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고 있는 성어(成語) 중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뜻의 사지(四知)가 있다. 사지는 ‘천지지지자지아지(天知地知子知我知 :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에서 따온 것으로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양진(楊震)은 후한의 안제(安帝 : 중국 後漢의 제6대 왕(재위 106~125)) 때의 사람이다. 그는 관서(關西) 사람으로, 박학(博學)하고 청렴결백(淸廉潔白)하여 사람들이 '관서의 공자(孔子)'라 불렀다. 그런 그가 동래군(東萊郡)의 태수로 임명되어 임지로 가는 도중에 창읍(昌邑 : 중국 山東省 荷澤市)에서 묵게 되었다. 저녁 늦게 창읍의 현령인 왕밀(王密)이 찾아왔다. 왕밀은 양진이 형주자사(荊州刺史 : 형주관찰사)로 있을 때, 그의 학식을 높이 사 무재(茂才: 관리 등용 시험에 합격한 사람)로 뽑아 준 사람이었다. 이런 왕밀을 양진은 반갑게 맞이하였다. 지나온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왕밀은 소매 속에서 황금 열 근을 꺼내어 내밀었다. 양진이 자신에게 베풀어 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양진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나는 옛 지인으로서 자네의 학식과 인물도 기억하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나를 잊은 것 같군." "아닙니다. 이건 뇌물이 아니라 지난날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것뿐입니다." "자네가 영진(榮進 : 벼슬이나 지위가 높아짐)하여 나라를 위하여 진력하는 것이 나에 대한 보답이네." "지금은 밤중이고, 방안에는 태수님과 저뿐입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알지 않는가!" 즉 천하가 알고 있다는 말에 왕밀은 부끄러워하며 물러갔다. 양진은 후에 태위(太尉 : 군사 부문을 담당한 재상(宰相))에까지 올랐다.
이처럼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은밀(隱密)하다고 하지만 곧 들통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는 CCTV가 전국적으로 이미 1400만 개 이상이 설치되어 있어 집을 나서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고스란히 녹화되고 있어 함부로 허튼 행동을 못하게 하는 처지가 되었다.
대학(大學)에 신독(愼獨 :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감)이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겠다.
연이어 소개할 도연명의 음주 5수는 전원으로 돌아와 은둔생활을 하며 해질 무렵 울타리에 국화를 꺾어 들고 여유롭게 남산을 바라보며 자연의 참다운 뜻을 느끼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풍경을 담아내고 있어 이를 행서체로 휘호(揮毫)해 보았다.
도연명 음주 20-5수(陶淵明 飮酒 20-5首)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 사람과 더불어 농막을 짓고 산골에 사니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마차 마차 타고 찾아오는 사람 없어서 좋구나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서글픈 마음에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생각하니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니 땅은 더욱 멀구나
采菊東籬下(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꺾어 들고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편하게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산 기운은 해 질 무렵이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떠돌던 새들도 무리 지어 집으로 돌아오네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 여기에 자연의 참다운 뜻이 있으니
欲辯已忘言(욕변이망언) 차마, 말하려 하다가 할 말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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