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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석 월성 장동유제벽(釋 月性 將東遊題壁)

장동유제벽(將東遊題壁 : 동으로 나서며 벽에 제하다)

男兒立志出鄕關(남아입지출향관) 남아가 학문에 뜻을 세워 고향을 나서면

學若不成死不還(학약불성사불환) 만약 학문을 성공하지 못하면 죽어도 돌아오지 않으리라

埋骨豈唯先墓地(매골기유선묘지) 어찌 나의 뼈를 선영(先塋)에 묻을 것을 기약하리요

人間到處有靑山(인간도처유청산) 사람이 이르는 곳 모두가 청산인 것을

 

기억이 희미한 오래전 먼 친척이 해외 유학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써준 글귀가 "男兒立志出鄕關 學若不成死不還"이다. 당시 본 대구(對句)에 대한 출처는 알 수가 없었으나 근자에 찾아보니 일본 스님의 선시로 확인되어 함께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 시의 작자는 일본(日本) 막부(幕府) 시대 말(末) 석 월성(釋 月性 : 僧名 월성, 1817 ~ 1856)으로, 야마구치(山口) 현에서 태어난 진종파(眞宗派)의 스님이다. 그는 시인이자 교육자, 사상가이며, 문무 양면에 능한 검술가(劍術家)이기도 하다. 특히 왕을 받들어 모시자는 존왕론(尊王論)、사면이 바다인 해양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해방론(海防論)을 주장하였으며, 불법호굴론(佛法護國論)등 많은 시고(詩稿)를 남겨 일본에서는 꾀나 유명한 인물이다. 시구(詩句) 중 사불환(死不還), 불부환(不復還), 기유(豈唯), 하기(何期), 기기(豈期)와 기유(豈惟)로 표시되어도 해석상 차이가 없기 때문에 무방하다.

 

“人間到處有靑山”의 글귀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시구의 유래는 당나라 선승(禪僧) 임제선사(臨濟禪師)의 선시로 알려진 마지막 구절을 인용한 듯하여 앞서 소개한 “사찰 주련 이야기”에 올린 내용을 붙임 해 보았다.

 

是是非非都不關(시시비비도불관) 옳다 그르다 하는 말다툼 모두 다 부질없는 일

山山水水任自閑(산산수수임자한)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저절로 한가로운데

莫問西天安養國(막문서천안양국) 서방(西方) 극락 세상 어디냐고 묻지 말게나

白雲斷處有靑山(백운단처유청산) 흰 구름 사라지면 그대로 청산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