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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홍경 산중하소유(陶弘景 山中何所有)

촉촉한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나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연초록의 새싹이 돋아난다. 곧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내가 머무는 세종시 공동주택 건설현장 주변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세상살이가 힘들면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는 산 높고 물 맑은 깊은 곳에서 오로지 자연과 더불어 욕심 없는 살아가는 꿈을 꾸곤 한다.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시와 더불어 떠오르는 시가 도홍경(陶弘景)의 산중하소유(山中何所有) 시다.

이 시는 간결한 5언절구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한시의 묘미(妙味)를 담고 있다. 흰 구름과 벗하며 순수 자연인으로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삶은 어떠한 명리(名利)와도 비견하지 못할 최고의 가치를 품고 있기에 현대인이 음미해 보아도 잊지 못할 여운이 남는 명시를 예서체(隸書體)로 자서(自書)해 보며, 주변 이른 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조문산중하소유 부시이답(詔問山中何所有 賦詩以答 : 산중에 무엇이 있던가? 에 대한 물음에 시를 지어 답하다)

山中何所有(산중하소유) 산중에 무엇이 있던가요?

嶺上多白雲(영상다백운) 산마루에 흰 구름 많지요. 

只可自怡悅(지가자이열) 다만 홀로 즐길 뿐

不堪持贈君(불감지증군) 그대에게 가져다 드릴 수는 없네요

 

도홍경(陶弘景. 452~536)은 중국 남북조(南北朝) 시대 때 양(梁) 나라의 은사(隱士)로 자는 통명(通明), 호는 화양은거(華陽隱居)로 도교뿐만 아니라 불교와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문인이었다. 제왕시독(諸王侍讀) 벼슬을 지냈으며, 양나라 무제의 정치를 도와 ‘산중재상(山中宰相 : 산중에 은거하면서 나라에 중대한 일이 있을 때만 나와 일을 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중국 양(梁)나라의 도홍경이 산속에 살면서 나라에 대사(大事)가 있을 때는 늘 참여했다는 데서 유래한다.)’으로 불렸다. 저서에 진고(眞誥), 등진은결(登眞隱訣) 등이 있다.

도홍경이 오랫동안 강소(江蘇)성 구용(句容)현 동남쪽에 있는 구곡산(句曲山)에 은거(隱居) 중 여러 차례에 걸친 황제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임금의 조서(詔書 : 조서(詔書)는 '임금의 명령을 일반에게 알릴 목적으로 적은 문서'이다.)가 그에게 이르러 펼쳐보니 산중하소유(山中何所有)라는 다섯 글자가 전부였다.

"산속에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임금의 부름에도 나오질 않느냐는 물음이었다. 도홍경(陶弘景)은 위의 시로 대답을 대신했다 한다. 하여 시의 제목이 조문산중하소유부대이답(詔問山中何所有賦詩以答)이다.

 

(이른 봄 풍경)

꽃다지
생강나무 꽃
산수유
명자나무
찔래 새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