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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두보 주중야설유회노십사시어제(杜甫 舟中夜雪有懷盧十四侍御弟)

동지를 하루 앞둔 날 내가 머무는 세종에도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한 낮인데도 간간이 눈발이 휘날리며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다. 내일아침은 영하 17도를 예보하고 있어 혹한의 정점에 서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날은 외출을 삼가하고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혹한이 잠시 물러가기를 기다려 보는 것이 좋으리라.

소개하고자 하는 두보(杜甫, 712~770)의 시 주중야설(舟中夜雪)은 가 죽기 1년 전 769년 58세 때 지은 시로 이 당시 두보는 배를 타고 동정호(洞庭湖)를 거쳐 상강(湘江)으로 남하하여 지금의 장사(長沙), 즉 당시의 담주(潭州)에 머물고 있었다. 이때 그는 형양(衡陽), 즉 형주(衡州)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이 시에 나오는 계수(桂水)는 바로 형양 아래에 있는 계양현(桂陽縣) 북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그렇다면 이 시는 형양 남쪽까지 왔다가 눈을 맞아 지은 시로 추정된다.

시에 나오는 남루(南樓) 역시 장사에 있던 누각의 이름이다. 노십사(盧十四) 시어(侍御)는 노씨 집안 형제간 배항(排行)이 열 네 번째인  두보의 6촌 고종 동생 노악(盧岳)을 말한다. 두보의 계비(繼妃)로 들어온 조모가 바로 노 씨인데 노악은 바로 이 노 씨의 질손(姪孫)이다.

이 시는 처음 읽으면 선 듯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지만 알고 읽으면 상당히 맛이 있다. 배에서 밤눈을 맞으며 아우를 생각하며 지은 시로 작가의 처지에서 그 당시를 회상하며 눈 내린 정취를 함께 느껴보고자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주중야설유회노십사시어제(舟中夜雪有懷盧十四侍御弟 : 배에서 밤눈을 맞으며 노시어 아우를 생각하다)

朔風吹桂水(삭풍취계수) 북풍이 계수(桂水)에 부니

朔雪夜紛紛(삭설야분분) 북방의 눈발이 밤에 어지러이 흩날리네.

暗度南樓月(암도남루월) 남몰래 지나가는 남루(南樓)의 달

寒深北渚雲(한심북저운) 차갑고 짙은 북쪽 물가의 구름.

燭斜初近見(촉사초근견) 촛불 기우니 비로소 가까이 보이고

舟重竟無聞(주중경무문) 배 무거워 끝내 들리는 소리 없네.

不識山陰道(불식산음도) *산음(山陰) 가는 길 모르는데

聽雞更憶君(청계갱억군) 닭 우는 소리 들으니 더욱 그대가 생각나네.

 

*산음(山陰 : 지금의 중국 절강성(浙江省) 소흥현(紹興縣)에 위치한 고을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