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간에 한 번쯤 외었던 신석정(辛夕汀) 시인의 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히 생각나는 계절이다. 모두 봄을 기다리며 서로를 의지한 채 감내해야 할 시간이리라.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성당시대 변새시인 잠삼(岑參)의 춘몽(春夢)이다. 시는 봄꿈을 깔끔하게 그린 명작(名作)으로 고향을 멀리 떠나 있는 남편이 고향집과 아내를 그리워하며 먼 변새(邊塞)에서 지은이 자신의 마음을 그린 것으로 지금까지 널리 애송되는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춘몽(春夢 : 봄날의 꿈)
洞房昨夜春風起(동방작야춘풍기) 어젯밤 방안에 봄바람 일더니
遙憶美人湘江水(요억미인상강수) 멀리 *상강의 임 생각 절로 나네
枕上片時春夢中(침상편시춘몽중) 베갯머리 잠깐의 봄꿈 속에
行盡江南數千里(행진강남수천리) 강남의 수천리를 갔다 왔다네
잠삼(岑參 715~770)은 성당(盛唐)의 시인으로 호북성 남양(南陽)에서 태어난 몰락한 사대부 집안 출신이다. 형주(荊州, 강릉(江陵)로 옮겨 살았다. 태종 때의 재상 잠문본(岑文本)의 후손으로 현종 천보(玄宗 天寶) 3년(744) 30세에 진사 급제하고 안서도호부 절도사(安西都護府 節度使) 고선지(高仙芝) 장군의 막하서기(幕下書記)를 지냈는데 고선지 장군은 고구려 사람이다. 이어 안서북정도호 봉상청(安西北庭都護 封常淸)의 절도판관(節度判官)이 되어 신강(新疆)으로 가서 변방 지방의 생활을 체험했고, 사천성 아미산(峨眉山) 동남쪽의 가주자사(嘉州刺史)를 역임해 잠가주(岑嘉州)라 부르기도 한다.
안록산(安祿山)의 난 때에는 숙종 아래에서 우보궐(右補闕)로 있었고 태자중윤(太子中允) 이후 불우한 역경에 빠져 각지를 전전하다가 촉(蜀)의 성도(成都)에서 55세의 나이로 객사했다. 고적(高適)과 함께 국경 지방의 풍물을 실감 있고 호방(豪放)하게 읊어 변새시인(邊塞詩人 : 국경의 군인 및 고향의 여인을 소재로 한 시를 쓴 사람)이라고도 하며, 이 두 시인은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었다. 문집에 잠가주집(岑嘉州集) 7권이 있다.
*상강(湘江 : 중국 호남성湖南省을 흐르는 강으로 동부의 흥안현(興安縣)에 있는 해양산(海陽山)에서 발원하여 형양(衡陽), 장사(長沙) 등 여러 도시를 거치면서 많은 지류와 합쳐져 동정호(洞庭湖)로 흘러든다. 유역에 명승지가 많으며 소상팔경(瀟湘八景)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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