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유구한 역사를 이어져 온 동양의 새해 의미는 과학과 수학이 앞선 서양의 영향으로 양력(陽曆) 기준으로 점차 흡수되었다. 하지만 민족 최대명절인 설날과 추석, 부처님 오신 날은 여전히 음력(陰曆)을 기준으로 변하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
양력이 도입되기 이전에 새해 관련 한시를 살펴보면 혹한이 지난 후 매화가 피기 전 봄기운이 완연한 2월 중. 하순의 정취를 읊고 있다. 즉 설날이 새해를 맞이하는 원일(元日)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문역리학회(天文易理學會)는 동지(冬至)를 동양철학회(東洋哲學會)는 입춘(立春)을 새해가 시작되는 원일로 삼았기에 사주팔자는 각 학회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젊은 시절 새해는 큰 희망과 포부로 새롭게 시작하는 목표와 의미를 스스로 부여했으나 나이가 들 수록 소소한 일상을 보람차게 이어가며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으로 목표가 변하게 된다.
주변에 만나는 지인과의 새해 인사는 "복 많이 받으세요~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하거나 활기찬 새해를 맞이하라는 덕담을 나누곤 한다.
앞서 소개한 바 있는 가정 이곡(稼亭 李穀)선생의 고한(苦寒)을 견디며 신년을 갈구하였으리라.
가정 이곡 고한(稼亭 李穀 苦寒) (tistory.com)
비록 70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예나 지금이나 새해에 대한 정취는 변함이 없다.
신년(新年)
新年風雪斷人來(신년풍설단인래) 새해의 눈바람에 사람 오는 것 끊기어
三日山扉掩不開(삼일산고엄불개) 삼일 동안 산의 사립문 열지 아니하고 닫았네.
臘酒浮蛆春滿室(납주부저춘만실) 섣달 술밥이 삭아 뜨니 집안에 봄기운 가득하고
綵衣堂上獻深杯(채의당상헌심배) 색동옷 입고 집안 어른께 넉넉하게 잔을 올리네.
此行眞欲賦歸來(차행진욕부귀래) 참된 욕심은 이 보다 먼저 돌아와 시를 짓고
便好茅堂勝處開(편호모당승처개) 초가집에 편히 쉬며 경치 좋은 곳 찾으리라.
半斷樹根仍作枕(반단수근잉작침) 나무뿌리 반쯤 잘라 이를 베개 삼고
曲防溪水爲流杯(곡방계수위류배) 굽이 흐르는 시냇물 막아 술잔을 뛰우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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