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이는 원산의 정경이 봄기운으로 가득 차 곧 진달래, 개나리가 만개할 날이 머지않았다.
내가 가꾸는 텃밭 주변에도 흰매화가 반개(半開)하여 진한 향기로 나를 부른다.
곡괭이로 밭을 갈고 시비(施肥) 후 갈고리로 평탄작업을 마친 후 상추와 대파를 파종했다.
한 달 후면 싱싱한 상추가 밥상에 오를 것이다.
힘든 농사일을 마친 후 동료들과 나누는 막걸리 한잔의 즐거움은 그 어디에 비하겠는가?
소개하고자 하는 이백(李白)의 대주부지(待酒不至) 시는 산 꽃이 만개하고 봄바람 나부끼는 날 술 심부름을 시켰으나 주막집은 멀어 애타게 기다리다 늦은 오후 동쪽 창가에 술을 마시니 때마침 꾀꼬리가 날아와 지저귄다.
봄바람과 술에 취한 나그네와의 정취를 시선(詩仙) 답게 훌륭하게 풀어냈기에 이를 행서체로 자서하여 주변 사진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대주부지(待酒不至 : 술 사려 보냈는데 오지는 않고)
玉壺繫青絲(옥호계청사) 푸른 끈 맨 술병을 들고 술 사러 갔는데
沽酒來何遲(고주래하지) 술 사 오기가 어찌 이리도 늦은가.
山花向我笑(산화향아소) 산 꽃이 나를 향해 방긋 웃음 지으니
正好銜杯時(정호함배시) 정말로 이때가 술잔 기울이기 좋은 때로구나.
晚酌東窓下(만작동창하) 저녁에서야 동쪽 창 아래서 술을 마시니
流鶯復在茲(류앵부재자) 날아다니는 꾀꼬리 다시 여기 날아와 있구나.
春風與醉客(춘풍여취객) 봄바람과 더불어 취한 나그네
今日乃相宜(금일내상의) 오늘에야 바로 서로가 꼭 어울리는구나.
(텃밭 주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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