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 지나면 갑진년(甲辰年) 한 해가 흐르는 세월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돌이켜 보면 새해 시작점이 어제 같은데 세모(歲暮)의 끝자락에 서있다. 쏜살같이 지나간 세월이 아니라 총알처럼 지나갔다.
하루를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기 위한 삶의 일상은 무엇인가? 무심코 무탈하게 세월에 기탁하여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리도 갈망했던 내일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 뇌이게 된다.
과거 세모의 거리의 인파와 온정이 넘쳤으나 작금의 분위기는 참으로 암울(暗鬱)하기만 하다. 일상 소식을 듣고자 TV를 켜면 온통 계엄과 탄핵 소식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기에 아예 방송을 틀지 않고 붓 잡고 글 쓰는 시간이 늘었다. 하나를 포기하면 그 시간적 공간에 다른 하나가 채워지기 마련이라 얻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대통령의 독선적 계엄선포 행위로 국가 이미지 추락과 함께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진정하고 건전한 보수층 마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였기에 그에 따른 책임은 혹독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함께 살펴볼 가정 이곡(稼亭 李穀. 1298 ~1351)은 고려 말의 문신이자 대학자일 뿐만 아니라 목은 이색(牧隱 李穡)의 아버지 이기도 한 그는 1332년 원(元)나라에 들어가 정동성(征東省) 향시에 수석으로 선발되었으며 다시 전시(殿試)에 차석으로 급제한 인물로 시에도 능하여 동문선(東文選)에는 100여 편에 가까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가정(稼亭)선생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한 바 있다. : 가정 이곡(稼亭 李穀) 국화 관련 한시 2수 : 십일국(十日菊), 황화주(黃花酒) (tistory.com)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70 여 년이 지났지만 그 당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서 눈 내린 깊은 밤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견디며 만사가 뜻대로 되지 않음을 한탄하면서 가난한 시인의 마음으로 고금에도 그러했듯이 봄이 오면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언덕에 매화를 찾아가고자 하는 심정으로 곧 봄이 오리라는 희망의 뜻을 높은 격조로 읊었기에 그 의미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고한(苦寒 : 모진 추위)
朔吹搖空歲暮天(삭취요공세모천) 삭풍이 몰아치는 한 해가 저무는 날
颼颼老屋讀書氈(수수로옥독서전) 찬 바람소리 낡은 집에 담요 덮고 독서하네.
一寒到骨那能解(일한도골나능해) 뼈에 스미는 추위 어찌 녹일 수 있으랴
萬事關心只自煎(만사관심지자전) 세상만사가 마음에 걸려 그저 혼자서 애태울 뿐.
衾鐵夜深明積雪(금철야심명적설) 이불이 쇳덩이처럼 찬 깊은 밤 눈 쌓여 환한데
樵山市近絶炊煙(초산시근절취연) 나무하는 산이 저자와 가깝건만 불기운 끊겼네.
詩人耐冷今猶古(시인내랭금유고) 시인이 추위 견디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擬訪梅花澗水邊(의방매화간수변) 아~ 산골 시냇물 흐르는 그곳 매화 찾아가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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