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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대둔산 단풍(大芚山 丹楓)

지난해에 이어 가을에 다시 찾은 대둔산(大芚山)은 노령산맥 줄기가 김제의 만경평야를 향하다 금산지역에서 독립된 산군을 이루며 절경을 이룬 곳이다.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리는 이 산은 정상인 마천대(摩天臺. 879.1m)를 비롯하여 사방으로 뻗은 여러 산줄기가 어우러져 칠성봉(七星峰), 장군봉(將軍峯) 등 멋진 암봉을 이루고, 삼선 바위, 용문골(장군봉, 칠성봉), 금강통문(동심암, 금강암, 약수터, 삼선암, 왕관암, 마천대) 등 사방으로 기암괴석과 수목이 한데 어우러져 산세가 수려하다. 마천대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낙조대(落照臺)에 이르는 구간은 특히 장관으로 이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일출, 일몰 광경이 일품이다. 1977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광객을 위해 케이블카, 금강 구름다리 등이 설치되어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5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서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 금강구름다리인데 이는 임금바위와 입석대 사이를 가로질러 놓은 것으로 높이 81m, 길이 50m다. 이곳에는 또한 진산의 태고사(太古寺), 안심사(安心寺), 신고운사(新孤雲寺) 등의 유서 깊은 절도 남아 있다.
지리적으로는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논산시 벌곡면과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雲洲面)의 경계에 있으며, 충남 대둔산도립공원, 전북 대둔산도립공원 등으로 나뉘어 지정되어 있다.
대둔산 단풍의 절정기는 해마다 변하는데 작년에 갔을 때는 절정기 넘었을 뿐만 아니라 긴 가뭄과 이른 서리를 맞은 단풍도 색이 곱지 않았기에 내년에는 10월20일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다짐을 실행하기 위하여 올해 10.24일 등정을 결행하였다.
올 단풍시기는 예년에 비해 1주일 정도 늦게 물들기에 기대한 만큼 곱게 물들지 않았지만 대둔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었다. 9시부터 운행하는 케이블카 인파를 피하기 위해 이른 7시반 출발했는데 우려했던 안개는 조금씩 그쳐갔고 쉬지 않고 가파른 돌계단을 40분 정도 오르면 삼선계단에 도착하여 나 혼자만의 대둔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을풍광을 즐겼다.
마천대 정상에서 좌측으로 허둥바위까지 갔다 다시 마천대에서 우측 낙조대 향하여 중간 지점에서 용문골로 하산하는 코스로 약 4시간이 소요되었다. 평소 체력을 단련한 탓인지 오르내리는 가파른 산행 길도 눈으로 바라보는 풍광에 힘들 틈이 없는 산행을 하였다. 독립운동가인 안중근(安重根) 의사가 읊은 조국 금수강산(祖國 錦繡江山) 시와 두목(杜牧)의 산행(山行) 시에 대한 백거이(白居易)의 화답시(和答詩)를 자서해 보며 산행사진과 함께 작년에 올린 대둔산 산행을 기록한 블로그를 링크하여 올려보았다.
 
대둔산 등정(大芚山 登頂. 2022. 5. 6.) : https://poslink.tistory.com/395

대둔산 등정(大芚山 登頂)

어린이날 이른 새벽에 사전 계획되어 있던 산행을 위하여 숙소를 나섰다. 신록이 우거지고 날씨도 청명하여 모처럼 기분 좋은 산행을 하게 되었는데 목적지는 대둔산(大芚山)이다. 휴일이라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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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가을산행(2022. 11.4.) : https://poslink.tistory.com/441

대둔산 가을산행

출근길 가로수가 연초록으로 옷을 입어가던 실록의 계절이 어제 같은데 벌써 붉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마지막 겨울채비를 하고 있다. 참으로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다. 곧 낙엽이 되어 내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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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단풍)

대둔산 전경
산행코스 : 주차장에서 출발 - 마천대 정상 - 허둥바위 - 마천대 - 칠성봉 - 용문골 - 칠성봉전망대 - 용문골 입구 도착(산행거리 약 5.5Km), 4시간 소요
정상으로 향하는 초입길
4~5일 후 단풍의 절정기가 예상된다
가파른 돌계단길
구름다리

 

 

조국 금수강산(祖國 錦繡江山)  - 의사 안중근(義士 安重根 1879~1910)

山不高而秀麗(산불고이수려) 산은 높지 않으나 빼어나게 아름답고
地不廣而平坦(지불광이평탄) 땅은 넓지 않으나 평탄하여 너그럽네
水不深而淸淸(수불심이청청) 물은 깊지 않으나 맑고도 맑아라
林不大而茂盛(임부대이무성) 숲은 크지 않으나 울창하게 우거졌네
 

삼선계단

 

마천대 정상 개척탑(정상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인식된다)
어디서 날아온 비래석(飛來石)인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장군봉
칠성봉 정상
칠성봉 전망대로 향하는 길(한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용문굴)

 

화두녹사제홍협(和杜綠事題紅葉 : 두목의 단풍 시에 화답하다)  - 백거이(白居易)

寒山十月旦(한산시월단) 차가운 산 시월의 아침
霜葉一時新(상엽일시신) 서리 맞은 나뭇잎 일시에 바뀌었다
似燒非因火(사소비인화) 타는 듯해도 불이 난 건 아니요
如花不待春(여화불대춘) 꽃 핀 듯하지만 봄이 도래한 건 아니라네
連行排絳帳(연행비강장) 가지런히 이어져 짙붉은 장막을 펼친 듯
亂落剪紅巾(란락전홍건) 마구 흩날려 붉은 수건을 자른 듯
解駐籃輿看(해주람여간) 단풍 구경하려고 가마 멈추고
風前唯兩人(풍전유량인) 바람 앞에 선 이는 우리 둘 뿐이려니.
 
당시(唐詩) 가운데 가을 단풍을 읊은 수작을 꼽으라면 당연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이다.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산행 시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遠上寒山石徑斜(원상한산석경사) 비스듬한 돌길 따라 추운 산을 멀리 오르노라니
白雲生處有人家(백운생처유인가)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네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 수레 멈추고 가만히 앉아 늦은 단풍을 즐기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서리에 물든 단풍이 이월화(진달래) 보다 붉구나
 
화답시(和答詩)는 대개 친분이 두텁거나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이끼리 주고받는데 두목(杜牧 803~852)보다 서른 남짓 연장인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화답형식으로 직접 주고받은 것은 아니지만 노년에 두목의 산행 시를 접하며 이에 화답시를 지은 것이다.
향산거사 백거이(香山居士 白居易)는 자가 낙천(樂天)이라 백낙천(白樂天)으로 불리는 당나라 중기의 위대한 시인이다. 앞서 수차 소개하였기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칠설봉의 아름다움은 대둔산의 백미다

 

용문골 입구로 향하는 하산길
주차장에서 바라본 대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