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甲辰年)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 날이다. 일상적인 어제와 오늘이 아닌 한 해의 마무리 이자 새로운 출발을 계획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항상 그러했듯이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된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한다는 것은 후회가 없어야 하며, 스스로 자신에 대한 칭찬이 많았던 보람찬 과거로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지구온난화로 혹한(酷寒), 매서운 추위는 소식은 서서히 사리지고 영하 8도만 되어도 춥게 느껴진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았고 찬물에 세수한 후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달라붙는 그러한 시절은 먼 옛이야기가 되었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
혹한을 견디며 맞이하는 봄이 기다려지고 소중하기 때문이기에 중국 명나라의 중신(重臣)인 우겸(于謙)도 혹한 속에 한 해 마지막 날을 보내며 곧 맞이할 봄바람이 곁에 왔음을 느껴보고자 그 감흥을 읊었으리라.
곧 소한, 대한이 지나면 입춘이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제야태원한심(除夜太原寒甚 : *태원땅의 극심한 추위 속에 한 해를 보내며)
寄語天涯客(기어천애객) 하늘 끝에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들이여
輕寒底用愁(경한저용수) 가벼운 추위임에도 뭘 그리 걱정하시오.
春風來不遠(춘풍내부원) 봄바람은 머잖아 찾아오리니
只在屋東頭(지재옥동두) 바야흐로 집 동쪽까지 불어왔다오.
*태원(太原)은 중국 산시성(山西省)의 성도(省都)이며 2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의 옛 도시로 옛날에는 진양(晉陽)이라 불렀던 도시이다. 또한 북한(北漢 951년 ~ 979년) 시기에는 용성(龍城)이라고도 불렀다. 예로부터 줄곧 베이징(北京)과 뤄양(洛陽) 사이의 교통 요지이기도 하다. 태원 은 BC 497년의 춘추시대(春秋時代) 때 조간자(趙簡子 ? ~ BC 476년)가 건설했으며 당시에는 진양이라 불렀다.
우겸(于謙, 1398 ~ 1457)은 자(字)는 정익(廷益), 호는 절암(节庵)이고 시호는 충숙(忠肅), 중국 명(明) 왕조의 중신(重臣)으로 절강(浙江) 전당현(錢塘縣) 사람이다. 관직은 병부상서에 이르렀다.
우겸은 영락(永樂) 신축년에 진사(進士)로 급제하였으며, 한왕(漢王) 주고후(朱高煦)의 모반을 진압하는데 참가하여 공을 세우고 명 선종(宣宗)에게 중용되어 황명을 받들어 산서(山西), 하남(河南) 등지를 순무(巡撫 : 각처(各處)로 돌아다니면서 백성(百姓)들의 인심(人心)을 위로(慰勞)하고 달래는 일) 하기도 하였다. 명 영종(英宗) 때에 환관 왕진(王振)에게 죄를 지어 하옥되었으나 석방되어 후에 병부시랑(兵部侍郎)으로 기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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