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중(羅貫中) 삼국연의(三國演義)에 나오는 삼고초려(三顧草廬) 중 두 번째의 장면이다. 추운 겨울 유비 일행은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그의 초가집에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멀리서 한 구절의 시가 들려온다.. 이 시를 읊은 이가 제갈량이라 판단하고 달려갔지만 이는 제갈량(諸葛亮)의 장인인 황승언(黃承彦)이었다. 이 시는 삼국지의 백미(白眉)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디찬 겨울 중원(中原)의 패권(覇權)을 차지하고자 하는 영웅호걸(英䧺豪傑)들이 사위인 제갈량(諸葛亮)을 얻고자 찾아온 것을 알고 난세를 헤쳐 나갈 사위 제갈공명(諸葛孔明)을 한겨울 어렵게 핀 한송이의 매화에 비유했다. 이 시구를 처음 접하면서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뇌리에 각인시키고자 했던 황승언의 시를 붉은 색지에 은니(銀泥)로 자서(自書)해 보았다.
- 황승언(黃承彦)
一夜北風寒 (일야북풍한) 한밤에 차가운 북풍 몰아치더니
萬里彤雲厚 (만리동운후) 만리에 짙은 구름 드리워졌네
長空雪亂飄 (장공설란표) 하늘엔 눈보라 어지럽게 흩날리더니
改盡江山舊 (개진강산구) 강산의 옛 모습을 바꿔 놓았네
仰面觀太虛 (앙면관태허) 고개를 들어 태허를 바라보니
疑是玉龍鬪 (의시옥룡투) 옥룡들이 서로 할퀴며 싸우는 듯하고
紛紛鱗甲飛 (분분린갑비) 내리는 눈이 마치 용들의 비늘같이 분분히 날아
頃刻遍宇宙 (경각편우주) 마침내 우주를 휘덮는구나
騎驢過小橋 (기려과소교) 나귀 타고 작은 다리를 건너면서
獨嘆梅花瘦 (독탄매화수) 매화가 질까 홀로 탄식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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