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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求古深論

소식 전적벽부(蘇軾 前赤壁賦)

소식(蘇軾)은 앞 소동파(蘇東坡)의 무진장(無盡藏)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송나라 제1의 시인이자 문장가로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사람이다.
 
그는 폭넓은 재능을 발휘하여 시문서화(詩文書畵) 등에 훌륭한 작품을 남겼으며 좌담(座談)을 잘하고 유머를 좋아하여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었으므로 많은 문인들이 그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당시(唐詩)가 서정적인 데 대하여 그의 시는 철학적 요소가 짙었고 새로운 시경(詩境)을 개척하였다. 대표작인 적벽부(赤壁賦)는 불후의 명작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필화(筆禍) 사건으로 죄를 얻어 황저우(黃州:湖北省)에 유배되었던 소동파가 1082년(元豊 5)의 가을(7월)과 겨울(10월)에 황저우성 밖의 적벽에서 소식과 여러 객이 함께 놀다가 지은 것이다. 7월에 지은 것을 전(前)적벽부, 10월에 지은 것을 후(後)적벽부 라 한다. 후적벽부는 차제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문장 중 월출동산(月出東山), 우화등선(羽化登仙), 창해일속(滄海一粟), 무진장(無盡藏) 구절에 여운이 남는다. 전적벽부를 흑지(黑紙)에 금니(金泥)로 자서해 보았다.

 

    전적벽부(前赤壁賦)                  -소식(蘇軾)

 

壬戌之秋七月旣望(임술지추칠월기망) : 임술년 가을 칠원 열 엿새 날
蘇子與客(소자여객) : 나 소식은 객과 함께
泛舟遊於赤壁之下(범주유어적벽지하) : 적벽의 아래에 배를 띄우니
淸風徐來(청풍서래) : 맑은 바람은 서서리 불어오고
水波不興(수파불흥) : 물결은 일지 않았다
擧酒屬客(거주속객) : 술잔을 들어 객에게 권하며
誦明月之詩(송명월지시) : 시경 명월편을 읊고
歌窈窕之章(가요조지장) : 시경 요조의 장을 노래한다
少焉(소언) : 얼마 뒤에

 

月出東山之上(월출어동산지상) : 달이 동산의 위로 떠올라

徘徊於斗牛之間(배회어두우지간) : 두우지간(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을 배회하는데
白露橫江(백로횡강) : 흰 이슬은 강물 위에 비껴 내리고
水光接天(수광접천) : 물빛은 하늘에 닿아있었다
縱一葦之所如(종일위지소여) : 한 조각 작은 배를 가는 대로 내 맡겨
凌萬頃之茫然(릉만경지망연) : 망망한 만경창파를 건너가니
浩浩乎如憑虛御風而不知其所止(호호호여빙허어풍이불지기소지) : 넓고도 넓은 것이여, 허공을 타고 바람을 모는 것 같아 그 머물 곳을 알지 못하고
飄飄乎如遺世獨立(표표호여유세독립) : 가벼이 떠오름이여, 세상에 버려져 홀로 서 있어
羽化而登仙(우화이등선) :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었구나
於是(어시) : 이에
飮酒樂甚(음주락심) : 술 마시고 매우 즐거워하며
扣舷而歌之(구현이가지) :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하였다
歌曰桂棹兮蘭
(가왈계도혜난장) : 노래하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
擊空明兮泝流光(격공명혜소류광) : 훤히 빈 밝은 달 그림자를 치며 달빛 어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노라
渺渺兮余懷(묘묘혜여회) : 넓고도 아득하도다, 내 마음이여
望美人兮天一方(망미인혜천일방) : 하늘 저 한 곳에 있는 미인을 바라 보노라
客有吹洞簫者(객유취동소자) : 객 중에 퉁소 부는 자 있었는데
倚歌而和之(의가이화지) : 노래에 맞춰 반주하니
其聲鳴鳴然(기성명명연) : 그 소리 울려 퍼진다
如怨如慕(여원여모) :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하고
如泣如訴(여읍여소) : 흐느끼는 듯, 호소하는 듯 하며
餘音嫋嫋(여음뇨뇨) : 그 여운이 가냘프고
不絶如縷(불절여루) : 실처럼 끊어지지 않으니
舞幽壑之潛蛟(무유학지잠교) : 깊은 골짜기 물에 잠긴 용이 춤추는 듯 하고
泣孤舟之嫠婦(읍고주지리부) : 외로운 배 속에 탄 과부를 눈물 흘리게 하는지라
蘇子愁然正襟(소자수연정금) : 나 소식은 슬피 옷깃을 여미고
危坐而問客曰何爲其然也(위좌이문객왈하위기연야) : 꿇어 앉아 객에게 묻기를, “어째서 그리도 슬픈가”하니
客曰月明星稀(객왈월명성희) : 객이 이르기를, “달이 밝으니 별이 드물고
烏鵲南飛(오작남비) : 까막이 남쪽으로 날아간다”고 하니
此非曹孟德之詩乎(차비조맹덕지시호) : 이는 맹덕 조조의 시가 아닌가
西望夏口(서망하구) : 서쪽으로 하구를 바라보고
東望武昌(동망무창) : 동쪽으로 무창을 바라보니
山川相繆(산천상무) : 산천은 서로 엉켜
鬱乎蒼蒼(울호창창) : 울울하고 창창하도다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차비맹덕지곤어주랑자호) : 이곳이 바로 조조가 주유에게 곤욕을 치룬 곳이 아닌가?
方其破荊州下江陵(방기파형주하강릉) : 그가 막 형주를 쳐부수고 강릉으로 내려와서
順流而東也(순류이동야) : 물결 따라 동쪽으로 내려감에
舳艫千里(축로천리) : 배는 꼬리를 물고 천리를 이었고
旌旗蔽空(정기폐공) : 깃발은 하늘을 가리었는지라
釃酒臨江(시주임강) : 강가에서 술을 마시며
橫槊賦詩(횡삭부시) : 긴 창을 비껴들고 시를 지었으니
固一世之雄也(고일세지웅야) : 참으로 한 세상의 영웅이었는데
而今安在哉(이금안재재) :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況吾與子(황오여자) : 하물며 나와 그대는
漁樵於江渚之上(어초어강저지상) : 강가에서 고기잡고 나무하며
侶魚鰕而友糜鹿(려어하이우미록) : 물고기나 새우와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들과 벗하며
駕一葉之扁舟(가일엽지편주) : 일엽편주 타고서
擧匏樽以相屬(거포준이상속) : 쪽박 술잔 들어 서로 권하며
奇蜉於天地(기부유어천지) : 천지에 하루살이처럼 붙어 사니

渺滄海之一粟(묘창해지일속) : 망망한 푸른 바다에 뜬 한 알의 좁쌀이로다

哀吾生之須臾(애오생지수유) : 우리의 삶이 잠깐임을 슬퍼하고
羨長江之無窮(선장강지무궁) : 장강의 물이 무궁함을 부러워하여
挾飛仙以遨遊(협비선이오유) : 하늘 나는 신선을 끼고 즐겁게 놀고
抱明月而長終(포명월이장종) : 밝은 달을 껴안고 오래도록 살다 마치리라
知不可乎驟得(지불가호취득) : 그러나 그것을 빨리 얻을 수 없음을 알아
託遺響於悲風(탁유향어비풍) : 여음을 슬픈 바람에 의탁해 남긴 것 이노라
蘇子曰客亦知夫水與月乎(소자왈객역지부수여월호) : 나 소식이 이르기를,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알고 있는가
逝者如斯(서자여사) : 가는 것은 이 물과 같으되
而未嘗往也(이미상왕야) : 일찍이 지나가지 아니하였으며
盈虛者如彼(영허자여피) : 차고 이지러지는 것은 저 달과 같어되
而卒莫消長也(이졸막소장야) : 끝내는 자라지도 멸하지도 않느니라
蓋將自其變者而觀之(개장자기변자이관지) : 무릇 그것이 변한다는 것으로 보면
則天地曾不能以一瞬(칙천지증불능이일순) : 하늘과 땅도 일찍이 한 순간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오
自其不變者而觀之(자기불변자이관지) : 그것이 변한다는 것으로 보면
則物與我皆無盡也(칙물여아개무진야) : 만물과 나는 모두다 무궁하거늘
而又何羨乎(이우하선호) : 또 무엇을 부러워하겠는가?
 

且夫天地之間(차부천지지간) : 무릇 하늘과 땅 사이에
物各有主(물각유주) :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으니
苟非吾之所有(구비오지소유) : 진실로 나의 것이 아니면
雖一毫而莫取(수일호이막취) : 비록 하나의 털끝이라도 취하지 말라
惟江上之淸風(유강상지청풍) : 그러나 오직 강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與山間之明月(여산간지명월) : 산 사이로 떠오르는 밝은 달은
耳得之而爲聲(이득지이위성) :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目寓之而成色(목우지이성색) : 눈에 담으면 아름다운 색이 되어
取之無禁(취지무금) : 이것을 취하여도 금하지 않고
用之不竭(용지불갈) : 이것을 사용해도 다하지 않는지라
是造物者之無盡藏也(시조물자지무진장야) : 이것이 조물주가 주신 무진장이라.
 
而吾與子之所共樂(이오여자지소공락) :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기는 것이니라 하니
客喜而笑(객희이소) : 객이 기뻐하며 웃고
洗盞更酌(세잔갱작) :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르니
肴核旣盡(효핵기진) : 안주는 이미 다하고
盃盤狼藉(배반랑자) : 잔과 쟁반은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相與枕藉乎舟中(상여침자호주중) : 서로 베개 삼아 배 안에 누우니
不知東方之旣白(불지동방지기백) : 동방에 이미 해가 밝은 줄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