 접하는 굵직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받아 들여야 할 섭리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간의 흐름 속에 시대인으로 겪어야 하고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삶의 섭리일 것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청천 신유한(靑泉 申維翰)의 적천사과방장영선사(磧川寺過方丈英禪師) 한시는 적천사에 머물고 있는 영선방장 스님을 찾아왔다 잠시 냇가에서 쉬고 있을 때 한 스님을 만나 객승이 문답식으로.. 더보기
굉지정각 묵조명(宏智淨覺 默照銘)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오래전 정원식(鄭元植) 박사의 ‘머리를 써서 살아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내용 중 유태인의 지혜를 모은 탈무드는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는 항상 백지로 남겨두어 후대들로 하여금 삶의 지혜를 이어서 기록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책을 구입하면 마지막 페이지는 빈 페이지로 남아 있는 것이 이러한 전통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승되어 온 뜻일 것이다.내 블로그를 살펴보면 고승들이 남긴 선시(禪詩)가 많이 등장한다. 이는 선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수양의 결과물이자 청정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기에 그냥 쓰는 것이 이니라 붓을 잡고 글을 쓰면서 깊은 뜻과 의미를 이해하고 각인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이해의 폭을 .. 더보기
자랑스러운 한글창제 훈민정음(訓民正音) 2023년 10월 9일은 577돌 한글날이다.이번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과 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는 600여 개의 서로 다른 언어가 있는데, 이들 가운데 글자가 있는 언어는 겨우 100여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중에서 글자를 만든 이와 만든 때, 만든 까닭 그리고 만들어진 과정이 소상히 알려진 것은 한글이 유일하다.한글은 표음문자(表音文字)로 우리의 역사와 얼이 담긴 소중한 우리말이자 글이다. 한글은 성군(聖君)인 세종대왕(世宗大王)께서 어리석은 백성도 쉽게 익혀서 자기 뜻을 펼 수 있게 하려고 창제(創製)하셨다. 한글은 모음과 자음의 과학적인 분리 방법을 제시한 최초이고 유일한 문자체계다. 그리고 일음일자(一音一字)와 일자일음(一字一音)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음성인식에서 탁월하.. 더보기
보름달(中秋月) 관련 한시 2수 : 장유 중추월(張維 中秋月, 이덕무 중추월(李德懋 中秋月) 좁다란 골목길, 실개천 징검다리, 뒷동산 아리랑이, 처마 밑 빗물소리, 밝아오는 여명, 서산에 지는 노을,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의 은하수.. 생각만 해도 아련하게 떠오르는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어 들이다. 이 제 곧 6일간의 긴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소싯적 내 고향 두메산골 경남 산청에는 몇 채의 초가집이 있었다. 추수가 끝난 늦 가을 1~2년에 한번씩 초가집 지붕에 이엉 얹기를 하면 동내 어른들이 서로 모여 사전에 새끼줄 꼬며 이엉을 만드는데 볏짚의 밑부분으로 한 움큼 정도의 분량을 새끼나 여러 가닥의 짚으로 엮어서 지붕 면에 깔 수 있도록 가공한 것을 한줄엮기이엉이라고 하며, 지붕의 용마루에 얹혀지는 이엉은 용마름이라고 한다. 용마름은 한줄엮기이엉을 서로 맞붙여놓은 것처럼 양쪽으로 경사가 지도록 만들.. 더보기
가을 한시 2수 이백 추사, 정철 추일작(李白 秋思, 鄭澈 秋日作) 우리나라는 자연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정하고 늘 자연에 들어가 함께 즐기려는 자연주의에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의 조경관(造景觀)은 바로 자연과의 조화를 밑바탕에 두고 신선사상(神仙思想), 풍수지리사상(風水地理思想) 그리고 은일(隱逸)과 유교사상 등이 장소적 특성에 복합적으로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한국 조경은 자연을 그대로 모방해 축소시킨 중국 정원과도, 자연을 인공적으로 다듬어 집안에 들여다 놓은 일본 정원과도, 자연은 인간과 대립의 개념으로 파악해 인간 의식 속에 자연을 구겨 놓고 즐기는 유럽식 정원과도 뚜렷이 구별되면서도 질적으로 대단히 우수한 조형성(造形性)을 표출했다. 자연이 스스로 가꾸어 놓은 조경을 정원에 끌어들이지 않고 풍광이 수려한 곳에 정자를 지어 직접 찾아가서 경치.. 더보기
남호 정지상 제등고사(南湖 鄭知常 題登高寺) 무심코 지나치는 아파트 단지 내에는 잘 가꾸어진 조경(造景)이 있다.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를 계획, 설계, 시공, 관리하는 예술이다. 국내에서도 조경이란 명칭을 갖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 경부고속도로 준공 당시 공사로 인한 국토훼손이 심해지자 이를 인식한 박정희 정부가 국토훼손의 보완적 요소로 본격적인 조경의 시작으로 발전해 왔다. 조경은 넓게 보자면 모든 외부공간에 대한 숲과 임야의 녹지조성, 도시설계, 공동주택단지(아파트)의 정원설계, 공원설계 등을 포함한다. 단순히 아름답고 편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공간이라는 것은 이용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위치, 규모 등에 따라 그 성격이나 의미가 모두 다르고 문화, 사회 등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