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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노봉 김극기 전가사시 중 봄(老峰 金克己 田家四時 中 春)

입춘을 며칠 앞둔 포근한 날씨다.

설날 울산에는 이미 홍매가 몇 송이 피워 옅은 향기를 품고 있었는데 연휴 후 불어닥친 한파로 결실도 못하고 시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아쉽지만 자연의 섭리라 어쩔 수 없다. 적기에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것 또한 운이 따라줘야 하지만 올해는 접어두고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앞서 노봉 김극기의 전가사시 중 겨울을 소개한 바 있는데 곧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하게 된다. 시에서 연상되는 시기는 4월 중순 봄이 절정에 이를 때 소싯적 추억이 아련하게 그려지는 농촌의 풍경을 멋지게 표현한 시를 자서와 함께 설날 사진에 담은 홍매를 올려 보았다.

 

춘(春)

草箔遊魚躍(초박유어약) 풀통발엔 물고기들 뛰어 놀고

楊堤候鳥翔(양제후조상) 버들 둑에 철새들 날아오네

耕臯菖葉秀(경고창엽수) 밭갈이 하는 언덕엔 창포잎 곱게 우거지고

饁畝蕨芽香(엽무궐아향) 들밥 먹는 이랑에 고사리 순이 향기롭네

喚雨鳩飛屋(환우구비옥) 비를 부르는 비둘기들 지붕 위에서 날고

含泥燕入樑(함니연입량) 진흙을 문 제비는 들보로 들어오네

晩來芧舍下(만래서사하) 해 질 녘 초가집 처마 아래로 돌아와

高臥等羲皇(고와등희황) 베개를 높이 베니 태곳적 사람 같구나

 

꽃망울을 터트린 홍매(2023.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