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선생의 법호(法號)는 설잠(雪岑)이다. 선풍(禪風)적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격조높은 시 3수를 연이어 소개하고자 한다.
송인(送人 : 사람을 보내며)
越吠眞榮兆(월폐진영조) *월폐(월나라 개)가 눈을 보고 짓듯이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이 진정 영광스러운 징조이고,
飛黥是禍胎(비경시화태) 고래가 물 위로 날아오르듯, 함부로 날뛰는 것은 화를 부르는 일이다.
羊頭如欲爛(양두여욕란) 양 머리를 익히려 한다면,
柴盡爾園梅(시진이원매) 너의 동산의 매화나무는 땔나무로 다할 것이다.(함부로 벼슬을 탐한다면 천하의 아름다운 선비들은 모두 없어질 것이다).
* 월견폐설(越犬吠雪) : 월(越)엔 눈이 거의 오지 않아, 개가 눈이 오는 것을 보고 놀라 짖음을 의미한다. 어리석고 식견이 좁은 사람이 보통의 예삿일에 의심을 품거나 크게 놀람을 이르는 말.
죽장암(竹長菴 : 죽장암에서)
高低石徑斜(고저석경사) 높고 낮은 돌길이 비껴 있고
岑寂有僧家(잠적유승가) 적막한 곳에 사찰이 있다네
晚日照高樹(만일조고수) 석양은 큰 나무를 비치고
東風吹野花(동풍취야화) 봄바람이 들꽃이 불며
溪流明似練(계류명사련) 흐르는 시내의 청명함이 비단 같고
藤蔓曲如蛇(등만곡여사) 덩굴의 굽어진 것이 뱀 같네
參禮名山遍(참례명산편) 참례하러 명산 두루 다니니
逍遙卽我家(소요즉아가) 소요하는 곳이 곧 나의 집일세.
고탄(古呑 : 고탄에서)
渺渺靑山遠(묘묘청산원) 아득히 청산은 먼데
行行綠水濱(행행록수빈) 가고 또 가도 푸른 물가
高峯留晚照(고봉류만조) 높은 봉우리에 저녁 해
小路礙荒榛(소로애황진) 작은 길, 개암나무에 막힌다.
萬里乾坤闊(만리건곤활) 만리나 되는 천지는 광활한데
平生落魄人(평생낙백인) 평생을 불우하게 산 사람이로다.
始知爲客樂(시지위객락) 비로소 알았다네, 나그네 즐거움
不及在居貧(부급재거빈) 가난하게 집에서 사는 것만 못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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