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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매화 관련 한시 2수 : 석원조 탐매(釋元肇 探梅), 장위 조매(張渭 早梅)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나는 지금은 1년 중 호시절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내가 가꾸는 텃밭에도 매화가 활짝 피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자연스레 매화를 향하게 된다. 지난주에 반개하였는데 오늘은 만개했다. 같은 매화지만 옆에 있는 다른 매화는 흰매화보다 10일 늦게 꽃이 핀다. 꽃 잎도 약간 붉은색이 감돌며, 꽃받침은 붉은색이다. 올 해는 매화꽃을 찾아 채밀(採蜜) 중인 벌이 많아서 다행이다. 작년에는 벌 구경하기가 어려워 시름이 컸는데… 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도 4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질서와 조화 속에 환상적이며 경이롭다. 어떠한 신비로움도 봄이 되면 돋아나는 새싹에 비유하겠는가?
경허선사(鏡虛禪師) 게송(偈頌)에서 춘광무처불개화(春光無處不開花)처럼 봄볕 드는 곳에 꽃 피지 않는 곳은 없다.
하루가 아쉬운 나날에 매화 관련 한시 2수와 함께 텃밭 풍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탐매(探梅 : 매화를 찾아서)   - 석원조(釋元肇)

氷雪催詩瘦入肩(빙설최시수입견) 빙설이 시 재촉해 몸조차 여위도록
幾回山後又山前(기회산수우산전) 산 뒤와 산 앞을 몇 번이나 돌았던가.
枝頭不見春消息(지두불견춘소식) 나뭇가지 끝에서 봄소식 못 만나서
空倚闌干憶去年(공기난간억거년) 부질없이 난간에 기대 작년을 추억하네.
 
석원조(释元肇 1189 ~?)는 송나라 시대 승(僧)으로 자는 성도(聖徒), 호는 회해(淮海)이며 속성(俗姓)은 반(潘)씨이다. 강소성 남통(今江蘇 南通) 사람이다.   
 
이 시는 원조(元肇) 스님은 빙설을 보며 시심(詩心)이 일어나 봄소식을 찾아 나섰다고 했다. 빙설은 왜 시를 재촉했을까? 바로 빙설 속에 핀 매화를 읊도록 재촉했음이다. 몸조차 야윌 정도라고 했으니 빙설에 덮인 매화를 보려고 이 스님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화두를 던져두고 매화를 찾아 나섰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난간에 기대어 작년을 추억하며 시름을 달래보고자 했을 것이다. 이 시를 접하면서 생각나는 시가 맹호연(孟浩然)의 답설심매(踏雪尋梅)가 생각난다.
 
맹호연 답설심매 : 맹호연 답설심매(孟浩然 踏雪尋梅) (tistory.com)
 
조매(早梅 :  일찍 핀 매화)    - 장위(張渭)

一樹寒梅白玉條(일수한매백옥조) 한 그루 매화나무 백옥 같은 흰 가지
逈臨村路傍溪橋(형림촌로방계교) 멀리 도랑의 다리 옆 시골길에 서 있네
不知近水花先發(부지근수화선발) 물 가까워 먼저 핀 줄 모르고
疑是經冬雪未銷(의시경동설미소) 겨울 지나 녹지 않은 눈인가 했네      
 
장위(張謂, 711?~778?)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지만 당나라 천보 연간(天寶年間 : 천보(天寶)는 742년 ~ 756년 7월까지 당나라(唐) 현종(玄宗) 이융기(李隆基)의 세 번째 연호이자 마지막 연호이다.)에는 시명(詩名)이 났고 벼슬도 예부시랑까지 지낸 인물이다. 생몰연대가 명확하지 않으며, 하남성 하내(河內)현 사람으로 자는 정언(正言). 유주절도사의 막하에 있다가 30세 무렵 진사 급제했다.
10년 뒤 서역에 부임했고, 그 후 15년이 지나 중앙의 상서랑이 되었다가, 안휘성 일대에서 안록산(安祿山) 난 토벌군에 참가하였으며, 후에 태자좌서자·예부시랑 등을 거쳐 대력초에 3회의 과거시험을 주관하였다. 전당시(全唐詩)에 40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텃밭 주변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