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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두보 시 가인(杜甫 詩 佳人)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즉시 궁금증을 확인하거나 해소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그 지식은 5초의 벽을 뛰어넘기 어렵다. 휴대폰을 통해 모든 의문을 5초 이내 해소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이 맘 때쯤 골프에 몰입되어 있을 때 어느 골프장 캐디가 나무이름을 물어본 일이 있었는데 그 나무가 자귀나무였다. 마치 부채를 펼쳐 놓은 듯한 연보라 빛 꽃이 피어 있는 자귀나무가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는데 나무이름을 몰라 궁금하던 차에 내가 알려주니 환한 미소를 지웠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외 몇 가지 궁금했던 나무, 꽃 이름을 알려 주니 수첩에 기재를 하며 무척 고마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사진을 찍어 검색하면 즉시 확인할 수 있으니 휴대폰은 문명의 이기(利器) 임이 분명하다.

자귀나무(silk tree)는 쌍떡잎식물 장미목(薔薇目) 콩과의 낙엽소교목(落葉小喬木)으로 우리나를 비롯해 일본, 이란 남아시아에 분포하며, 낮에 펴졌던 자귀나무 잎이 밤이되면 서로 마주보며 합해진다고 하여 부부의 금실(琴瑟)을 상징하는 나무로 합환수(合歡樹), 합혼수(合昏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여설목(女舌木)라고도 한다. 이런 연유로 산과 들에서 자라는 나무를 마당에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 나무를 깎는 연장인 자귀대의 손잡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나무였기 때문에 자귀나무라고 하며 소가 잘 먹는다고 소쌀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자귀나무 껍질은 한방에서 합환피(合歡皮)라고 해서 우울증, 불면증 등에 쓰인다. 타박상, 골절 등에도 잘 듣는다고 한다.

 

자귀나무 관련 한시(漢詩)는 당 시인(唐 詩人) 두보(杜甫)의 가인(佳人)이라는 시에서 합혼수(合昏樹 : 해가지면 잎이 서로 합해지는 나무)로 등장한다. 두보 시 자서(自書)와 함께 지난 주말 해질 무렵 산책길에 마주한 자귀나무 사진과 함께 올려보았다.

 

가인(佳人 : 산골에 사는 미인)

絶代有佳人(절대유가인) 당대엔 드문 아름다운 사람 있어

幽居在空谷(유거재공곡) 빈 산골에 혼자 산다오

自云良家子(자운량가자) 스스로 말하길, 좋은 집안의 자식인데

零落依草木(령낙의초목) 집안이 망하여 초근목피에 생계를 의지한다고

關中昔喪亂(관중석상난) 대궐 안에 난리가 나서

兄弟遭殺戮(형제조살륙) 형제자매 다 죽었다네

官高何足論(관고하족논) 벼슬이 높았음을 어찌 따지리오

不得收骨肉(부득수골육) 가족의 골육도 거두지 못했거늘

世情惡衰歇(세정오쇠헐) 세상인심은 몰락은 싫어하고

萬事隨轉燭(만사수전촉) 세상만사 바람 따라 움직이는 촛불 같은 것

夫婿輕薄兒(부서경박아) 남편은 경박하여

新人美如玉(신인미여옥) 새 사람 들여와 옥같이 여긴다오

合昏尙知時(합혼상지시) 합혼(자귀나무)도 오히려 밤 되면 합해짐을 알고

鴛鴦不獨宿(원앙부독숙) 원앙새도 혼자는 잠 못 자는데

但見新人笑(단견신인소) 남편은 새 사람의 웃음만 보고

那聞舊人哭(나문구인곡) 어찌 나의 울음은 듣지도 못하는가

在山泉水淸(재산천수청) 산에 있는 샘물은 맑지만

出山泉水濁(출산천수탁) 산을 나서면 흐려진다오

侍婢賣珠回(시비매주회) 몸종은 구슬 팔고 돌아와

牽蘿補茅屋(견나보모옥) 덩굴을 끌어다 띠풀집을 고치네

摘花不揷發(적화부삽발) 꽃을 꺾어도 머리에 꽂지 않고

采柏動盈掬(채백동영국) 잣을 땀에도 손에 가득 움켜쥐었소

天寒翠袖薄(천한취수박) 날씨가 차가워져 푸른 소매가 엷어 보여도

日暮倚修竹(일모의수죽) 저물도록 대숲에 기대어 기다린다오

 

(자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