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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음주 20-3수(陶淵明 飮酒 20-3首) 과거 젊었던 시절 뇌리에 쌓인 번잡함을 씻고자 가끔 회심곡을 듣곤 했다. 가사 내용 중 “장차 백세를 다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에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 사는 인생”이 나온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즐겁고 행복한 삶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잠자는 시간은 누구나 공평하다 하겠으나 걱정 근심 속에 살아가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그 소중한 권리행사를 접고 불행의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그 틀 안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일체가 마음먹기 달렸다 하나 오로지 마음공부를 통해 짧디짧은 40년. 주어진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9년 전 백거이(白居易) 시 대주(對酒) 2에서 소개한 바 있는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더보기
도연명 음주 20-2수(陶淵明 飮酒 20-2首)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기대수명 83.5년은 OECD 1위 장수국인 일본(84.7년) 다음이고 OECD 국가 평균(80.5년)보다 3년 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타고난 장수유전자와 식생활 습관이 장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겠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기네스북에 실린 프랑스 여성으로 122세까지 살다가 1997년 사망했다고 하며, 120세를 넘어서까지 살았던 유일한 인류였다. 홍해파리 또는 작은보호탑 해파리라고 불리는 이 동물은 생물학적으로 불멸의 존재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해파리가 번식 후 자연적인 노화로 죽는 반면 이 해파리는 번식이 끝나면 미성숙 상태인 ‘폴립(Polyp)’으로 돌아간다. 늙었다가 젊어지기를 반복하며 영생하는 셈이다.. 더보기
도연명 음주 20-1수(陶淵明 飮酒 20-1首) 앞서 해동서성(海東書聖) 김생(金生) 언급한 바 있는데 우리나라 현재의 서단(書壇)과 화단(畵壇) 단면을 한번 더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몇 해 전 문인화(文人畵)와 서예에 조예(造詣)가 깊다는 한 분을 소개받아 잠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분께서 장황하게 본인의 프로필에 대해 자랑 하면서 전국 공모전에 수상이력과 수상작, 본인의 최근 작품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 수상작 수준도 기대 이하이며, 관련 지식이나 기본적 소양도 부족하여 문외한인 내가 봐도 졸작에 지나지 않아 의문을 품고 수상 내력을 차근차근 물어보니 서단이나 문인화 분야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원로 또는 심사위원이 운영하는 학원에 1년정도 다니면서 원장의 지도하에 특선 2회, 입선 2회를 수상했는데 수상방법은 원장이 직접 쓰거나 그려준 .. 더보기
도연명 음주 서문(陶淵明 飮酒 序文) 오래전 퇴근길 아내와 아파트경비원이 얘기를 하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바로 내 예기였다. 오랫동안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분으로 입주자의 동정을 낱낱이 꿰고 있었기에 내가 술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매일 술 마시는 애주가 라는 아내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경비원이 보기에 술 취한 행동을 전혀 보지 못했고 늦게 귀가하면 업무가 많으셨구나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술을 마시되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함을 주어서는 절대 안된 다는 관념이 몸에 베인 탓 이리라. 다산 정약용은 음주망국(飮酒亡國 : 술을 마시면 나라가 망하고), 음다흥국(飮茶興國 : 차를 마시면 나라가 흥한다)과 같이 술을 마시는 국민은 차를 마시는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것은 이.. 더보기
김인후 백련초해 93~100(金麟厚 百聯抄解 其九十三 . ~ 其百.) 한시를 공부하는 초학자의 심정으로 6월 초 시작한 지 한 달 동안 11회에 걸쳐 1400자를 자서(自書)한 백련초해(百聯抄解)가 끝났다. 백련초해는 초학자에게 한시를 가르치기 위하여 16세기 조선 명종 때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 ~ 1560)의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 내용은 칠언고시(七言古詩) 중에서 연구(聯句) 100수를 뽑아 한글로 해석을 붙인 책이다. 국가의 기본 이념인 성리학의 최전성기(最全盛期) 때 기라성 같은 학자로는 영남(嶺南)에는 이황(李滉), 조식(曺植)이 있었고, 기호(畿湖)에는 이이(李珥), 그리고 호남(湖南)에는 기대승(奇大升)과 김인후(金麟厚)가 있었다. 김인후는 전남 장성(長城) 출신으로 인종의 세자 시절 스승이었기도 하였고, 기대승이 이황과 사단칠정(四端.. 더보기
김인후 백련초해 81~92(金麟厚 百聯抄解 其八十一. ~ 其九十二.) 오랫동안 주말농장을 하다 보면 어느 식물이라도 나름대로 생존전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생존전략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봄이오면 연녹색 푸른 잎이 나기 시작할 때쯤 여러 곤충 들은 알에서 깨어나 왕성한 먹이활동을 시작할 무렵 새들은 둥지를 트고 건강한 새끼를 키우게 된다. 이렇게 생태계에서 계절에 따라 생물이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생물계절(生物季節)'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식물들은 쉽게 애벌레나 식물을 먹고사는 동물의 공격에 마냥 당하고 있지는 않다. 아프리카 기린의 주 먹이가 아카시아 잎인데 기린이 잎을 다 따먹지 못하도록 길고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하고, 독성이 강한 개미와 공생을 하며 기린의 공격에 대비를 하고 있다. 이에 기린 또한 전략을 발전시켜 가시에.. 더보기
김인후 백련초해 71~80(金麟厚 百聯抄解 其七十一. ~ 其八十.) 실로 오랜만에 대지를 적시는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내가 근무하는 세종시 공사현장 주변에도 오랜 가뭄으로 척박(瘠薄)하고 매 마른 대지에 씨앗이 날아와 싹을 튄 식물은 전달받은 강력한 유전자의 지시에 의하여 일찌감치 한 뼘도 되지 않은 크기로 자라 서둘러 꽃을 피우고 종족번식을 위한 채비를 하고 있다. 환경이 좋은 곳에서 뿌리를 내렸다면 족히 1m는 자라야 할 식물들이다. 오직 잡초만이 힘든 환경을 버티며 이겨내고 있는 것을 보면 악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대물림이 어려운 환경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경쟁력을 기른 덕분일 것이다. 수 십 년간 주말농장을 하며 특용작물 등을 재배하고 있는 나로서도 긴 가뭄에 비가 내린다는 것은 고대하던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이 반갑기 그지없다. 지금 내리는 비.. 더보기
두보 시 가인(杜甫 詩 佳人)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즉시 궁금증을 확인하거나 해소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그 지식은 5초의 벽을 뛰어넘기 어렵다. 휴대폰을 통해 모든 의문을 5초 이내 해소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이 맘 때쯤 골프에 몰입되어 있을 때 어느 골프장 캐디가 나무이름을 물어본 일이 있었는데 그 나무가 자귀나무였다. 마치 부채를 펼쳐 놓은 듯한 연보라 빛 꽃이 피어 있는 자귀나무가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는데 나무이름을 몰라 궁금하던 차에 내가 알려주니 환한 미소를 지웠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외 몇 가지 궁금했던 나무, 꽃 이름을 알려 주니 수첩에 기재를 하며 무척 고마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사진을 찍어 검색하면 즉시 확인할 수 있으니 휴대폰은 문명의.. 더보기
김인후 백련초해 59~70(金麟厚 百聯抄解 其五十九. ~ 其七十.)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유교적 전통문화 영향과 높은 교육열로 세계적으로 가장 똑똑한 민족에 속한다. 면적으로 보면 보 잘 것 없지만 5천만이 넘는 인구와 자동차, 반도체, 조선, 화학, 국방, 우주산업 등 국가발전의 핵심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 과거 미래 석학들이 한국을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인구절벽으로 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15년간 약 2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 그 많은 예산은 어디에 썼고 샜을까? 10여 년 전 대선후보 가운데 허경영 씨가 내걸었던 공약 중 아기 출산 시 3천만 원 즉시 지급이 지켜졌으면 세계 최저출산율의 오명은 피했을 것이다. 280.. 더보기
김인후 백련초해 47~58(金麟厚 百聯抄解 其四十七. ~ 其五十八.) 인간으로 태어나 오늘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하거니와 행복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 있기까지 생명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진화생물학에서 단순한 유기 화합물과 같은 무생물로부터 생명이 발생하는 자연적 과정일 수 있으나 다수의 과학 가설들은 생명의 기원은 단일 사건이 아니었고, 자기 복제, 자기 조립, 자가 촉매 및 세포막의 출현과 관련된 복잡성이 증가되는 진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무생물(無生物)로부터 생명이 기원했다는 것은 과학계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다. 가장 오래된 생명의 흔적은 약 35억 년 전의 호주 서부 와라우나 층군(層群 : 지구 지층의 층서를 구분하는 단위의 하나)의 남세균(藍細菌 : 명사 생명 핵막으로 싸인 핵이나 다른 세포 소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