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치는 아파트 단지 내에는 잘 가꾸어진 조경(造景)이 있다.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를 계획, 설계, 시공, 관리하는 예술이다.
국내에서도 조경이란 명칭을 갖게 된 것은 1970년대 중반 경부고속도로 준공 당시 공사로 인한 국토훼손이 심해지자 이를 인식한 박정희 정부가 국토훼손의 보완적 요소로 본격적인 조경의 시작으로 발전해 왔다.
조경은 넓게 보자면 모든 외부공간에 대한 숲과 임야의 녹지조성, 도시설계, 공동주택단지(아파트)의 정원설계, 공원설계 등을 포함한다. 단순히 아름답고 편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공간이라는 것은 이용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위치, 규모 등에 따라 그 성격이나 의미가 모두 다르고 문화, 사회 등 복잡 다양한 것이 담기는 집합이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여러 공간을 다루는 조경가의 역할은 사회적이라 할 수 있다.
조경의 용도는 해당 장소를 보다 아름답고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원을 만들 때 조경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꾸며진 조경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시각적, 정서적 요소에 대한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며 마음의 휴식처로서 중요한 요소를 지니게 된다.
조경은 풍수학적 측면에서도 음양의 조화, 높고 낮음을 이어주는 공간적 요소와 배치로 콘크리트건물을 바라보며 아스팔트 위를 걷어가는 현대인의 삶에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연이어 소개하고자 하는 정지상(鄭知常)의 제등고사(題登高寺) 시는 그가 젊은 시절 평양 근처 등고사(登高寺)에 올라 지은 초기 시로, 큰 뜻을 품은 젊은 시절의 포부가 담겨 있다.
고려시대의 문신이자 서화가인 남호 정지상(南湖 鄭知常)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한 바 있어 생략하겠다.
내가 거주하는 인접 아파트 단지는 4년전에 재개발 후 입주를 마쳤으며, 자칭 국내에서 가장 조경이 잘 된 아파트단지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추분은 하루 앞둔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 정지상의 시 한수와 잘 가꾸어진 아파트 조경사진을 올려보았다.
제등고사(題登高寺 : 등고사에 올라)
石逕崎嶇苔錦斑(석경기구태금반) 험한 돌길에 비단 같은 이끼가 알록달록한데
錦苔行盡入禪關(금태행진입선관) 비단 이끼 길 다 지나서 절문으로 들어서니
地應碧落不多遠(지응벽락부다원) 땅은 푸른 하늘에 닿은 채 그리 멀지 않고
僧與白雲相對閑(승여백운상대한) 스님은 흰 구름 더불어 한가히 마주 앉아 있네
日暖燕飛來別殿(일난연비래별전) 날씨 따스해 제비는 별전에 날아오고
月明猿嘯響空山(월명원소향공산) 달이 밝자 원숭이 울음이 빈 산에 울려오네
丈夫本有四方志(장부본유사방지) 대장부는 본래 천하에 큰 뜻을 품었으니
吾豈匏瓜繫此間(오기포과계차간) 내 어찌 박처럼 이곳에만 매어 있으리오
(잘 조성된 아파트 단지내 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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