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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진온 사시사(陳溫 四時詞)

5월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은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스승의 날이자 세계 가정의 날(1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족을 위한 날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산 빛도 연초록에서 짙은 초록색으로 변하고 식물들도 왕성하게 자라는 이맘때쯤 새들도 둥지에서 산란(産卵)과 포란(抱卵), 부화(孵化)와 이소(離巢)를 하는 시기이다.

 

내가 가꾸는 텃밭 창고 모퉁이에 둥지를 튼 딱새도 부화한 새끼에게 분주히 먹이를 나르며, 곧 이소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딱새의 한 세대가 이어지는 자연의 위대한 순환의 순간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커다.  

 

3일 연휴기간 동안 모종정식과 지주대 설치 등 힘든 작업을 완료하였으며, 지금부터 잡초, 벌레와의 전쟁을 치를 준비를 마친 샘이다. 주말에만 찾는 넓은 텃밭은 지인과 이웃에게 싱싱하고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해 줄 나눔과 기쁨의 터전이 되어 줄 것이다.

  

800여년전 나주진씨(羅州陳氏)의 시조(始祖)인 진온(陳溫) 선생께서 4계절을 정취를 읊은 시 사시사(四時詞)를 함께 살펴보고자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사시사(四時詞 : 4계절을 읊다)

춘(春)

玉帳牙床別院中(옥장아상별원중) 옥 빛 휘장과 상아 평상이 있는 별당 안에서

閑吟隨意繞花叢(한음수의요화총) 한가롭게 읊조리며 마음대로 꽃 떨기를 에워싸고서

忽聞杏杪鶯兒囀(홀문행초앵아전) 갑자기 은행나무 끝 꾀꼬리 새끼의 울음소리 듣다가

手放金丸看落紅(수방금환간낙홍) 손수 금빛 구슬 던져 떨어지는 꽃잎을 보네.

 

하(夏)

金盤紅縷聳氷峯(금반홍루용빙봉) 금빛 소반의 붉은 실에 얼음봉우리 솟았고

畫閣陰陰樹影籠(화각음음수영롱) 그림누각은 어둑어둑 나무 그림자가 에워싸니

半岸烏紗欹玉枕(반안오사의옥침) *오사모를 반절 접어 옥 베개 기대고서

互敎纖手扇淸風(호교섬수선청풍) 함께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맑은 바람을 불어 젖히네

*오사모(烏紗帽 : 관복을 입을 때 쓰는, 사(紗)로 만든 검은 빛깔의 벼슬아치 모자)

 

추(秋)

釦砌微微着淡霜(구체미미착담상) 섬돌(釦砌)에 작디작게 깨끗한 서리 붙어 있어

裌衣新護玉膚凉(겹의신호옥부량) 두꺼운 옷으로 새로 옥 같은 피부의 서늘함을 보호하네.

王孫不解悲秋賦(왕손불해비추부) 귀공자는 *비추부를 이해하지 못한 채

只喜深閨夜漸長(지희심규야점장) 다만 깊은 규방에서 밤이 점점 길어진다고 기뻐하네.

*비추부(悲秋賦) :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초(楚) 나라 사람인 송옥(宋玉)이 지은 초사(楚辭) 구변(九辨)을 말한다. 송옥은 굴원(屈原)의 제자로서 그 선생이 쫓겨남을 민망히 여겨 이 글을 지었다.

 

동(冬)

繡幕深深畫毯重(수막심심화담중) 수놓은 휘장은 깊디깊고 그림 담요는 무거우며

龍爐鳳炭發春紅(용로봉탄발춘홍) 용 화로와 봉황 숯은 봄 같은 분홍빛 내네.

酒酣蘭麝熏人面(주감난사훈인면) 술에 취하고 *난사가 사람 얼굴 달아오르게 하니

掛起金窓向雪風(괘기금창향설풍) 금빛 창을 걷어 올려 눈바람 향한다네.

* 난사(蘭麝) : 난향(蘭香)과 사향(麝香)을 합칭한 말로, 전하여 아주 진귀한 향을 가리킨다.

 

진온(陳溫. 1180년대 ~ ?)은 고려후기 예빈시경((禮賓寺卿), 나주목사(羅州牧使) 등을 역임한 관리이자 문신으로 본관이 여양(驪陽: 홍성)이고, 진준(陳俊,?~1179)의 손자이자 진화(陳澕)의 동생이다. 할아버지 진준(陳俊)은 무장(武將)으로 참지정사(參知政事)·판병부사(判兵部事)를 지냈으며, 성품이 순박하고 정직하여 정중부(鄭仲夫)의 난 때 문신들이 화를 면하게 보호해 주었다. 그 음덕(蔭德)으로 손자 진식(陳湜), 진화(陳澕), 진온이 모두 과거에 급제하여 문장으로 이름이 났다고 한다. 형인 진화(陳澕)는 호가 매호(梅湖)이고, 직한림원(直翰林院)과 우사간·지제고(右司諫知制誥)를 지냈다. 시를 잘 지어 이규보(李奎報, 1168~1241)와 당대에 이름을 나란히 하였으므로 한림별곡(翰林別曲)에서 “이정언(李正言) 진한림(陳翰林) 쌍운주필(雙韻走筆)”이라 칭송하였다. 동문선(東文選)에 40여 수의 한시가 뽑혀 있으며, 조선 정조 때 후손들이 편찬한 매호유고(梅湖遺稿)가 전한다.

 

진온은 1213년(강종 2)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예빈시경(禮賓寺卿 : 從三品)에 이르렀으며, 나주목사(羅州牧使)를 역임하였다. 이후 후손들이 여양 진씨(驪陽 陳氏)에서 떨어져 나와 나주를 본관으로 삼음에 따라 나주진씨(羅州陳氏)의 시조(始祖)가 되었다. 그의 시문은 동문선 권 20에 7언절구 ‘사시사(四時詞)’ 4수가 전한다. 춘하추동 사계절의 정취를 차례로 읊은 것으로, 〈春〉과 〈秋〉가 여러 시선집(詩選集)에 거듭 실려 있다.

 

텃밭풍경(5.1)

딸기
둥글레
군락을 이룬 씀바귀 꽃
정식한지 1주일이 지난 차요태가 땅힘을 받기 시작했다.
6개의 알중 5마리만 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