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내 고향 산청(山淸)은 산 높고 물 맑은 곳이다. 지리산 정상 부근에서 발원하여 덕천강(德川江)으로 흐르는 대원사(大源寺) 계곡은 넉넉한 어머니 품속 같이 지리산에서 내뿜는 물줄기는 가뭄에도 수량이 일정할 뿐만 아니라 냉기 서린 계곡은 서늘함을 안겨 주고 있어 여름 피서지로 으뜸일 것이다.
계곡에 접어든 순간 이 시절에 딱 어울리는 작자 미상의 시조인 ‘단풍은 반만 붉고’는 자연을 벗 삼아 속세 번민을 잊는 한량(閑良)의 여유로움을 노래한 시가 저절로 읊조리게 된다.
단풍은 반만 붉고 시냇물은 맑았는데
여울에 그물 치고 바위 우희 누웠으니
아마도 무사(無事) 한신(閑身)은 나 뿐인가 하노라
오랜만에 형제들이 함께 모여 대원사를 찾았는데 대원사는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三壯面) 지리산(智異山)에 있는 삼국시대 승려 연기가 창건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海印寺)의 말사(末寺)이다.
548년(진흥왕 9) 연기(緣起)가 창건하여 평원사(平原寺)라 하였다. 그 뒤 폐사가 되었던 것을 1685년(숙종 11)운권(雲捲)이 옛터에 절을 짓고 대원암(大源庵)이라 하였으며, 1890년(고종 27) 구봉(九峰)이 낡은 건물을 중건하고 서쪽에 조사영당(祖師影堂), 동쪽에 방장실(方丈室)과 강당을 짓고 대원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1913년 12월 화재로 소실되자 주지 영태(永泰) 등 50여 명이 16,000원의 시주를 얻어, 1917년 전(殿)·누(樓)·당(堂)·각(閣)과 요사채 등 12동 184칸의 건물을 중건하였다. 1948년 여순반란사건 때 공비들의 약탈 방화로 소실된 뒤 8년 동안 폐허가 되었으나, 1955년 승려 법일(法一)이 다시 중창한 뒤 비구니선원(比丘尼禪院)을 개설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절의 선원은 석남사(石南寺)·견성암(見性庵)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손꼽힌다.
현존하는 당우(堂宇)로는 대웅전(大雄殿)·원통보전(圓通寶殿)·응향각(凝香閣)·산왕각(山王閣)·봉상루(鳳翔樓)·천왕문(天王門)·범종각(梵鐘閣) 등이 있으며, 절 뒤쪽에는 사리전(舍利殿)이라는 암자가 있어 다른 지방에서 수도하러 온 여승들이 기거하고 있다.
문화재로는 1992년 보물로 지정된 산청 대원사 다층석탑(多層石塔)이 사리전(舍利殿) 앞에 있다. 646년(선덕여왕 15) 자장(慈藏)이 세웠다는 이 탑은 돌이 철분을 많이 함유한 탓으로 붉은 물이 스며 나와 강렬한 인상을 풍기고 있으나 조각은 소박하다. 하단 네 귀퉁이에는 신장상(神將像)을 세우고 사면에는 연화문(蓮花文)을 조각하였으며, 체감의 비율은 거의 완벽하다. 옥개석(屋蓋石)은 둔중(鈍重)하며 제9층의 사우(四隅)에는 작은 종을 달았다.
200년 전 이 탑을 개축할 때 72과의 사리가 나왔다고 하는데, 큰 것은 녹두알 만하였고 작은 것은 기장알 정도의 크기였다고 하나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나라에 경사가 있으면 탑전에서 서광이 비치고 향내가 경내를 진동시켰다고 하며, 몸과 마음이 맑은 사람은 곁 연못의 물에 비친 탑의 그림자 속에서 탑 안의 사리를 보았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절 입구에는 부도와 방광비(放光碑)가 있고, 절 부근에는 옛날 선비들이 수학하였다는 거연정(居然亭)·군자정(君子亭) 등이 있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가람배치(伽藍配置)가 인상적인 사찰로 손색이 없으며, 대웅전 주련 자서와 함께 초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원사와 덕천강 원류인 대원사 계곡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지리산 대원사(智異山 大源寺)
대웅전 주련(大雄殿 柱聯)
마하대법왕(摩訶大法王) 마하대법왕은
무단역무장(無短亦無長)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네
본래비조백(本來非遁白) 본래 검거나 희지도 않으면서
수처현청황(隨處現靑黃) 곳을 따라 푸르고 노란색을 나타내도다.
원통보전 주련( 圓通寶殿 柱聯)
一葉紅蓮在海中(일엽홍련재해중) 한 떨기 붉은 연꽃 바다에서 솟아오르니
碧波深處現神通(벽파심처현신통) 푸른 물결 깊은 곳에서 온갖 신통 나타내시네
昨夜寶陀觀自在(작야보타관자재) 어젯밤엔 보타산의 관세음보살님
今日降赴道場中(금일강부도량중) 오늘 아침 이 도량에 강림하셨네
(대원사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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