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사방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지난 주말은 농장에 퇴비를 나르고 해묵은 비닐멀칭을 제거하며 봄 농사준비에 힘들고 바쁜 일정을 보냈다. 1년 농사일 중 가장 힘든 일이 퇴비를 나르는 일이다. 1포대 당 20Kg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100m 거리를 40번. 약 4Km를 나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는 겪어보면 알게 된다. 그 다음 힘든 일은 퇴비를 뿌리고 곡괭이로 땅을 뒤집는 일이다. 그나마 시원한 날씨가 도와주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토요일 서울 아침기온이 영하 8도를 견뎌내고 농장 주변에는 있는 매화 한 송이가 피었다. 은은하게 뿜어내는 매화향이 가슴 스미도록 고맙게 여겨진다. 힘은 일을 마치고 직접 기른 토종닭이 만들어낸 유정란을 첨가하여 끓인 라면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곁들이는 호사를 누렸다.
연이어 이언적(李彦迪)의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 15수 중 3수를 자서(自書)와 주변에서 촬영한 봄기운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0. 관물(觀物 : 물상을 보며)
唐虞事業巍千古(*당우사업외천고) 요순의 사업은 천고에 높고 크니
一點浮雲過太虛(일점부운과태허) 한 점 뜬구름이 큰 허공을 지나가네.
蕭灑小軒臨碧澗(소쇄소헌임벽간) 푸른 물가에 임한 작은 집에 쓸쓸히 바람 불어
澄心竟日玩游魚(징심경일완유어) 맑은 마음으로 온종일 노는 물고기를 희롱하네.
*당우사업(唐虞事業 : 당은 요 임금, 우는 순 임금의 국호로 당우는 요순시대(堯舜時代)를 가리키는데 태평성대의 일과 공업이라는 의미)
11. 계정(溪亭 : 시냇가의 정자)
喜聞幽鳥傍林啼(희문유조방림제) 그윽한 새들이 숲 곁에서 우니 즐겁게 들리고
新構茅簷壓小溪(신구모첨압소계) 새로 얽은 초가집 처마는 좁은 산골짜기에 죄어드네.
獨酌只邀明月伴(독작지요명월반) 밝은 달을 짝하여 홀로 술을 따라 이를 맞으니
一間聊共白雲棲(일간료공백운서) 잠시 동안이나마 에오라지 흰 구름 함께 깃드네.
12. 독락(獨樂 : 홀로 즐기며)
離群誰與共吟壇(이군수여공음단) 무리와 떨어지니 누구랑 뜰에서 함께 읊으리
巖鳥溪魚慣我顏(암조계어관아안) 높은 새와 시내의 물고기 내 얼굴과 익숙하다오.
欲識箇中奇絶處(욕식개중기절처) 이 중에 기이하고 뛰어난 곳을 알고자 하여
子規聲裏月窺山(자규성리월규산) 두견이 노래 속에 달과 산을 살펴보네.
(주변 봄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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