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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무명자 윤기 북저동(無名子 尹愭 北渚洞) 사방에 벚꽃이 만발하고 피어나는 온갖 꽃들로 백화가 만발한 봄의 절정이다. 가지마다 새싹이 돋아나고 먼 산은 연초록으로 물들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돈다. 지난 주말에는 양재천 일대를 산책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양재천(良才川)은 경기도 과천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청계산에서 발원한 막계천(지방)과 합류하고, 서초구 양재동에 이르러 청계산 동쪽계곡에서 합류한 다음 강남구 대치동을 경유 탄천(지방)으로 유입되는 지방하천으로 유로 총연장은 15.6㎞이며 양재천은 양재동을 관류(貫流)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내가 거주하는 개포동은 대모산(大母山)과 양재천을 끼고 있어 강남의 주거지로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서초, 강남구 재정이 넉넉해서인지 양재천 둑방길에는 수령이 50년이 넘은 벚나무로 조성.. 더보기
김효일 만흥(金孝一 漫興) 오늘은 식목일이자 한식이다. 식목의 적기는 3월 중순부터라고 하는데 그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탓이겠지만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 또한 즐거운 삶의 일부분이다. 국가의 꾸준한 산림녹화사업으로 울창한 숲으로 변해버린 우리나라 산야를 6.25 참전용사가 참전 당시 헐벗은 민둥산기억에서 지금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보며 기적이라는 단어를 연발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한식(寒食)일은 동지(冬至)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4월 5일 무렵이다.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일정 기간 불의 사용을 금하며 찬 음식을 먹는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금연일(禁烟日), 숙식(熟食), 냉절(冷節)이라고도 한다. 한식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 더보기
상건 제파산사후선원(常建 題破山寺後禪院) 청명(淸明)을 하루 앞둔 아침 출근길에 봄비가 치적치적 내리고 있다. 자주 내린 봄비로 인해 수분을 머금은 대지와 산야는 하루가 다르게 연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다.내가 머무는 세종의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벚꽃이 만개했다. 미호강 주변의 벚꽃은 주말에 절정을 이루면 수많은 인파가 찾아 성춘(盛春)의 흥을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모든 식물은 제철을 맞으면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점심시간에 잠시 거닐던 인접 공원에도 여지없이 개나리, 제비꽃, 봄까치꽃, 조파나무꽃 등이 피었다. 이처럼 식물이 일정한 시기에 꽃을 피우는 것이 참 신기하지만 식물이 때맞춰 꽃을 피우는 원리는 무엇일까?동물과 다르게 식물은 주변환경이 변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심각한 위기로 판단해 혹시 죽을지 모르니 후손을 남기고.. 더보기
송익필 춘주독좌(宋翼弼 春晝獨坐) 주변에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계절 중 가장 찬란한 4월이 시작되었다. 흔히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194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이 1922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인 에 쓴 시의 첫 구절에서 나왔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찬란한 4월이 잔인한 사월로 인식되는 것은 1960년 4월 대한민국에서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해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419 혁명, 제주 4.3 사건, 2014년 4월 16.. 더보기
최치원 춘효우서(崔致遠 春曉偶書) 새벽 출근길에 내리는 봄비가 그칠 줄 모른다. 지난겨울에는 유난히 눈도 많이 내렸는데 봄이 되어서도 비 내리는 날이 잦다. 촉촉히 내린 봄비는 대지를 적시면 겨우내 헐벗었던 산과 들녘을 금세 초록빛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일터 주변에도 하루가 다르게 연초록 봄의 향연으로 변해가고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제시기에 싹이 트고 형형색색(形形色色)의 꽃을 피우는 것을 바라보면 참으로 신비롭다. 변화되는 주변환경을 눈으로 보아 즐거움을 선사하고 경이로움과 교훈을 주기에 도법자연(道法自然)이자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라 하는가 보다. 함께 살펴볼 최치원 춘효우서(春曉偶書) 시는 그가 12살 때인 868년 당나라 유학을 가서 18세 나이로 당나라 빈공과(賓貢科)에 급제했다. 녹록하지 않은 당(唐)생활을 접고 28.. 더보기
백거이 장한가(白居易 長恨歌) 장한가(長恨歌)는 당나라 백거이(白居易)가 지은 장편 서사시(敍事詩)이다. 당 헌종(憲宗) 원화(元和) 원년인 806년에 지어졌으며, 당나라 현종(玄宗)과 그의 비 양귀비(楊貴妃)와의 사랑을 읊은 노래이다. 당 현종(712~756)이 죽은 지 50년이 지나 백거이 나이 35세에 친구 왕질부(王質夫)와 진홍(陳鴻)이 그를 찾아와 선유산(仙遊山)에 놀러 갔다. 거기서 당 현종 이융기(李隆基)와 양귀비와의 로맨스가 화제에 올랐다. 왕질부의 제의로 백거이는 시인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시로 진홍은 산문으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신화적인 내용으로 7언 절구로 애절하게 써내려갔다. 장한가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시 네 분분으로 분류해 보면 첫 번째 운명적인 만남과 지극한, 두 번째 죽게 한 뉘우침과 찢어지는.. 더보기
도홍경 산중하소유(陶弘景 山中何所有) 촉촉한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나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연초록의 새싹이 돋아난다. 곧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내가 머무는 세종시 공동주택 건설현장 주변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세상살이가 힘들면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는 산 높고 물 맑은 깊은 곳에서 오로지 자연과 더불어 욕심 없는 살아가는 꿈을 꾸곤 한다.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시와 더불어 떠오르는 시가 도홍경(陶弘景)의 산중하소유(山中何所有) 시다. 이 시는 간결한 5언절구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한시의 묘미(妙味)를 담고 있다. 흰 구름과 벗하며 순수 자연인으로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삶은 어떠한 명리(名利)와도 비견하지 못할 최고의 가치를 품고 있기에 현대인이 음미해 보아도 잊지 못할 여운이 남는 명시를 예서체(隸書體)로 .. 더보기
매화 관련 한시 2수 : 석원조 탐매(釋元肇 探梅), 장위 조매(張渭 早梅)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나는 지금은 1년 중 호시절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내가 가꾸는 텃밭에도 매화가 활짝 피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자연스레 매화를 향하게 된다. 지난주에 반개하였는데 오늘은 만개했다. 같은 매화지만 옆에 있는 다른 매화는 흰매화보다 10일 늦게 꽃이 핀다. 꽃 잎도 약간 붉은색이 감돌며, 꽃받침은 붉은색이다. 올 해는 매화꽃을 찾아 채밀(採蜜) 중인 벌이 많아서 다행이다. 작년에는 벌 구경하기가 어려워 시름이 컸는데… 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도 4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질서와 조화 속에 환상적이며 경이롭다. 어떠한 신비로움도 봄이 되면 돋아나는 새싹에 비유하겠는가? 경허선사(鏡虛禪師) 게송(偈頌)에서 춘광무처불개화(春光無處不開花)처럼 .. 더보기
이백 대주부지(李白 待酒不至) 멀리 보이는 원산의 정경이 봄기운으로 가득 차 곧 진달래, 개나리가 만개할 날이 머지않았다. 내가 가꾸는 텃밭 주변에도 흰매화가 반개(半開)하여 진한 향기로 나를 부른다. 곡괭이로 밭을 갈고 시비(施肥) 후 갈고리로 평탄작업을 마친 후 상추와 대파를 파종했다. 한 달 후면 싱싱한 상추가 밥상에 오를 것이다. 힘든 농사일을 마친 후 동료들과 나누는 막걸리 한잔의 즐거움은 그 어디에 비하겠는가? 소개하고자 하는 이백(李白)의 대주부지(待酒不至) 시는 산 꽃이 만개하고 봄바람 나부끼는 날 술 심부름을 시켰으나 주막집은 멀어 애타게 기다리다 늦은 오후 동쪽 창가에 술을 마시니 때마침 꾀꼬리가 날아와 지저귄다. 봄바람과 술에 취한 나그네와의 정취를 시선(詩仙) 답게 훌륭하게 풀어냈기에 이를 행서체로 자서하여 주변.. 더보기
퇴계 산거사시각사음(退溪 山居四時各四吟) 겨울(冬) 일의 끝맺음을 마무리 라고 한다. 마무리는 하루, 한해, 인생이 있다. 하루하루의 마무리가 쌓이면 한 해가 되고 한 해가 쌓이다 보면 인생의 마무리가 찾아올 것이다. 하루를 잘 마무리하며 살다 보면 인생의 끝맺음도 잘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목가(牧歌)적인 삶을 살았던 선인들은 힘들었던 하루의 마무리를 석양이 붉게 물든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큰 위안을 삼았으리라. 몇 해 전 여의도에서 퇴근길에 강변북로를 달리다 청담대교를 지나면 도심과 한강에 펼쳐지는 해 지는 노을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많은 사진동호인들이 최적의 위치에서 촬영 시간대를 기다리며 셔터를 누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각자 다르겠지만 쓸쓸한 황혼의 모습보다 하루를 잘 마무리한 낙조(落照)의 아름다운 풍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