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연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정하고 늘 자연에 들어가 함께 즐기려는 자연주의에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의 조경관(造景觀)은 바로 자연과의 조화를 밑바탕에 두고 신선사상(神仙思想), 풍수지리사상(風水地理思想) 그리고 은일(隱逸)과 유교사상 등이 장소적 특성에 복합적으로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한국 조경은 자연을 그대로 모방해 축소시킨 중국 정원과도, 자연을 인공적으로 다듬어 집안에 들여다 놓은 일본 정원과도, 자연은 인간과 대립의 개념으로 파악해 인간 의식 속에 자연을 구겨 놓고 즐기는 유럽식 정원과도 뚜렷이 구별되면서도 질적으로 대단히 우수한 조형성(造形性)을 표출했다.
자연이 스스로 가꾸어 놓은 조경을 정원에 끌어들이지 않고 풍광이 수려한 곳에 정자를 지어 직접 찾아가서 경치를 즐기는 정서로 발전했다.
우리의 현대적 조경은 일본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은 것 같다.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적(縮小指向的) 일본인` 책을 읽어보면 지진피해를 줄이고자 인간과 밀접한 모든 사물을 작고 단단하게 만들고 즐기려는 경향이 특색 있게 나타나 있다. 일본은 수석, 분재 뿐만 아니라 조경 또한 정원 안으로 들이고자 함은 모두 축소지향적을 갈구하는 일본인의 전형적인 형태라 하겠다.
옛 선비들은 강산풍경을 자연 그대로 감상하고자 했던 `10년을 경영하여` 라는 시가를 살펴보면, 교과서에 송순(宋純. 1493 ~ 1582. : 조선 전기의 문신. 50여년 동안 관료생활을 하다 중종 12년(1533) 김안로(金安老)가 득세하게 되자 귀향하여 면앙정(俛仰亭)을 짓고 유유자적하며 많은 시조, 가사, 국문시가를 남김으로써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선구자로 평가된다.)의 고전시가(古典詩歌)로 알고 있으나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 정조 때의 시조집(時調集). 정조 때 엮은 듯한 것으로 작가 172명에 작품 1109수(首)가 실려있다.) 등에는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의 작품으로 전하고 있다. 한문원문은 아래와 같다.
經營兮十年 作草堂兮三間(경영혜십년 작초당혜삼간)
明月兮淸風 咸收拾兮時完(명월혜청풍 함수습혜시완)
惟江山兮無處納 散而置兮觀之(유강산혜무처납 산이치혜관지)
10년을 경영하여 초려(草廬) 삼 간 지어내니
반간(半間)은 청풍(淸風)이요 반간은 명월(明月)이라
강산을 드릴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연이어 가을 관련 이백(李白)의 추사(秋思)와 정철(鄭澈)의 추일작(秋日作) 2수 소개와 내가 거주하는 최근 입주한 인접 아파트 조경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추사(秋思 : 가을생각) - 이백(李白)
春陽如昨日(춘양여작일) 봄날 따스함이 어제 같은데
碧樹鳴黃鸝(벽수명황리) 푸른 나무에 꾀꼬리 울어댔지.
蕪然蕙草暮(무연혜초모) 무성했던 난초는 시들어가고
颯爾涼風吹(삽이량풍취) 스산하게 차가운 바람 분다.
天秋木葉下(천추목엽하) 가을이라 나뭇잎 떨어지니
月冷莎雞悲(월냉수계비) 차가운 달 아래 베짱이 소리 처량하다
坐愁群芳歇(좌수군방헐) 앉아 근심하노니, 뭇 꽃들 다 지고
白露凋華滋(백로조화자) 흰 이슬 내려 백화가 시드네
이백의 추사는 세월의 흐름을 한탄하는 상조(商調 :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 동양 음악에서 쓰이는 다섯 음률에 해당하는 개별 이름으로 상(商)의 음을 주음으로 하는 음계(音階))의 옛 거문고 곡조로서, 금곡가사(琴曲歌辭 : 거문고로 연주되는 악곡의 가사) 중의 하나이다.
추일작(秋日作 : 가을날에 읊다) - 송강 정철(松江 鄭澈)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산속 빗줄기는 밤새 대숲을 울리고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 풀벌레 소리 침상 가까이 가을을 알리네.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 흐르는 세월 어찌 머무르게 하랴
白髮不禁長(백발부금장) 백발 길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네.
(아파트 현대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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