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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소강절 환희음(邵康節 歡喜吟) 중국 역대 대표 역사서인 이십사사(二十四史) 중 가장 오래된 통사(通史)를 기록한 사기(史記)에는 백두여신(白頭如新)의 내용이 있다. 머리가 백발(白髮)이 되도록 오래 사귀었어도 서로 마음을 깊이 알지 못하면 새로 사귄 사람과 다름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대비되는 고사 중 경개여고(傾蓋如故)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잠시 만나도 옛 친구처럼 친함을 뜻한다. 공자가 길을 가다가 정자(程子)를 만나 수레의 일산(日傘 : 陽傘)을 기울이고 이야기하며 친해졌음을 뜻하는데 정참잠경개 유련홀수석(停驂暫傾盖 留連忽數夕 : 말을 멈추고 일산을 기울여, 잠깐 묵는다는 게 며칠 저녁이었네..)의 유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친한 절친(切親)을 뜻하는 교슬지교(膠膝之交)는 아교나 옻과 같이 아주 친밀하여 서로 떨.. 더보기
성재 신익상 소한전일설후대풍(醒齋 申翼相 小寒前日雪後大風) 소한(小寒)이 지난 지 3일이 되었다. 24 절기는 중국 황화 유역의 기후를 중심으로 하였기에 우리나라 기후와 차이가 있다. 절기의 이름으로 보면 소한 다음 절기인 대한(大寒) 때가 가장 추워야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가장 춥다. 우리나라에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시기가 양력 1월 15일 무렵으로 이때는 전국이 최저 기온을 나타낸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소한추위는 매섭다. 내일은 서울기온이 영하 12도로 내려가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다고 한다. 과거 영하 15도 이하의 날씨는 허다했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한 혹한의 날씨 소식이 반갑게 다가온다. 새벽마다 오르는 영종의 백운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바람에 콧등이 시리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인.. 더보기
학포 양팽손 우음(學圃 梁彭孫 偶吟) 오늘날의 한국불교(佛敎)는 흥망성쇠(興亡盛衰)의 쇠퇴기(衰退期)에 서 있는 느낌이다.성철(性徹) 스님 이후 법을 전수받은 제자들도 서서히 자취를 잃어가고 있으며 인구감소와 함께 스님이 되겠다는 지원자도 현격하게 줄어 10여년 이후에는 빈 사찰이 점 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처절한 탐구와 용맹정진(勇猛精進)으로 대오(大悟)를 한 스님이 나타난다 해도 인가해 줄 도인(道人)이 없다면 하는 기우(杞憂)를 해본다. 중흥기(中興期)였던 신라, 고려시대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 전란을 겪으며 어려웠던 시기에 훌륭한 스님들이 대거 출현해 근대 불교를 이끌었던 고승(高僧)들은 발자취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은 선사로 재조명될 것이다. 불교에서 화두(話頭)를 공안·고칙(公案·古則)이라 하는데 스승이 제자에게 제시하는 깨침으로.. 더보기
서거정 원일(徐居正 元日) 원일(元日)은 음력 정월 초하룻날이다. 2025년도 기준으로 새해 첫날은 음력 기준 1월 29일에 해당되는 날이다. 이때가 되면 남녘에는 매화소식이 전해오고 멀리 보이는 버들가지도 생기가 돋는 시기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서거정(徐居正)의 원일(元日) 시는 그의 나이 42세가 되어 새해아침을 맞이하며 지은 시로 첫 구절에 사십시강사(四十是强仕)라 했는데 강사(强仕)는 40세를 말하며, 예기(禮記)에서 일생에서 가장 관직에 임하기 알맞은 때(强仕之年)라는 뜻이다. 사가정(四佳亭) 선생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한 바 있다.  : 사가정 서거정 시 삼복, 수기, 춘일, 백국, 불개국화, 울산태화루(四佳亭 徐居正 詩 三伏, 睡起, 春日, 白菊, 菊花不開.., 蔚山太和樓) (tistory.com)  지금은 음력이 양력.. 더보기
가정 이곡 신년(稼亭 李穀 新年)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유구한 역사를 이어져 온 동양의 새해 의미는 과학과 수학이 앞선 서양의 영향으로 양력(陽曆) 기준으로 점차 흡수되었다. 하지만 민족 최대명절인 설날과 추석, 부처님 오신 날은 여전히 음력(陰曆)을 기준으로 변하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양력이 도입되기 이전에 새해 관련 한시를 살펴보면 혹한이 지난 후 매화가 피기 전 봄기운이 완연한 2월 중. 하순의 정취를 읊고 있다. 즉 설날이 새해를 맞이하는 원일(元日)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문역리학회(天文易理學會)는 동지(冬至)를 동양철학회(東洋哲學會)는 입춘(立春)을 새해가 시작되는 원일로 삼았기에 사주팔자는 각 학회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젊은 시절 새해는 큰 희망과 포부로 새롭게 시작하는 .. 더보기
우겸 제야태원한심(于謙 除夜太原寒甚) 갑진년(甲辰年)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 날이다. 일상적인 어제와 오늘이 아닌 한 해의 마무리 이자 새로운 출발을 계획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항상 그러했듯이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된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한다는 것은 후회가 없어야 하며, 스스로 자신에 대한 칭찬이 많았던 보람찬 과거로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지구온난화로 혹한(酷寒), 매서운 추위는 소식은 서서히 사리지고 영하 8도만 되어도 춥게 느껴진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았고 찬물에 세수한 후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달라붙는 그러한 시절은 먼 옛이야기가 되었다.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혹한을 견디며 맞이하는 봄이 기다려지고 소중하기 때문이기에 중국 명나라의 중신.. 더보기
여류시인 남정일헌 제석유감(女流詩人 南貞一軒 除夕有感) 매년 섣달그믐(除夕)에 울리는 서울 종로 보신각(普信閣)에서의 타종은 각 사찰에서 중생들의 번뇌를 없애기 위해 108번의 타종을 하던 불교식 행사에서 유래했다. 과거 조선정부가 태양력을 채택하고 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삼기 전에는 음력 섣달그믐날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설 하루 전으로 보통 1월 말에서 2월 중순에 해당됨으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제야(除夜)와 신년(新年)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동양에서 사용한 음력은 달을 기준으로 하여 만든 것으로 달이 지구를 도는 시간은 대략 29.5일이다. 이를 1년으로 계산하면 약 354일이 걸리며 양력은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의 공전주기에 맞춰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기준 365일로 계산하기에 1년에 약 11일이.. 더보기
가정 이곡 고한(稼亭 李穀 苦寒) 2주만 지나면 갑진년(甲辰年) 한 해가 흐르는 세월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돌이켜 보면 새해 시작점이 어제 같은데 세모(歲暮)의 끝자락에 서있다. 쏜살같이 지나간 세월이 아니라 총알처럼 지나갔다. 하루를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기 위한 삶의 일상은 무엇인가? 무심코 무탈하게 세월에 기탁하여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리도 갈망했던 내일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 뇌이게 된다.과거 세모의 거리의 인파와 온정이 넘쳤으나 작금의 분위기는 참으로 암울(暗鬱)하기만 하다. 일상 소식을 듣고자 TV를 켜면 온통 계엄과 탄핵 소식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기에 아예 방송을 틀지 않고 붓 잡고 글 쓰는 시간이 늘었다. 하나를 포기하면 그 시간적 공간에 다른 하나가 채워지기 마련이라 얻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참으로 개탄.. 더보기
의루(倚樓) 관련 한시 3수 : 두목 초동야음(杜牧 初冬夜飮), 축열림 추만등루(祝悅霖 秋晚登樓), 조하 장안만추(趙嘏 長安晚秋) 사람 인(人) 한자는 상형문자(象形文字)로서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사람을 형상화 했다는 설과 모름지기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는 데서 서로 기대는 모습을 본 땄다는 설 등이 있다. 몸이나 물건을 무엇에 의지하면서 비스듬히 대는 것을 기댄다고 하며, 외부의 힘이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견딜 수 있도록 해 주는 사람이나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버팀목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힘들거나 어려울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사람이 곁에 있어 의지하며 기댈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준다. 옛사람들은 해 질 무렵 누각 또는 난간에 기대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나 서산에 지는 노을빛을 바라보며 화려했던 지나간 영화(榮華)를 회상하는 것을 의루(倚樓), 의란(倚欄)이라 했다. 갑진년(甲辰年.. 더보기
매월당 김시습 설효 3수, 무제 1수(梅月堂 金時習 雪曉 3首, 無題 1首)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1435∼1493) 선생은 앞서 수회 소개한 바 있다. 김시습은 일찍이 천하가 인정하는 신동(神童)이자 신재(神才)로 명성이 높았던 그는 조선 초기의 문인, 학자, 불교 승려이자 생육신(生六臣)의 한 사람이다. 한성부(漢城府 : 한양)에서 출생으로 본관은 강릉(江陵), 자(字)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동봉(東峰)·벽산청은(碧山淸隱)·췌세옹(贅世翁), 불교 법명은 설잠(雪岑)이다. 수양대군(首陽大君)이 자행한 단종에 대한 왕위 찬탈에 불만을 품고 은둔생활을 하다 승려가 되었으며,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일설에는 그가 사육신의 시신을 몰래 수습하여 경기도 노량진(현재의 서울 노량진 사육신 공원)에 암장했다고도 한다. 1493년 조선 충청도 홍산군(鴻山郡 : 부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