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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퇴계 산거사시각사음(退溪 山居四時各四吟) 여름(夏)

서울 주변에도 산수유가 피기 시작했다. 겨울을 돌려보낸 아파트 양지바른 담장 곁에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모습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내가 가꾸고 있는 텃밭도 다음 주 감자심을 준비를 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냈다. 퇴비를 뿌린 후 곡괭이로 땅을 깊게 파고 감자심을 두둑을 높게 만들었다. 씨 감자 눈 따는 방법은 씨눈이 3개 정도 분포되도록 감자의 크기에 따라 소독한 칼로 양등분 또는 3~4등분 하면 된다. 과거 볏짚을 태운 재로 자른 면을 소독했지만 지금은 불을 피울 수 없어 심기 하루나 이틀 전 집에서 등분한 감자의 절단면이 조금 아문 후에 심는다. 심는 깊이는 보통 심는 감자 크기의 1.5배 정도 깊이로 절단면이 위로 향하도록 한다. 이렇게 심은 감자는 주로 하지에 수확을 하는데 보통 6월 중순경이다. 본격 농번기에 접어든 요즘 주말에는 파종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힘들고 바쁜 일정이 시작될 것이다.

 

연이어 퇴계선생의 산거사시각사음(退溪 山居四時各四吟) 여름(夏)을 살펴보고자 한다.

 

산거사시각사음(山居四時各四吟 : 산속에 거주하며 사계절을 각 네 번씩 읊다)  - 여름(夏)

 

하조음(夏朝吟 : 여름날 아침) 

晨起虛庭竹露淸(신기허정죽노청) 새벽에 일어나니 빈 뜰 대나무에 이슬이 맑고

開軒遙對衆山靑(개헌요대중산청) 문을 열고 멀리 마주하는 뭇 산들이 푸르구나

小童慣捷提甁水(소동관첩제병수) 어린아이가 재빠르게 병에 물 길어 돌아오니

澡頮湯盤日戒銘(조회*탕반일계명) 세수하는 대야에 탕 임금의 일계명이 새겨있네

*湯盤日戒銘(탕반일계명) : 탕반(湯盤)은 은(殷) 나라 탕왕(湯王)의 목욕반(沐浴盤)을 말하는데 스스로를 경계함을 의미한다. 탕왕(湯王)은 목욕반에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 참으로 날로 새롭게 하고, 날마다 날로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한다.)라고 새겨서 스스로를 경계하였다 한다.

 

하주음(夏晝吟 : 여름날 낮)

晝靜山堂此日明(주정산당차일명) 고요한 한낮 산 집에는 햇빛이 밝은데

葱瓏嘉樹遶簷楹(총롱가수요첨영) 곱고 푸른 나무가 처마 끝을 에워쌌네

北窓高臥羲皇上(배창고와희황상) 북창 아래 높이 눕자 *희황상인이 된 듯

風送微涼一鳥聲(풍송미량일조성) 시원한 바람 속에 새소리를 보내오네

*희황상인(羲皇上人) : 진(晉) 나라 때의 은사(隱士)인 도잠(陶潛)의 자호이다. 도연명(陶淵明)이 여자엄등소(與子儼等疏)에서 오뉴월 중 북창하와 우량풍잠지 자위시희황상인(五六月中 北窓下臥 遇涼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 : 오뉴월 중에 북창 아래에 누워서 잠시 불어온 서늘한 바람을 만나니 스스로 희왕상인이라 일컫네)이라 한 것을 인용하여 자신을 도연명(陶淵明)에 비유하였다.

 

하모음(夏暮吟 : 여름날 저녁)

夕陽佳色動溪山(석양가색동계산) 석양의 고운 빛깔에 시내와 산이 변하니

風定雲閒鳥自還(풍정운한조자환) 바람 자고 구름 한가해 새들도 돌아오네

獨坐幽懷誰與語(독좌유회수여어) 홀로 앉아 그윽한 정을 누구와 얘기할까

巖阿寂寂水潺潺(암아적적수잔잔) 바위 언덕 적적한데 물만 졸졸 흘러가네

 

하야음(夏夜吟 : 여름날 밤)

院靜山空月自明(원정산공월자명) 집은 고요하고 빈산에 달은 절로 밝은데

翛然衾席夢魂淸(소연금석몽혼청) 여유롭게 이불에 앉으니 몽혼도 맑아지네

寤言弗告知何事(오언불고지하사) 깨어나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인지 아는데

臥聽皐禽半夜聲(와청고금반야성) 한밤중 서로 부르는 새소리 누워서 듣네

 

(주변 봄소식)

감자 심을 준비
매일 9개 이상 산란하는 토종닭
먼저 핀 백매화
조팝나무 새순
봄까치꽃 (큰개불알꽃, 큰개불알풀로 불리는 두해살이 풀. 이른봄에 핀다)
산수유
개나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