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주말농장을 하다 보면 어느 식물이라도 나름대로 생존전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생존전략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봄이오면 연녹색 푸른 잎이 나기 시작할 때쯤 여러 곤충 들은 알에서 깨어나 왕성한 먹이활동을 시작할 무렵 새들은 둥지를 트고 건강한 새끼를 키우게 된다. 이렇게 생태계에서 계절에 따라 생물이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생물계절(生物季節)'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식물들은 쉽게 애벌레나 식물을 먹고사는 동물의 공격에 마냥 당하고 있지는 않다.
아프리카 기린의 주 먹이가 아카시아 잎인데 기린이 잎을 다 따먹지 못하도록 길고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하고, 독성이 강한 개미와 공생을 하며 기린의 공격에 대비를 하고 있다. 이에 기린 또한 전략을 발전시켜 가시에 찔려도 상처가 나지 않도록 진화를 했지만 독성때문에 5분이상 한 아카시아 나무에 머물지 않는다고 한다.
기린이 잎을 다 먹지 못하도록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잎 안에 저장하는데 대표적인 물질이 타닌(tannin)이다.
이와 같이 식물이 푸른색을 띠는 잎이나 열매는 독성이 있다는 강력한 경고의 표시인 것이다. 사람도 여린 잎이나 열매는 익히거나 데쳐서 독성을 제거 후 먹거나 효소를 담기도 한다.
수많은 도전을 견디고 열매를 맺은 식물은 결실의 시기에 눈에 드러나는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화시켜 맛과 향기로 유혹하며 동물들을 끌어들여 더 먼 곳으로 종족번식을 위한 치열한 전략이 성공을 거두었기에 현재까지 서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연은 인간의 위대한 스승이라 부른다.
오늘부터 본격 장마가 시작되었다. 텃밭에도 장마에 대비하여 이틀 동안 감자 수확 및 고추, 토마토에 지지대고정과 끈을 묶는 작업을 진행했다. 덥고 힘든 주말을 보내며 변해가는 텃밭풍경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아울러 연이어 하서(河西) 선생의 백련초해(百聯抄解) 자서(自書)와 함께 그 뜻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김인후 백련초해 81~86(金麟厚 百聯抄解 其八十一. ~ 其八十六.)
春光不老靑松院(춘광불노청송원) 봄빛은 푸른 소나무 뜰에서 늙지 않고
秋氣長留翠竹亭(추기장류취죽정) 가을은 푸른 대나무 정자에서 오래 머무는구나.
身立風端細柳態(신립풍단세류태) 미인의 고운 몸매 바람결에 날리니 실버들 같고
眉臨鏡面遠山容(미림경면원산용) 아리따운 그 눈매 거울에 비치니 먼 산의 모습이로구나.
獨鞭山影騎驢客(독편산영기려객) 홀로 산 그림자를 밟으며 채찍질하는 이는 나귀 탄 나그네요
閑枕松聲伴鶴僧(한침송성반학승) 한가로이 솔바람소리를 베고 누운 이는 학을 벗하며 사는 늙은 중이로구나.
螢火不燒籬下草(형화불소리하초) 반딧불로는 울타리 아래 풀잎을 불사르지 못하고
月鉤難卦殿中簾(월구난괘전중렴) 낚시 같은 초승달로는 집안의 주렴은 걸기가 어렵구나.
山頭夜戴孤輪月(산두야대고윤월) 산봉우리는 밤새 외로운 달을 이었고
洞口朝噴一片雲(동구조분일편운) 마을 앞 동구는 아침에 한 조각구름을 뿜는구나.
山影倒江魚躍岫(산영도강어약수) 산 그림자 강물에 비치니 고기가 산속에서 뛰노는 듯하고
樹陰斜路馬行枝(수음사로마행지) 나무그림자 길가에 드리우니 말이 나뭇가지 위로 걸어가는구나.
김인후 백련초해 87~92(金麟厚 百聯抄解 其八十七. ~ 其九十二.)
山靑山白雲來去(산청산백운래거) 산이 푸르고 흰 것은 구름이 오고 가기 때문이요
人樂人愁酒有無(인락인수주유무) 사람이 즐겁고 시름하는 것은 술이 있고 없는 탓이로다.
月掛靑空無柄扇(월괘청공무병선) 달이 푸른 하늘에 걸린 모습은 자루 없는 부채요
星排碧落絶珠纓(성배벽락절주영) 별들이 하늘에 깔려 있는 모습은 실 끊어진 구슬이로구나.
朝愛靑山蹇箔早(조애청산건박조) 아침엔 청산을 사랑하여 일찍 일어나 주렴을 걷고
夜憐明月閉窓遲(야련명월폐창지) 밤에는 밝은 달빛이 아까워 창문을 더디 닫네.
鳥去鳥來山色裏(조거조래산색리) 새들은 푸른 산의 짙은 색을 누비며 날아가고 날아오는데
人歌人哭水聲中(인가인곡수성중) 사람들은 강물 소리 따라 노래를 부르며 또 울기도 한다네.
螢飛草葉無烟火(형비초엽무연화) 반딧불이 풀잎에서 나는 것은 연기 없는 불이요
鶯囀花林有翼金(앵전화림유익금) 꾀꼬리 꽃나무에서 우는 것은 날개 달린 금덩이로구나.
庭畔竹枝經雪茂(정반죽지경설무) 뜰 가의 대나무 가지는 눈 속에서 무성하고
檻前桐葉望秋零(함전동엽망추령) 난간 앞 오동잎은 가을을 맞아떨어지네.
(텃밭풍경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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