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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익재 이제현 고풍(益齋 李齊賢 古風) 7수 중 제1수

입춘한파(立春寒波)가 거세게 몰아치고 한낮 기온도 영하를 유지하고 있어 모처럼 다가온 겨울다운 날씨가 반갑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균형적 요소들을 조금이나마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인천 영종도 공동주택 건설현장에도 적정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하여 이른 아침 혹한 속에서도 작업자들의 일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루 평균 기온이 영하 4도(℃) 이하인 추운 날 건설 공사를 할 때는 콘크리트 강도를 더 높여야 하며, 비와 눈이 시간당 3㎜ 넘게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打設 : 건축 건물을 지을 때 구조물의 거푸집과 같은 빈 공간에 콘크리트 따위를 부어 넣음)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영하의 날씨에도 천막을 치고 콘크리트 타설 후 온풍기를 가동하여 적당한 양생조건을 맞추어 준다면 국토부에서 정한 콘크리트 강도 및 내구성 확보를 위한 기준에 의하여 이를 허용하고 있다.

 

함께 살펴볼 한시는 익재 이제현(益齋 李齊賢)의 고풍 7수로 익재난고(益齋亂藁) 제 3권에 실려 있다. 고풍(古風)은 옛날의 풍속이나 그 모습을 뜻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왕 또는 벼슬아치가 명절이나 인사이동으로 새로 부임하거나 활쏘기 대회 등 특별한 행사 후 선물 주는 풍속으로 음식이나 금품을 나눴다는 것을 뜻으로 지금의 특별 보너스 같은 의미를 고풍이라고 했다.

익재선생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하였기에 생략하도록 하겠으며 7수중 제1수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고풍(古風 : 옛 정취)  7수 중 제1수(第1首)

歲暮連日雪(세모연일설) 세모에 연일 눈만 쌓이니

百卉俱拉摧(백훼구랍최) 온갖 초목 모두 꺾이었네.

政恐入新春(정공입신춘) 새봄이 되어서도 두려운 것은

陰雲仍未開(음운잉미개) 궂은 날씨 개지 않을까 함이라네.

娟娟一樹梅(연연일수매) 아리따운 한 그루에 핀 매화꽃은

脈脈在空谷(맥맥재공곡) 맥맥히 이어져 빈 골짜기에 피었구나.

幽香人不知(유향인부지) 그윽한 향기 사람들은 알지 못해도

瘦骨淸如玉(수골청여옥) 수척한 가지는 맑기가 옥과 같네.

 

(서울 풍경)

서울 강남 구룡산(306m)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풍경
대모산 둘레길에 오래 전 누군가 쌓아올린 돌탑
잠시 인간에 대한 경계를 푼 고라니 숫컷. 자세히 살펴보니 한쪽 어금니도 빠졌고 한쪽눈과 몸에는 상처가 있다. 야생의 겨울나기는 힘든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