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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기 산장우야(高兆基 山庄雨夜), 변계량 차자강운(卞季良 次子剛韻) 시 2수 흔히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인간사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연속이 듯이 시간이 지나면 괴로웠던 일과 아픔이 무뎌지고 잊힌다는 의미이다.시간의 흐름을 통한 망각(忘却)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현실에서 극복 불가능한 어떠한 어려움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간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묘약(妙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은산철벽(銀山鐵壁)에 갇힌 신세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뚫고 나올 수 있기에 지금의 처지를 낙담(落膽)할 필요가 없다. 단 시간의 해결은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조건에서만 긍정적 답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오늘은 24절기 중 두 번째인 우수(雨水)다. 겨울 내 내 쌓인 눈이 녹아서 비가 내린 것.. 더보기
계산 오경 산중서사(溪山 吳慶 山中書事) 명도선생(明道先生) 정호(程顥)의 시 추일우성(秋日偶成)에 만물정관개자득(萬物靜觀皆自得)이라는 명구(名句)가 있는데 만물을 조용히 살펴보면 그 이치가 스스로 터득된다는 뜻이다. 보이는 만물은 고요히 있는 것 같으나 살아있는 동, 식물은 짧은 순간에도 환경에 맞추어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주 후면 봄의 전령사(傳令使)들이 앞다투어 꽃을 피워낼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식물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원시 식물은 물속에 사는 조류식물(藻類植物)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수 많은 시간의 변화를 거쳐 습한 땅에서 사는 선태식물(蘚苔植物),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羊齒植物), 씨앗으로 번식하는 겉씨, 속씨식물로 진화했다.육지에는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속씨식물의 90%를 차지하며 지금도.. 더보기
춘포 엄의길 야좌, 유산사(春圃 嚴義吉 夜坐 遊山寺) 올해 겨울 늦게 찾아온 매서운 추위로 남녘의 매화소식이 아직도 들려오지 않는다.하지만 며칠 후면 매화 소식과 함께 복수초, 풍년화, 영춘화가 차례로 피어날 것이다. 일 년 중 가장 좋은 때를 꼽는다면 사방이 연초록으로 물들어 갈 때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만개한 시절이라고 말한다.영종도 공동주택건설 현장에서 정보통신 감리업무를 수행한 지 8개월이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6시 이전에 백운산(255m)을 향해 집을 나선다. 어제 내린 눈은 많이 녹았지만 정상 능선으로 향하는 길에는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정상에는 여전히 영하 7도를 밑도는 추위로 등 하산 길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겨울 새벽등산의 묘미는 먼동이 트기 전 적당히 쌓인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는 것이다. 오르는 길.. 더보기
퇴계 춘한(退溪 春寒) 내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소싯적 정월대보름날에는 설, 추석 못지않게 큰 명절로 마을 전체가 서로 모여 즐거운 축제의 장을 열어 농사 시작일을 위한 힘찬 출발을 알림과 동시에 서로 화합하며 결속을 다지는 즐거운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잊혀져 가는 세시풍속(歲時風俗)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왠지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을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하고, 한자어로는 ‘상원(上元)’이라고도 한다. ‘상원’은 도교(道敎)에서 비롯된 것으로 삼원(上元, 中元, 下元) 중 첫 번째이다. 이날 저녁을 상원야(上元夜), 원일십오야(元日十五夜)라고 하며 보름달을 바라보며 각자 소원을 빌고 무병장수, 화합, 풍요를 기원하며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이웃과 함께 어울리는 따뜻한 명절이 점점 명맥.. 더보기
추위 관련 한시 2수 : 충암 김정 감흥(冲菴 金淨 感興), 두뢰 한야(杜耒 寒夜) 연일 불어 닥친 한파로 한강이 결빙(結氷)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강 결빙은 한강대교 남단 둘째와 넷째 교각 상류 100m 부근에 얼음이 어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입춘 일주일이 지난 오늘도 출근길 귀가 시리다. 한강 결빙소식과 추위가 반가운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구적(自救的) 자정(自淨)의 역할과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지구의 몸부림으로 인식되어서 일 것이다. 대만에는 8일 기온이 5도의 날씨에도 저체온으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사이에 78명이나 된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인체에서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한다. 며칠 혹한의 추위에도 사망자 없는 것은 한국인이 가진 우월한 유전자의 힘 덕분이다. 극한의 추운 지방이나 더운 곳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나라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더보기
동곡일타 연지연향 시(東谷日陀 燃指燃香 詩) 근대 고승(高僧)을 논하자면 동곡당 일타(東谷堂 日陀. 1927 ~ 1999) 스님을 빼놓을 수 없다. 동 시대를 함께한 성철(性徹) 스님과는 나이 차이가 17세로 어리지만 해인사에서 함께한 시간이 많았기에 스님의 생전영상을 통하여 철수좌(徹首座 : 성철스님)에 대한 일화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일타화상(日陀和尙)은 성철스님이라는 큰 거목에 살짝 가리어졌던 대선사(大禪師)이시다.14세대 출가한 스님은 1954년(26세)에 강원도 오대산 서대(西臺)에서 현문 혜암(玄門 惠菴)스님과 함께 생식기도(生食祈禱)와 장좌불와(長座不臥)로 하안거(夏安居)를 마친 뒤 적멸보궁(寂滅寶宮)에서 하루 3천배씩 7일 기도를 하고 연지연향(燃指燃香) 발원하며 남긴 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깨달음을 위한 간절함으로 손가락 4지를 태.. 더보기
익재 이제현 고풍(益齋 李齊賢 古風) 7수 중 제 3~7수 우리나라를 바꿀 미래 3대 과학 핵심기술인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기술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그 요지를 살펴보면, ‘AI(인공지능)-반도체’는 AI와 반도체 기술을 결합하여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첨단바이오 기술’은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기술로서 혁신기반기술과 고품질 데이터의 결합으로 바이오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퀀텀’은 양자 컴퓨팅과 통신 기술을 개발하여 미래의 정보처리와 보안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것을 추구한다. 이처럼 세 가지 기술은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이지만 난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목적을 지닌다. 세 가지 기술의 효과적인 .. 더보기
익재 이제현 고풍(益齋 李齊賢 古風) 7수 중 제2수 아침 출근길 기온이 영하 12도로 내려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말처럼 입춘이 지났지만 봄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지가 모두 얼어붙고 보이는 모든 물은 빙판으로 변했다. O 춘래불사춘의 유래 : 동방규 소군원(東方虬 昭君怨)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유래 (tistory.com)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의 기온이 예상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 연구진이 2004~2016년 지구관측 위성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극대륙의 동부 고원(동남극 빙상)의 기온이 영하 98℃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기존에 알려진 최저 기온은 1983년 7월, 러시아의 기상관측용 남극기지인 보스토크 기지에서 기록된 영하 89℃였다. .. 더보기
익재 이제현 고풍(益齋 李齊賢 古風) 7수 중 제1수 입춘한파(立春寒波)가 거세게 몰아치고 한낮 기온도 영하를 유지하고 있어 모처럼 다가온 겨울다운 날씨가 반갑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균형적 요소들을 조금이나마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내가 근무하는 인천 영종도 공동주택 건설현장에도 적정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하여 이른 아침 혹한 속에서도 작업자들의 일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루 평균 기온이 영하 4도(℃) 이하인 추운 날 건설 공사를 할 때는 콘크리트 강도를 더 높여야 하며, 비와 눈이 시간당 3㎜ 넘게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打設 : 건축 건물을 지을 때 구조물의 거푸집과 같은 빈 공간에 콘크리트 따위를 부어 넣음)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하지만 영하의 날씨에도 천막을 치고 콘크리트 타설 후 온풍기를 가동하여 적당한 양생조건을 맞추어 준다.. 더보기
허당 신년정우, 과동정호(許棠 新年呈友, 過洞庭湖) 민족 최대명절 설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설 풍경도 예전과 다르게 변했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한 살 더 먹었다는 것과 양력이 보편화됨에 따라 설날 새해인사보다 “설 잘 쉬셨습니까?”라는 인사가 더 어울리는 말이 되었다. 부모님 생전 명절은 귀향을 위한 극심한 차량 정체조차 성가시지 않았고 형제들을 만나는 기대감으로 고향 찾는 즐거움이 컸었는데 부모님 떠난 이후의 명절모습은 점점 쓸쓸하게 느껴진다. 함께 살펴볼 당(唐) 시인 허당(許棠)의 신년정우(新年呈友)는 새해 아침 시인은 거울 속 자신의 쇠약해진 모습을 발견하고는 친한 벗을 떠올린다. 세파에 시달리며 살아온 지난 날의 발자취가 허망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돌이켜보며 봄바람에 취해 친구와 술 한잔 나누며 맘껏 봄을 만끽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