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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왕유 신청야망, 춘중전원작(王維 新晴野望, 春中田園作) 2수

이 십 년 넘게 조그마한 주말농장을 일구고 있는데 평년에는 가뭄이 심한 5월에는 주말마다 물통 들고 메마른 텃밭에 물을 공급하느라 하루 해가 짧았는데 올해는 유달리 비가 자주 내려 물 대는 수고로움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생육이 왕성하다.

올해 재배하는 품종이 약 30여 종이 된다. 십 여 년 전에 국내 선두주자로 특용작물 위주로 실험적으로 재배를 시작한 아마란스, 천년초, 퀴노아, 히카마, 타로, 슈퍼여주, 차요테, 열매마, 야콘, 작두콩 등은 채종 용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중 차요테는 5개 이상 꾸준하게 재배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 재배를 시작한 아스파라거스는 내년에도 재배면적을 조금 넓혀볼 생각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르게 찾아온 토마토시들음병으로 몇 포기를 뽑아냈다. 아무리 토양을 기름지게 하더라도 작은 면적에 연작을 하다 보니 토양이 세균에 오염된 탓이리라.

 

함께 살펴볼 시는 왕유(王維)가 망천장(輞川莊)에서 은거할 때 지은 것으로, 한바탕 비가 내렸다가 날이 갠 뒤 드넓은 들판에 펼쳐진 초여름의 전원 경치와 바빠지기 시작하는 농경 생활을 묘사한 신청야망(新晴野望) 한 수와 그가 객지의 전원에서 봄을 맞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인의 고향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객지를 떠도는 자신을 생각하니, 슬픔에 겨워 술잔도 들지 못하는 심정을 나타낸 춘중전원작(春中田園作) 시를 소개하며 주말농장 및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왕유(699? ~ 759)는 중국 당(唐)의 시인이자 화가로서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에 뛰어나 ‘시불(詩佛)’이라고 불리며, 수묵(水墨) 산수화에도 뛰어나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畵)의 창시자로 평가를 받는 인물로 앞서 소개한 바 있다.

 

신청야망(新晴野望 : 맑게 개인 들녘을 바라보며)

新晴原野曠(신청원야광) 비 온 뒤 새롭게 개인 들판은 광활한데

極目無氛垢(극목무분구) 끝까지 바라보아도 티끌 한 점 없다.

郭門臨渡頭(곽문임도두) 외성 성문은 나루터와 마주하고

村樹連溪口(촌수연계구) 마을 나무는 시내 어귀까지 연이어 있다.

白水明田外(백수명전외) 하얀 물은 밭 너머로 빛나고

碧峰出山後(벽봉출산후) 푸른 봉우리는 산 뒤로 솟았다.

農月無閑人(농월무한인) 농번기라 한가한 사람 없어

傾家事南畝(경가사남무) 온 가족이 남쪽 밭에서 일한다.

 

춘중전원작(春中田園作 : 중춘에 전원에서 짓노라)

屋上春鳩鳴(옥상춘구명) 지붕 위에 봄 비둘기 울고

村邊杏花白(촌변행화백) 마을 가에 살구꽃 하얗게 피었네.

持斧伐遠揚(지부벌원양) 도끼 잡고 웃자란 나뭇가지 자르고

荷鋤覘泉脈(하서점천맥) 호미 메고 수맥을 찾는다.

歸燕識故巢(귀연식고소) 돌아온 제비 옛 둥지 알아보고

舊人看新曆(구인간신력) 옛사람은 새 달력 살펴본다.

臨觴忽不御(임상홀부어) 술잔 앞에 두고도 문득 마시지 못하고

惆悵遠行客(추창원행객) 먼 길 떠난 길손 슬퍼하노라.

 

(주말농장 풍경)

청경채. 배추흰나비
넝쿨콩
불루베리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