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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왕안석 종산즉사, 즉사 2수(王安石 鍾山卽事, 即事 2首)

현재의 인류는 보편적 편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 우리 세대의 삶을 과거와 비교하여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수직적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30세를 1세대로 가정한다면 불과 몇 세대 이전의 삶은 다수가 농경사회를 바탕으로 생활하였는데 이는 4~500년 전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격세지감(隔世之感)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일상생활에서 누리는 편리한 요소들을 잠깐 뒤돌아 생각해 본다면 이전에 누군가 연구하여 발명한 것들이 곳곳에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오늘이 있다.

개인적으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몇 가지를 들라면 종이, 비누, 나사, 전기, 변기, 바퀴, 인터넷이 떠오른다. 종이는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기록을 담았으며, 비누의 발명으로 청결유지에 따른 인류의 평균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하였고, 나사는 모든 사물을 고정하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의 발명으로 밤에도 대낮같이 밝혀 24시간 생활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였으며, 또한 바퀴의 발명으로 운송과 이동을 위한 자동차가 탄생하였으며, 변기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인터넷은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며 현재의 일상생활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밖에 나침반, 마취제, 비행기 등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앞으로도 이보다 뛰어난 인류의 발명품들은 지속적으로 탄생할 것이다. 우리가 한번 쯤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해 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으리라.

 

이번에 왕안석(王安石)의 즉사(即事) 시 2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즉사(即事)는 시인이 즉흥적으로 읊은 시를 말하는데 중국 장쑤 성(江蘇省) 난징(南京) 교외에 있는 종산(鍾山)을 주제로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재로 하였으며, 음미할수록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종산즉사(鍾山卽事)

澗水無聲遶竹流(간수무성요죽류) 골짜기의 물은 소리도 없이 대나무를 휘돌아 흐르고

竹西花草弄春柔(죽서화초농춘유) 대나무 서쪽의 화초는 봄기운을 희롱하네

茅簷相對坐終日(모첨상대좌종일) 초가집 처마에서 산을 바라보며 종일 앉아있노라면

一鳥不啼山更幽(일조부제산갱유) 새 한 마리 울지 않고 산은 더욱 그윽하기만 하네

 

즉사(即事) 2수

其一.

雲從鍾山起(운종종산기) 구름이 종산에서 일어나더니

却入鍾山去(각입종산거) 물러나 종산 속으로 사라졌네

借問山中人(차문산중인) 묻노니 산중에 사는 사람들아

雲今在何處(운금재하처) 구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其二.

雲從無心來(운종무심래) 구름은 무심히 왔다가

還向無心去(환향무심거) 다시 무심히 가버렸네

無心無處尋(무심무처심) 무심하여 찾을 곳 없으니

莫覓無心處(막멱무심처) 무심한 곳을 찾으려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