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젊었던 시절 뇌리에 쌓인 번잡함을 씻고자 가끔 회심곡을 듣곤 했다. 가사 내용 중 “장차 백세를 다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에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 사는 인생”이 나온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즐겁고 행복한 삶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잠자는 시간은 누구나 공평하다 하겠으나 걱정 근심 속에 살아가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그 소중한 권리행사를 접고 불행의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그 틀 안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일체가 마음먹기 달렸다 하나 오로지 마음공부를 통해 짧디짧은 40년. 주어진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9년 전 백거이(白居易) 시 대주(對酒) 2에서 소개한 바 있는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와우각상쟁하사(蝸牛角上爭何事) 달팽이 뿔 위에 무슨 일로 다투는가
석화광중기차신(石火光中寄此身) 부싯돌 번쩍이는 순간 이 몸을 기탁하고
수부수빈차환락(隨富隨貧且歡樂) 부귀든 빈천이든 이 또한 기쁘고 즐거움인데
불개구소시치인(不開口笑是癡人) 입 벌려 크게 웃지 않는 그대가 바보
또한 흐릿하게 생각나는 구절이 있어 적어보면…
바람 앞에 촛불같이 잠깐이어리
환상이요 물거품인데 붙들어 무엇 하리
어두우면 서로 모여 같이 자든 새
날 새면 서로 각 각 날아가나니
보아라 인생도 이와 같거늘….
이어서 소개할 도연명의 음주 3번째 시를 대하면 문득 연관되는 바가 있어 서두에 적어보았다.
其三. 도연명 음주 20-3수(陶淵明 飮酒 20-3首)
道喪向千載(도상향천재) 도가 사라 진지 어느덧 천 년을 향하고
人人惜其情(인인석기정) 사람들은 서로가 정 주기를 꺼린다.
有酒不肯飮(유주불긍음) 술이 있어도 함께 마시려 하지 않고
但顧世間名(단고세간명) 다만 세속의 명리만 즐겨 찾네.
所以貴我身(소이귀아신) 출세해서 화려하게 살더라도
豈不在一生(기부재일생) 짧은 한평생에 지나지 않거늘
一生不能幾(일생부능기) 그 한평생의 삶도 바람 앞에 등불이나
倏如流電驚(숙여유전경) 한 순간의 번갯불 같은 것.
鼎鼎百年內(정정백년내) 길어야 백 년도 못 사는 인생.
持此欲何成(지차욕하성) 부귀와 명리를 애써 얻어 무얼 하려나.
(시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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