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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하서 김인후 시 소쇄원 48영 중 2수(河西 金麟厚 詩 瀟灑園 48詠 中 2首)

소쇄원(瀟灑園)은 전라남도 담양군 가사문학면 지곡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정원이다. 조선 중종 때의 학자 양산보(梁山甫,1503~1557)가 기묘사화로 스승인 조광조(趙光祖)가 화를 입자 시골로 은거하러 내려가 지은 별서정원(別墅庭園)으로, 자연미와 구도 면에서 조선시대 정원 중에서도 첫 손으로 꼽힌다. 1983년 7월 20일에 사적 제304호로 지정되었고, 2008년 5월 2일에 명승 제40호로 변경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사적 제304호 담양 소쇄원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그의 손자인 梁千運(양천운, 1568∼1637)이 1614년에 재건하여, 현재까지 15대에 걸쳐 후손들이 잘 가꾸어 나가고 있어 현재도 최고의 민간정원이라 할 수 있다

양산보의 사돈이었던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1560)는 소쇄원의 48경의 풍치를 읊었던 당대의 대가로 조선시대 최고의 연작(連作) 서경시(敍景詩)로 평가받고 있다. 도학자인 그는 자연경관의 외관적 심적요소 뿐만 아니라 경치 속에 품고 있는 내면의 가치를 표출하여 도(道)와 격물지치(格物致知 : 大學에 나오는 말로 실제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지식을 완전하게 함)의 가치를 서정적으로 표현하였다. 48 영(詠)은 계절적으로 여름의 풍광을 많이 표현하였는데 이제 겨울을 보내고 화창한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눈 내린 소쇄원의 광풍각(光風閣)을 졸작이지만 먹으로 표현하여 보았으며, 48 영 중 제9 영 투죽위고(透竹危橋)와 제10 영 자죽총(紫竹叢)을 행서, 예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제9 영 透竹危橋(투죽위고 : 통나무대로 걸쳐 만든 높은 다리)

架壑穿脩竹(가학천수죽) 대나무 숲 뚫어 골짜기에 걸쳐놓으니

臨危似欲浮(임이사욕부) 내려다보니 높이 뜬 듯 아슬하구나

林塘元自勝(임당원자승) 숲 속의 연못 원래 스스로 아름다워

得此更淸幽(득차경청유) 다리가 놓이니 청유함을 다시 얻었다네

 

제 10영 千竿風響(천간풍향 : 대숲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

已向空邊滅(이향공변멸) 하늘 가 저 멀리 이미 사라졌다가

還從靜處呼(환종정처호) 다시 고요한 곳으로 불어오는 바람

無情風與竹(무정풍여죽) 바람과 대나무 본래 정이 없다지만

日夕奏笙篁(일석주생황) 밤낮으로 생황 소리 울려 퍼지네

 

눈내린 소쇄원 광풍각(光風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