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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다산 정약용 시 유수종사, 행차염암, 지상절구(茶山 丁若鏞 詩 游水鐘寺, 行次鹽巖, 池上絶句)

대한을 하루 앞둔 날이지만 평년과 같은 기온이다. 대한(大寒)은 24 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으로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있으며 매듭을 짓는 절후(節候)이다. 양력 1월 20일 무렵이며 음력으로는 12월에 해당된다.

앞서 소개한 다산선생의 시 중 다산이 14세에 지었다고 하는 유수종사(游水鐘寺), 18세이 지었다는 행차염암(行次鹽巖) 그리고 지상절구(池上絶句) 3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유수종사(游水鐘寺 : 수종사에 노닐며)

垂蘿夾危磴(수나협위등) 담쟁이 험한 비탈 끼고 우거져

不辨曹溪路(불변조계로) 절간으로 드는 길 분명찮은데

陰岡滯古雪(음강체고설) 그늘진 언덕에는 묵은 눈 쌓여 있고

晴洲散朝霧(청주산조무) 물가엔 아침 물안개 자욱하게 끼어있네

地漿湧嵌穴(지장용감혈) 샘물은 돌구멍에 솟아오르고

鍾響出深樹(종향출심수) 종소리 숲 속에서 울려 퍼지네

游歷玆自遍(유역자자편) 유람길 예서부터 두루 밟지만

幽期寧再誤(유기녕재오)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 어찌 그르칠 수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하고 있는 운길산(雲吉山. 610m) 수종사(水鍾寺)는 가끔 찾는 절로서 두물머리(兩水里)를 내려다보는 풍광이 뛰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는 조선 전기에 세워진 절이다.

수종사에 대한 유래는, 1458년(세조 4) 세조가 금강산(金剛山) 구경을 다녀오다 이수두(二水頭 : 兩水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에 잠을 깬 왕이 부근을 조사하자, 주변에 바위굴이 있고, 굴 안에 18 나한(羅漢)이 있었으며, 굴 안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나와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고 하였다고 전해온다.

 

행차염암(行次鹽巖 : 염암에 머무르며)

峽裏鹽巖店(협리염암점) 협곡 안 염암 객점에 이르자

村扉傍水齊(촌비방수제) 촌마을 사립이 물가에 나란하다

酒漿開小市(주장개소시) 술과 국 파는 가게 두서넛

書畫似幽棲(서화사유서) 그림과 글씨가 그윽한 이 땅과 어울리네

石翠濃堪挹(석취농감읍) 비췻빛 돌은 색이 진하여 손에 쥐기 알맞고

溪流嬾欲提(계류란욕제) 시냇물은 빛깔 고와 움키고 싶구나

客牀眠得穩(객상면득온) 나그네 침상에 편안히 잠들어

到曉不聞鷄(도효부문계) 새벽닭 울음소리 듣지 못했네

 

정약용이 1779년 화순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기 전 고향 소내로 가는 길에 염암(鹽巖)에 이르러 소회를 읊은 시다. 염암은 전북 완주군 구이면 계곡리에 위치하고 있다

 

지상절구(池上絶句 :못 위에서 절구를 짓다)

煖風吹髮度芳池(난풍취발도방지) 따뜻한 바람 머릿결 날리며 못 위를 지나는데

池上橫筇獨坐遲(지상횡공독좌지) 못 위에서 대지팡이 비껴 들고 혼자 서성이노라

老滑禽簧無澁處(노활금황무삽처) 노련한 새의 노랫소리는 껄끄러운 데 없고

嫩黃楓葉勝紅時(눈황풍엽승홍시) 노랗게 물은 단풍잎이 붉은 꽃보다 더 예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