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아름다운 명산들이 에워싸고 있는 서울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수도다. 근교의 도봉산과 북한산, 예봉산과 검단산, 청계산과 관악산은 골산(骨山)과 육산(肉山)의 조화로움 속에 계절마다 변하는 산색의 아름다운 모습은 삶에 힘든 서울 시민에게 큰 위안과 안식처가 되고 있다.
특히 내가 사는 곳에서 차로 2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관악산은 매주 나를 불러들여 멋진 풍광을 자랑하곤 한다.
관악산(冠岳山)은 그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 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이 ‘갓뫼’ 또는 ‘관악’이라고 했다. 관악산은 빼어난 수십 개의 봉우리와 바위들이 많고, 오래된 소나무가 바위와 어우러져 철 따라 변하는 산 모습이 마치 금강산(金剛山)과 같다 하여 ‘ 소금강(小金剛)’ 이라고도 하였으며, 서쪽에 있는 금강산이라 하여 ‘서금강(西金剛)’ 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관악산 산봉우리 모양이 불과 같아 풍수학적으로 화산(火山)이라 경복궁까지 화마(火魔)가 미친다고 하여 산꼭대기에 못을 파고 광화문 양쪽에 불을 막는다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상의 정면을 관악산 방향으로 배치한 연유이기도 하다. 앞서 관악산에 대하여는 몇 회 소개하였기에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2년 넘게 지방에 근무하는 연유로 몇 개월 만에 관악산을 찾아 곱게 물들어 가는 풍광을 사진에 담아 보았으며 연주암(戀主菴) 주련(柱聯) 글귀를 자서해 보았다.
관악산 춘설경 : https://poslink.tistory.com/380
(관악산 단풍)
(연주암 주련)
淸淨善根普回向(청정선근보회향) 훌륭한 선근으로 널리 회행하여
利益群迷恒不捨(이익군미항불사) 언제나 중생들을 버리지 않고 이롭게 하네
悉令一切諸衆生(실령일체제중생) 일체의 모든 중생에게
得成無上照世燈(득성무상조세등) 세상 비추는 가장 높은 등불 이루게 하네.
佛智廣大同虛空(불지광대동허공) 부처님 지혜 넓고 커서 허공과 같아
悉了世閒諸妄想(실료세한제망상) 세간의 헛된 생각 모두 알도다.
* 주련의 순서가 잘못되어 바르게 고쳐보았다( 80권 ‘화엄경’ 권제 24 십회향품(十廻向品)에 실린 게송과 이어서 나오는 두 구절은 ‘화엄경’ 권제 80 입법계품(立法界品)에 실린 게송을 인용했다.)
圓覺山中生一樹(원각산중생일수) 원각산중에 한 그루 나무가 자라나서
開花天地未分前(개화천지미분전)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부터 꽃을 피웠네.
非靑非白亦非黑(비청비백역비흑) 푸르지도 희지도 않고 또 검지도 않으니
不在春風不在天(부재춘풍부재천) 봄바람도 하늘도 어찌 관여할 수 있으리.
산당정야좌무언(山堂靜夜坐無言) 산사의 고요한 밤 말없이 앉았으니
적적요요본자연(寂寂寥寥本自然) 적막과 고요함이 본래 그대로인데
하사서풍동임야(何事西風動林野) 무슨 일로 가을바람 불어 잠든 숲을 흔드나
일성한애려장천(一聲寒雁唳長天) 기러기 소리 내며 장천을 날아가네
三界猶如汲井輪(삼계유여급정륜) 삼계는 마치 우물의 두레박 같아서
百千萬劫歷微塵(백천만겁역미진) 무량한 시간만큼 돌고 티끌 수 만큼 돌고 있으니.
此身不向今生度(차신불향금생도)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更待何生度此身(갱대하생도차신)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제도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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