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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여류시인 이옥봉 시 등루, 자적(女流詩人 李玉峯 詩 登樓, 自適)

선선한 바람을 스치며 상큼하게 출근하는 길가에 금계국, 샤스타데이지, 끈끈이대나물 꽃이 만발했다. 3년 가까이 지켜보면서 식물들의 생존 경쟁력을 살펴보면 개활지에서는 금계국, 달맞이꽃 등이 강한 생명력으로 주변을 점령하며 세를 확장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이들도 강한 자 만이 살아남는가? 아니면 살아남았기에 강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한낮의 햇볕은 강렬하게 내리쬐지만 해질 무렵에는 시원함이 찾아온다. 사람이 살기 좋은 쾌적한 온도가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16 ~ 24 ℃ 가 가장 좋다.
 
이번에 살펴볼 조선의 여류시인 이옥봉(李玉峯)은 앞서 소개한바 있다. : 여류시인 이옥봉 시 몇 수(女流詩人 李玉峯 詩 몇 首) (tistory.com)
 
16세기 후반 무렵 옥봉은 중국 명나라에까지 시명(詩名)이 알려진 여류시인으로서 그녀의 시는 맑고 씩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중국과 조선에서 펴낸 시선집에는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시와 나란히 실려 있어 조선의 여류시인으로 일찍이 한류의 뿌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격조가 높은 옥봉의 시 2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등루(登樓 : 누대에 올라)

小白梅逾耿(소백매유경) 작은 흰 매화꽃 더욱 빛나고
深靑竹更姸(심청죽갱연) 짙푸른 대나무는 무척 곱구나.
憑欄未忽下(빙난미홀하) 난간에 기대어 홀연히 내려오지 못하니
爲待月華圓(위대월화원) 달 떠올라 둥글어질 때까지 기다리노라.
 
자적(自適 : 내 마음 내키는 대로)  

虛簷殘溜雨纖纖(허첨잔류우섬섬) 빈 처마에 가랑비가 내리니 남은 물방울 떨어지고
枕簟輕寒曉漸添(침점경한효점첨) 잠자던 대자리에 가벼운 추위가 새벽에 점점 더하네
花落後庭春睡美(화락후정춘수미) 꽃들이 떨어지는 뒤 뜰에서 봄날의 잠을 즐기려니
呢喃燕子要開簾(이남연자요개렴) 재잘재잘 지저귀는 제비 새끼 주렴이 열리길 기다리네.
 

(주변풍경)

샤스타데이지
금계국
끈끈이대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