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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이언적 임거십오영(李彦迪 林居十五詠) 15수(首) 중 4~9수

최근 정부의 의대 의료인력 대폭 증원 방침에 반발하여 전공의(專攻醫 : 전문의의 자격을 얻기 위하여 병원에서 일정 기간의 임상 수련을 하고 있는 의사. 인턴과 레지던트를 이른다.)의 파업으로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삼아 조직적으로 다수가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파업 이후 의사라는 직업이 다소 이기적인 직장에 종사하는 직업으로 하향 인식전환을 가져올 것이 명백하다. 의사의 호칭은 누가 봐도 우러러보며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작금의 파업 형태로 이러한 명성에 큰 누가 될 것이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폭무와 박봉으로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할 뿐 미래 경쟁자 양산에 대한 우려로 파업하지는 않는다.
의사로서 의료직에 입문하면서 반드시 하는 서약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377)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 서양 의학의 선구자로 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이라고 불리는 2천년전 고대 그리스의 의사이다. 이 선서는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의료의 윤리적 지침으로, 오늘날에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정한 '제네바 선언'이 일반적으로 낭독되고 있다.

 
선서 내용은
○.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 나는 마땅히 나의 스승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다.
○. 나는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라도 누설하지 않는다.
○. 나는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의료직의 명예와 위엄 있는 전통을 지킨다. 동료는 나의 형제며, 자매다.
○. 나는 환자를 위해 내 의무를 다하는 데 있어 나이, 질병, 장애, 교리, 인종, 성별, 국적, 정당, 종족, 성적 지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
○. 나는 위협을 받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그 시작에서부터 최대한 존중하며, 인류를 위한 법칙에 반하여 나의 의학지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 나는 이 모든 약속을 나의 명예를 걸고 자유의지로서 엄숙히 서약한다.
 
의사의 길을 나서기 위해 선서하였다면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다.”를 상기해 보며 조속한 시일 내 파업을 멈추고 의사가 당연히 있어야 할 환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기를 바래본다.
 
연이어 이언적(李彦迪)의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 15수 중 4~9수를 행서체(行書體) 자서(自書)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4. 추성(秋聲 : 가을의 소리)

月色今宵分外明(월색금소분외명) 오늘밤 달빛은 분에 넘치게 밝으니
憑欄靜聽已秋聲(빙란정청이추성) 이 가을의 노래 난간에 기대어 조용히 듣는구나.
商音一曲無人會(상음일곡무인성) 한 가락 가을 소리 이해하는 사람도 없어
鬢上霜毛四五莖(빈상상모사오경) 귀밑 위에 너 댓 줄기 흰 머리카락 가려 뽑네.
 
5. 초동(冬初 : 초겨울)

紅葉紛紛已滿庭(홍엽분분이만정) 붉은 잎 어지러이 섞이어 이미 뜰에 가득 하나
階前殘菊尙含馨(개전잔국상암형) 섬돌 앞에 남은 국화는 오히려 향기를 머금었네.
山中百物渾衰謝(산중백물혼쇠중) 산속의 모든 사물은 전부 쇠하여 시들어도
獨愛寒松歲暮靑(독애한중세모청) 오직 세모에도 푸르른 찬 소나무를 사랑하네.
 
6. 민한(悶旱 : 가뭄에 속 썩이며)

農圃年年苦旱天(농포년년고한천) 농사짓는 밭에 해마다 쨍쨍한 날씨가 계속되니
邇來林下絶鳴泉(이래림하절명천) 근래엔 숲 속 아래에 샘물소리 끊어졌네.
野人不識幽人意(야인불식유인의) 시골 사람들 숨어 사는 사람의 마음 알지 못하고
燒盡靑山作火田(소진청산작화전) 푸른 산을 다 불살라 화전을 만드는구나.
 
7. 희우(喜雨 : 반가운 비)

松櫺一夜雨聲紛(송령일야우성분) 온 밤 느슨한 처마에 비 오는 소리 어지러워
客夢初驚却喜聞(객몽초경각희문) 꿈꾸던 나그네 처음엔 놀랐다가 도리어 즐기며 듣는구나.
從此靑丘無大旱(종차청구무대한) 이후로는 동쪽 언덕엔 큰 가뭄이 없을 터
幽人端合臥巖雲(유인단합와암운) 유인은 생각을 모아 높은 바위에 눕는구나.
 
8. 감물(感物 : 사물에 느껴서)

卜築雲泉歲月深(복축운천세월심) 운천에 집을 짓고 세월만 깊어지니
手栽松竹摠成林(수재송죽총성림) 손으로 심은 솔과 대는 모두 숲을 이루었네.
煙霞朝暮多新態(연하조모하신태) 아침저녁 안개와 노을 새 모습에 더 좋아도
唯有靑山無古今(유유청산무고금) 다만 청산은 예나 지금이나 없는 듯이 있구나.
 
9. 무위(無爲 : 할 일 없어)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만물은 변화하며 바꾸어 일정한 모습이 없으니
一身閑適自隨時(일신한적백수시) 나는 잠시 한가함을 맞아 스스로 계절을 따르네.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설경영력) 새해가 되니 글을 짓는 힘이 점점 줄어들어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늘 청산을 대하면서도 시를 짓지 못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