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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석 월성 장동유제벽(釋 月性 將東遊題壁) 장동유제벽(將東遊題壁 : 동으로 나서며 벽에 제하다) 男兒立志出鄕關(남아입지출향관) 남아가 학문에 뜻을 세워 고향을 나서면 學若不成死不還(학약불성사불환) 만약 학문을 성공하지 못하면 죽어도 돌아오지 않으리라 埋骨豈唯先墓地(매골기유선묘지) 어찌 나의 뼈를 선영(先塋)에 묻을 것을 기약하리요 人間到處有靑山(인간도처유청산) 사람이 이르는 곳 모두가 청산인 것을 기억이 희미한 오래전 먼 친척이 해외 유학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써준 글귀가 "男兒立志出鄕關 學若不成死不還"이다. 당시 본 대구(對句)에 대한 출처는 알 수가 없었으나 근자에 찾아보니 일본 스님의 선시로 확인되어 함께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 시의 작자는 일본(日本) 막부(幕府) 시대 말(末) 석 월성(釋 月性 : 僧名 월성, 1817 ~ 1856)으로.. 더보기
여류시인 성씨 시 2수 증인,서회차숙손형제(女流詩人 成氏 詩 2首 贈人, 書懷次叔孫兄弟) 성씨(成氏)는 인재 성희(仁齋 成熺 : 조선 전기 한성부원군, 승문원교리 예조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의 딸이다. 진사(進士)인 최당(崔瑭)의 부인으로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실려 있는 시를 통해 그녀가 가진 재능과 자유분방한 표현으로 보아 당시에 특출한 여성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시 증인(贈人)과 서회차숙손형제(書懷次叔孫兄弟)를 통해 뛰어난 작품성과 천재적 재능으로 풍부한 시상(詩想)을 갖춘 그 당시 그녀에 대하여 상상력으로 다가가 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으리라. 증인(贈人 : 벗에게 지어주다) 步出隣家三四呼(보출인가삼사호) 이웃집을 찾아가 서너 번 부르니 小童來報主人無(소동래보주인무) 어린아이 나와 주인은 없다고 하네 若不杖策尋花去(약부장책심화거) 만일 지팡이 짚고 꽃 찾아간 것 아니라면 定是携琴訪酒徒(.. 더보기
왕백 산거춘일(王伯 山居春日) 연일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히고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는 유래 없는 울진 큰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만물의 소생을 촉진하는 고마운 단비다. 개인적으로는 전주 화요일 초기 목감기 증상으로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어 퇴근 무렵 약국에 들러 충분한 약과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 숙소에 머물며 수시 자가진단키트로 확인 결과 3일 후 양성반응이 나옴에 따라 대외 접촉을 차단하고 즉시 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받고 다음날 확진 판정을 통보받았다. 하필이면 내가 걸리다니… 누구로부터 감염되었는지 추적해 보았으나 가족은 물론 감염원을 찾지 못하였으며, 아마도 감리검측(監理檢測) 과정에서 시공 근로자로부터 감염되었다고 판단된다. 초기 증상 발생 즉시 사무실 동료나 동선이.. 더보기
노봉 김극기 시 2수 어옹, 통달역(老峰 金克己 詩2首 漁翁, 通達驛) 김극기(金克己. 1150? ~ 1209?) 고려 명종(明宗) 조의 문인으로 본관은 경주(慶州). 호는 노봉(老峰)이다. 어릴 때부터 문명이 있었으며, 진사가 된 뒤에도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초야에서 시작(詩作)으로 소일하다가, 40대에 이르러 명종의 부름을 받고 의주방어판관(義州防禦判官)이 되었으며, 직한림원(直翰林院)을 거쳐 예부 원외랑(禮部員外郞)일 때 금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왔다. 김태준(金台俊)은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귀국 길에 객사했다고 하였으나, 진정국사호산록(眞淨國師湖山錄)에서는 1209으로 추정되는 기사년(己巳年)에 사망했다고 했으며, 문집 서문에서 6품 당하관(堂下官)으로 죽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귀국한 뒤에 다시 전원생활을 하다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체로 1150년경에 출생하.. 더보기
효봉선사 행장(曉峰禪師 行狀) 근대 고승(高僧)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흥미진진한 면모를 느끼게 되는데 그 대표적 고승이 효봉학눌(曉峰學訥)이다.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후 판사의 길을 걷게 되는 어느 날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언도하게 되면서 자책감과 고뇌로 법복을 벗어던지고 3년간 엿장수로 전국을 떠돌다 우연히 금강산 도인 석두 화상을 만나 구도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30대 후반 늦깎이 중이 된 효봉은 남보다 더 철저한 수행으로 한번 자리에 들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절구통 수좌로 무자 화두를 타파하고 석두 화상(石頭和尙)으루부터 법맥(法脈)을 이어받아 일제강점기, 6.25 사변을 겪으며, 조계종 통합종단의 초대 종정과 불교 정화운동에 앞장선 선지식인의 면모를 살펴보고자 게송(偈頌) 몇 수와 함께 그의 행장을.. 더보기
소강절 세한음(邵康節 歲寒吟) 소강절(邵康節,1011~1077), 중국 송대(宋代)의 뛰어난 유학자이자 시인 이유로 앞서 청야음(淸夜吟)에서 소개한 바 있다.청야음과 더불어 세한음(歲寒吟)또한 학문의 백미로 꼽히는 시이다. 원문에서 옮겨오며 몇 글자가 수정되거나 변경되기도 하는데 이는 해석상 큰 차이가 없으면 오자(誤字)에 대한 개념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추사(秋史)의 세한도 역시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송백(松栢)의 푸르름이 짙게 배어나 듯이 제주도 유배시절 어려운 환경에도 변함없이 청나라의 학문과 서적을 보내준 당시 통역관이었던 이상적(李尙迪 1804~1865) 제자에게 대한 고마움과 사제지간의 정을 나타내고자 그려준 것이 세한도(歲寒圖)이다. 소강절의 세한음 또한 이와 같은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 소강절 세.. 더보기
문충 오관산곡(文忠 五冠山曲 : 부디 더디 늙으시길) 생로병사(生老病死)는 한번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겪어야 하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큰 고통이다. 태어났으면 반드시 죽는 것은 자연의 법칙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순리인 것이다. 효(孝)라는 것은 부모님 생전에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자식 된 도리 란 입신양명 부귀영화(立身揚名 富貴榮華)도 중요하지만 부모 생전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아가며 부모형제간 두터운 정을 나누고 즐거움과 기쁨, 슬픔을 함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往而不可追者年也 去而不見者親也(왕이불가추자년야 거이불견자친야)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奉養)하고자 하나 부모(父母)는 기다려.. 더보기
왕안석 산중(王安石 山中) 봄, 가을에 흔히 볼 수 있는 이슬은 대기(大氣) 중 열의 복사 냉각으로 지면 근처에 있는 암석, 나뭇가지, 나뭇잎, 풀잎 등의 온도가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면 이들 위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맺히는 작은 물방울을 말한다. 이슬점은 대기 속의 수증기가 포화되어 그 수증기의 일부가 물로 응결할 때의 온도를 뜻하며 대기 중 수증기 분포 량에 따라 변한다. 살펴보고자 하는 왕안석(王安石)의 시 산중(山中)은 이른 봄날 새벽에 이슬에 맺힌 꽃을 보며 거닐면서 지은 시로 달과 구름, 이슬과 꽃을 등장시켜 봄 정취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아름답게 표현한 매력적인 시를 예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산중(山中 : 산에서…) 隨月出山去(수월출산거) 달을 따라 산을 나섰다가 尋雲相伴歸(심운상반귀) 구름 찾아 함께 돌아오는.. 더보기
봉암 채지홍 경칩(鳳巖 蔡之洪 驚蟄) 경칩(驚蟄)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節氣)로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로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양력으로는 3월 5일 무렵이 된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요즈음이 되면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한난(寒暖)이 반복된다. 그리하여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한서(漢書)에는 열 계(啓)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기록되었는데, 후에 한(漢) 경제(景帝)의 이름인 계(啓)를 피휘(避諱)하여 놀랠 경(驚)자를 써서 경칩(驚蟄)이라 했다. 앞으로 10여일 지나면 경칩이다. 혹한의 날씨지만 땅속에서는 개구리가 오랜 칩거를 끝내고 잠.. 더보기
왕안석 정림소거(王安石 定林所居)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은 북송(北宋)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동시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 한 사람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자는 개보(介甫), 호는 반산(半山)이다. 그의 생애는 앞서 자세하게 소개한 바 있어 생략토록 하겠다. 정림소거(定林所居)는 그가 경관이 뛰어난 정림사(定林寺 : 남경(南京) 방산(方山)에 있는 1,500년의 고찰)에 머물며 지은 시로 자연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고자 했던 요소들이 깊이 새겨져 있다. 꽃피는 춘삼월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에도 매화와 복수초는 봄의 전령사(傳令使) 답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진달래, 개나리 만개할 그 날을 기다리며 왕안석의 시 한 수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정림소거(定林所居 : 정림사에 머물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