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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홍승 설망(洪昇 雪望)

지난 금요일 온종일 내린 비가 주말을 기점으로 눈과 함께 한파를 몰고 왔다.

눈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구름을 형성하여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게 되면 작은 입자들이 빙정(氷晶)을 형성하고 일정 이상의 빙정들이 모여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표면에 떨어지는데 주변온도가 영상온도이면 비가 되고 영하의 조건이면 눈이 되어 내리게 된다.

함박눈은 포근한 날씨로 인하여 눈송이가 떨어질 때 서로 잘 엉김 현상으로 삽시간에 대지를 하얗게 뒤덮는다.

눈이 하얀 이유는 눈 결정이 육각형의 매우 복잡한 면으로 만들어져 대부분의 빛을 반사시키거나 굴절시키기 때문이며 단열 효과가 대단히 높을 뿐만 아니라 소리를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눈이 쌓이면 적막하고 고요한 세상이 되곤 한다.

이번 주 내내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소개하고자 하는 한시 설망(雪望)은 청나라 희곡 작가인 홍승(洪昇)이 저녁 무렵 펄펄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자신의 집 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을 서정적으로 멋지게 표현하였기에 한 번 읽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움이 있어 몇 번을 더 음미하고자 하는 욕심을 일으키는 명시를 지난 겨울에 찍은 설경 사진과 함께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설망(雪望 :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寒色孤村暮(한색고촌모) 한기 감도는 외딴 마을의 저녁

悲風四野聞(비풍사야문) 싸늘한 바람 사방 들에서 부네

溪深難受雪(계심난수설) 계곡 깊어 눈은 쌓이기 어렵고

山凍不流雲(산동불류운) 산이 얼어 구름은 꼼짝도 않네

鷗鷺飛難辨(구로비난변) 갈매기와 백로 분별하기 어렵고

沙汀望莫分(사정망막분) 모래섬과 물가 구분하지 못하네

野橋梅幾樹(야교매기수) 들판의 다리 옆 매화 몇 그루에

竝是白紛紛(병시백분분) 모두 흰 눈이 펄펄 내리고 있네

 

홍승(洪昇, 1645~1704)은 청나라 초기 절강(浙江) 전당(錢塘) 사람으로 희곡 작가이다. 항주 출신으로 자는 방사(昉思)고, 호는 패촌(稗村) 또는 패휴(稗畦), 남평초자(南屛樵者)다. 강희(康熙) 7년(1668) 국자감생(國子監生)이 되었다. 왕어양(王漁洋) 문하의 시인으로 뛰어난 시작을 남겼고, 27년(1688) 쓴 곤곡전기(崑曲傳奇) 장생전(長生殿)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그러나 장생전을 완성한 이듬해 황후가 죽고, 국상 기간 중에 조집신(趙執信)이 장생전을 상연(上演)하다가 탄핵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로 청나라 조정의 미움을 받게 되어 감생(監生 : 중국 국자감에 속한 대학생)의 자리에서 물러나 항주(杭州)로 돌아와 불우한 일생을 마쳤다. 술에 취해 배에 올랐다가 떨어져 죽었다. 사곡(詞曲)으로 유명했다. 저서에 사선연(四嬋娟)과 패휴집(稗畦集), 속집(續集) 등이 있다.

 

(지난 겨울의 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