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소싯적 정월대보름날에는 설, 추석 못지않게 큰 명절로 마을 전체가 서로 모여 즐거운 축제의 장을 열어 농사 시작일을 위한 힘찬 출발을 알림과 동시에 서로 화합하며 결속을 다지는 즐거운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잊혀져 가는 세시풍속(歲時風俗)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왠지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을 오기일(烏忌日)이라고도 하고, 한자어로는 ‘상원(上元)’이라고도 한다. ‘상원’은 도교(道敎)에서 비롯된 것으로 삼원(上元, 中元, 下元) 중 첫 번째이다. 이날 저녁을 상원야(上元夜), 원일십오야(元日十五夜)라고 하며 보름달을 바라보며 각자 소원을 빌고 무병장수, 화합, 풍요를 기원하며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이웃과 함께 어울리는 따뜻한 명절이 점점 명맥을 잃어가는 현실이 아쉽게 다가온다.
앞서 정월 대보름 세시풍속에 대한 소개를 한 바 있다. : 정월 대보름 관련 한시. 추재 조수삼 상원죽지사 세시풍속 5수(秋齋 趙秀三 上元竹枝詞 歲時風俗 5首 紙鳶, 聽鐘, 踏橋, 石戰, 讓金洪李) (tistory.com)
빠짐없이 오르는 영종 백운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매서운 찬바람에 한기를 느끼며 잠시 머물다 즉시 하산길로 접어든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오늘과 같은 날씨에 읊었을 퇴계(退溪) 선생의 춘한(春寒) 시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춘한(春寒 : 봄추위) - 퇴계(退溪)
破屋春寒怯透颸(파옥춘한겁투시) 초라한 집 봄추위에 찬 바람 스밀세라
呼兒添火衛形羸(호아첨화위형리) 아이 불러 불 지피고 여윈 몸 덥힌다.
抽書靜讀南窓裏(추서정독남창리) 책 뽑아 들고 남쪽 창가에서 고요히 읽노라니
有味難名獨自怡(유미난명독자이) 형언키 어려운 맛이 있어 스스로 즐긴다네.
(영종의 새벽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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