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퇴계 산거사시각사음(退溪 山居四時各四吟) 봄(春)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전공과목을 택하는데 전공은 학생들이 대학교육 기간 집중하는 과목이나 분야이고 부전공은 학생이 전공분야를 보충하기 위해 선택 가능한 제2전공이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경우에는 부전공으로 심리학을 선택하라고 대학 입학생을 둔 부모에게 강권(强勸)하고 있다.

심리학(心理學, psychology)은 인간의 행동과 심리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경험과학의 한 분야를 뜻한다. 인간과 동물의 행동이나 정신과정에 대한 다양한 질문의 답을 찾는 과학 중의 하나가 바로 심리학이다. 초기에는 심리학을 ‘영혼에 대한 탐구’라고 하였다. 이것은 초기 심리학자들이 신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심리학의 정의는 그 연구주제와 함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였다. 심리학이 과학으로 등장하게 된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정신과학’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이들은 인간의 심리적 원리를 밝히는 일은 가장 중요한 분야로 인문과학에서부터 자연과학, 공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 공헌을 하고 있다.

심리학을 전공한 이들은 향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정신적 지주로서 복잡한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데 우월적 지위에서 혁혁(赫赫)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의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은 경주 독락당 계정(溪亭)에 은거하던 시기의 회재선생의 생활을 두고 이언적 보다 11살 어린 퇴계(退溪)선생은 “정밀(精密)함을 다듬고 사색을 깊이 하여 고요함 가운데에 공을 들임이 그 이전에 비해 더욱 깊고 전일(專一)하였다. 이러고 난 뒤에야 종래에 듣기만 하고 마음에 썩 계합(契合)되지 못했던 문제들이 비로소 심신에 융합되어 자상하고도 절실하게 체험됨이 있었다. 고요한(충념(冲恬))한 의취(意趣)를 함양(涵養)하여 오랜 세월을 두고 쌓으면서 성리(性理)에 침잠하여 성현들의 수양으로 나아가는 방도를 따르고 높고 밝음의 경계에 마음을 놀아 솔개 날고 고기 튀어 오르는 천리유행(天理流行)의 오묘함을 즐겼다.”라고 회고했으며 표리상응(表裏相應)한 의미로 퇴계선생 64세 때 유거(幽居)하며 주변의 풍경과 하루하루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의 섭리를 계절별 아침(朝), 낮(晝), 저녁(暮), 밤(夜)으로 구분하여 총 16수 칠언절구(七言絶句)로 읊었다. 이를 산거사시각사음(山居四時各四吟) 또는 산거사시(山居四時)라 한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주자의 사상을 깊게 연구하고 실천한 대유학자인 퇴계(退溪)선생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산거사시각사음(山居四時各四吟) 시를 계절별로 4수를 자서(自書)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산거사시각사음(山居四時各四吟 : 산에 살며 사계절을 각 네 번씩 읊다)  - 봄(春)

 

춘조음(春朝吟 : 봄날 아침)

霧捲春山錦繡明(무권춘산금수명) 안개 걷힌 봄 산은 수놓은 비단처럼 밝고

珍禽相和百般鳴(진금상화백반명) 진기한 온갖 새들 서로 응하며 울어 대네.

山居近日無來客(산거근일무내객) 산에 사는 요사이 찾아오는 손도 없으니

碧草中庭滿意生(벽초중정만의생) 안 마당 가득 푸른 풀이 제멋대로 돋았네.

 

춘주음(春晝吟 : 봄날 낮)

庭宇新晴麗景遲(정우신청려경지) 비 갠 뜰에 고운 경치는 더디게 와도

花香拍拍襲人衣(화향박박습인의) 꽃향기는 옷자락에 가득히 스며드네.

如何四子俱言志(여하사자구언지) 어찌하여 네 제자가 자신의 뜻 말하는데

聖發咨嗟獨詠歸(성발자차*독영귀) 성인은 시 읊고 돌아온단 말만 칭찬했나.

*獨詠歸(독영귀) : 공자(孔子)가 여러 제자들에게 각각 자신들의 뜻을 말하라 (言志) 하였을 때, 모두 자기의 정치적 포부를 이야기하는데 제자 증점(曾點)만 ‘늦은 봄에 봄 옷이 완성되면 대여섯 명 어른, 예닐곱 아이들을 데리고 기수(沂水)에 가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 가서 바람 쐬고서 시를 읊다가 돌아오겠다.’ 한 말을 유독 칭찬하였다는 고사(故事).

 

춘모음(春暮吟 : 봄날 저녁)

童子尋山採蕨薇(동자심산채궐미) 동자가 산을 찾아 고사리를 캐 왔으니

盤飧自足療人飢(반손자족료인기) 반찬이 넉넉하여 굶주림 병을 고쳤네.

始知當日歸田客(시지당일귀전객) 전원에 돌아온 뜻을 오늘 처음 깨달으니

夕露衣沾願不違(석노의첨원부위) 저녁 이슬 옷 젖어도 어김없길 바라네.

 

춘야음(春夜吟 : 봄날 밤)

花光迎暮月昇東(화광영모월승동) 꽃 빛이 저녁에 동쪽에 뜨는 달을 맞이하니

花月淸宵意不窮(화월청소의불궁) 밤은 맑고 꽃과 달의 정취가 다하지 않구나.

但得月圓花未謝(단득월원화미사) 다만 달이 둥글어져도 꽃이 지지 않는다면

莫憂花下酒杯空(막우화하주배공) 꽃 아래서 술잔 비울 걱정은 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