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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박의중 유거즉사(朴宜中 幽居卽事) 貞齋(정재) 박의중(1337~1403)은 고려말, 조선초의 명신이다. 특히 성리학의 대가로 그가 지은 문장들은 우아하면서도 기품이 넘쳐난다. 그의 대표적인 시 한수를 적어봤다. 幽居卽事(유거즉사: 한가로이 살아감) - 朴宜中(박의중) 幽居卽事少人知(유거즉사소인지) 한가롭게 살아가니 아는 이 적고 獨愛吾廬護弊籬(독애오려호폐리) 홀로 울타리 두른 오두막을 사랑한다네 朝望海雲開戶早(조망해운개호조) 아침에는 바다 구름 이는 모습 보려 일찍 문 열고 夜憐山月下簾遲(야연산월하렴지) 저녁에는 산에 뜬 달 보려 발을 늦게 내린다오 興來邀客嘗新釀(흥내요객상신양) 흥겨우면 친구 불러 새로 빚은 술 마신다 吟就呼兒政舊詩(음취호아정구시) 시 읊을 땐 아이 불러 지은 시를 고쳐 쓰게 하네 因病抱關身己老(인병포관신기노) 실없는 .. 더보기
더위를 잊게하는 무명폭포와 소협곡(동영상)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 며칠 전 절 친지인과 함께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계곡을 찾았다. 동네 사람들조차도 잘 모르는 심곡에 있는 작은 무명 폭포. 계곡 위로 오염원이 없어 1 급수에만 서식하는 버들치만 유유히 넘나드는 곳이다. 혹시 몰지각한 사람들한테 알려질까 두렵다. 자연은 후손을 위해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고..나 또한 세수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럽다. 계곡 바깥보다 기온도 10℃이상 낮다. 폭포따라 소협곡도 이어져 멋진 풍광을 선사해 준다. 잠시 더위를 식히는 차원에서 시원한 폭포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더보기
경허선사 게송(鏡虛禪師 偈頌 : 세여청산하자시. 世與靑山何者是) 이미 고인이 된 최인호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이다. 수많은 작품 중 경허선사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길 없는 길"을 읽어보면 불교에 대한 심오한 경지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자는 한동안 현실을 탈피하기 위하여 백양사 방장을 찾아 법을 구하고자 하였는데 이를 들은 스님이 써준 글을 평생 서재에 걸어놓았다고 한다. 본 글귀는 경허선사의 게송으로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현실에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봄이 오면 사방천지가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백화만발한 이 현실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긍정적 요소들을 담고 있기에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함축된 그 의미를 느껴보고자 행서체로 자서 해보았다. 경허선사(鏡虛禪師) 게송(偈頌) 世與靑山何者是(세여청산하자시) 세속과 청산(현실과 이상) 어느 .. 더보기
회도백화성밀시..(會到百花成蜜時) 학문의 달콤한 근원을 찾아 소년이노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朱熹의 권학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처럼 학문의 완성은 깊고도 넓어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는 여정과 같다. 아래 글귀는 서예인들이 즐겨 쓰는 내용으로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으나 소동파 등 중국 시인들이 즐겨 사용한 구절들을 간추린 문장으로 보인다. 會到百花成蜜時 (회도백화성밀시) 벌들이 수많은 꽃들을 찾아 꿀을 이룰 때 不知甛是何花來 (부지감시하화래) 그 달콤함은 어느 꽃에서 왔는지 알 수가 없네.. 깊이 있는 학문의 달콤 한 근원을 찾고자 함은 편협되지 않고 좀 더 광범위한 시각으로 다양한 분야를 찾아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이 아닐까... 더보기
서산대사 제일선암벽(西山大師 題一禪庵壁) 서울 근교는 명산들이 즐비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주변에 있는 서울은 축복받은 도시임에 틀림없다. IMF 이후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즘의 산행은 곳곳에 인산인해를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주말이면 육산인 청계산과 골산인 관악산 그리고 걸어서 10분 만에 다가설 수 있는 대모산을 즐겨 찾는다. 그 산들의 정상에서 이런 시구를 한번 읊즈리면 또 다른 산행의 묘미가 더해질 것 같다. 서산대사(淸虛休靜)의 제일선암벽(題一禪庵壁) 시를 행서체로 자서 해보았다. 제일선암벽(題一禪庵壁) 山自無心碧(산자무심벽) 산은 무심코 푸르고 雲自無心白(운자무심백) 구름 또한 무심히 도 흰데 其中一上人(기중일상인) 그 가운데 서있는 한 사람 亦是無心客(역시무심객) 그 또한 무심한 객일 진데... 더보기
익재 이제현 산중설야(益齋 李齊賢 山中雪夜)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은 고려 후기의 시인이며 문신이며 성리학자, 화가이다.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 역옹(櫟翁), 실재(實齋)이다. 내가 젊은 시절 익재의 이 시를 처음 접한 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었다. 산중설야(山中雪夜 : 산중에 눈 내린 밤)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종이 이불에 한기 생기고 불당 등불은 가물거리는데 沙彌一夜不鳴鍾(사미일야불명종) 사미는 한밤 내내 종을 울리지 않네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절 찾아온 객이 일찍 문을 연다고 사미는 성내지 말게나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문을 연 것은 암자 앞 눈에 쌓인 소나무를 보기 위해 서라네.. 시름을 잊고자 산사 찾아온 객이 밤새 내리는 눈에 잠 못 이루고.. 사미는 제때 종을 울려야 .. 더보기
고운 최치원 시 증산승, 제가야산독서당. 2수(孤雲 崔致遠 詩 贈山僧, 題伽倻山讀書堂. 二首)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아는 신라시대 역사적 인물이다.경주 최 씨의 시조이지만 무덤이 없다. 만년에 가야산에 들어가 후학을 지도하면서 학사제 앞에 지팡이를 꽂으며 내가 살아있다면 지팡이도 살 것이니 학문에 열중하라는 말과 함께 갓과 짚신만 남기고 홀연히 살아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운 선생은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내용 중 우화등선(羽化登仙) 즉 신선이 되어 다른 세계에서 또 다른 멋진 삶을 영위하지 않을 까..신라의 쇠락을 예견하고 가야산으로 입산하며 읊은 대표적인 시를 자서해 보았다.   - 증산승(贈山僧 : 스님에게) 僧乎莫道靑山好(승호막도청산호) 중들은 청산이 좋다고 말하지 마라山好如何復出山(산호여하복출산) 산이 좋으면 어찌 다시 산을 나오는가試看他日吾踪跡(시간타일.. 더보기
장유 대언(張維 大言) 장유(張維. 1587∼1638) 조선 중기의 문신.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묵소(默所)이다.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으로 천문·지리·의술·병서 등 각종 학문에 능통했고, 서화와 특히 문장에 뛰어나 이정구(李廷龜),신흠(申欽),이식 등과 더불어 조선 문학의 사대가(四大家)라는 칭호를 받았다. 송시열(宋時烈)은 “그는 문장이 뛰어나고 의리가 정자(程子)와 주자를 주로 했으므로 그와 더불어 비교할만한 이가 없다.”라고 칭송하였다. 주요 관직으로는 검열, 대사간, 대사헌, 이조참판, 나주목사, 이조판서를 역임했으며, 많은 저서가 있다고 하나 대부분 없어지고 현재 계곡만필, 계곡집(谿谷集), 음부경주해(陰符經注解)가 전한다. 신풍부원군(新豊府院君)에 봉해졌으며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더보기
몽암악 선사(蒙菴嶽 禪師)의 송(頌) 오월의 솔바람(본시산중인 本是山中人) 며칠 열대야로 잠을 못 이룬 적이 있다.  이처럼 더운 날을 暴炎, 炎天, 孟夏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두 주만 지나면 무더위도 서서히 막을 내릴 것이다. 이 또한 어김없이 이어져 온 자연의 순환이다. 잠시 더위를 벗어나고자 몇 구절 생각이 떠올라 自書 해본다. 소개하고자 하는 한시는 지월록(指月錄 : 명(明)의 구녀직(瞿女稷)가 엮은 책으로 과거칠불(過去七佛)에서 남송(南宋)의 대혜종고(大慧宗杲)에 이르기까지 불법(佛法)을 계속 이어 온 약 650명에 대한 행적, 스승과 제자의 인연, 깨달음에 대한 문답, 어록을 담고 있다.) 卷 11에 수록된 몽암악 선사(蒙菴嶽 禪師)의 송(頌)이다. 本是山中人(본시산중인) 본래 산에 사는 사람이라愛說山中話(애설산중화) 산중 이야기를 즐겨 나눈다五月賣松風(오월매송풍.. 더보기
청무성 (聽無聲 : 무성을 듣다) 청무성은 나의 필명이자 좋아하는 문구이다. 그래서 Tistory 블로그를 개설할 때 聽無聲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연유이다. 스쳐가는 수많은 소리들 가운데 無聲의 소리, 즉 심이(心耳)로만 들을 수 있는 그런 소리, 침묵의 소리, 참된 진리의 소리를 느껴보고 듣고 싶은 마음에서 自書와 함께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청무성(聽無聲 : 소리없는 소리를 듣는다) 聽無聲은 "無聲을 들어라."는 장자의 말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너무나 많은 소리와 말들을 듣고 산다. 인간의 시비소리, 소음 등 들어야 할 소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본다. 무성의 소리란 심이(心耳)로 듣는다. 즉 마음의 귀, 이성의 귀, 영혼의 귀를 가지고 깊은 소리, 심오한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것이 聽無聲이다. 점점 사라져 가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