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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음주 20-4수(陶淵明 飮酒 20-4首)

일주일 만에 찾은 주말농장은 장마로 인한 잦은 폭우와 무성한 잡초로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친환경 농법을 고수하다 보니 대파는 고자리파리 유충으로 피해가 막심하고, 장마 전후 나타나는 시듦병, 탄저병은 토양전염성 병해로 인하여 토마토나 가지, 고추에 심한 피해를 주고 있다.

결실을 앞두고 시든 토마토나 가지는 제거한 후 그 자리에는 생명력이 강한 들깨를 옮겨 심었다.

강한 약제에 내성이 생긴 전염병균의 활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갈색날개매미충과 미국선녀벌레, 꽃매미까지 가세를 하면 목표치에 30% 이상 수확을 기대하긴 어렵다. 파종 전 토양살충제를 살포하거나 수시로 방제약을 살포해야 만 그나마 원하는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전문농사꾼이 아니다 보니 친환경을 고수하는데 한계가 있어 나름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약을 사용하거나 윤작을 피해 가며 지력을 높여 농작물이 자생력을 키우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이렇듯 농부는 잡초와의 끝없는 전쟁, 병충해의 도전과 방어를 해가며 관련 지식을 높이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워야만 그나마 행복한 전원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기에 건강한 농부는 내일 해야 할 일들이 태산과 같이 기다리고 있어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완벽한 직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이어 소개하고자 하는 도연명의 음주 4는 길 잃은 새들이 외로운 소나무에 안식처를 찾는 것을 은유(隱喩)하여 자신이 의지할 곳을 찾아 오래도록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바램이 담겨 있어 이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도연명 음주 20-4수(陶淵明 飮酒 20-4首)

棲棲失群鳥(서서실군조) 무리를 이탈한 불안한 새 한 마리

日暮猶獨飛(일모유독비) 날 저물어도 여전히 홀로 날고 있네.

徘徊無定止(배회무정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여전히 배회하면서

夜夜聲轉悲(야야성전비) 밤마다 더욱 서글프게 우네.

厲響思淸遠(여향사청원) 그 울음소리는 맑아 먼 곳을 그리워하면서

去來何所依(거래하소의) 머물 곳 찾지 못해 연연히 오락가락하네.

因値孤生松(인치고생송) 그러다 홀로 자라 서 있는 소나무를 찾아

斂翮遙來歸(염핵요래귀) 먼 길 날아온 날개 접고 쉬노라

勁風無榮木(경풍무영목) 세찬 바람에 나무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此蔭獨不衰(차음독불쇠) 오직 시들지 않고 우거진 덤불 속에 홀로 서있네

託身已得所(탁신이득소) 이제 내 몸 의지할 곳을 찾았으니

千載不相違(천재불상위) 천년도록 영원히 떠나가지 않으리.

 

(7.9 텃밭풍경)

먹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색이 박혀있는 찰옥수수
원추리
차요테가 힘차게 넝쿨을 뻗고 있다
아마란스
불루베리
참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