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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이집 만청(李集 晩晴)

이집(李集 1314∼1387)은 고려 말기 학자. 자는 성로(成老) 호연(浩然), 호는 묵암자(墨巖子) ·호연(浩然)·둔촌(遁村). 본관은 광주(廣州)이다. 충목왕 때 문과에 급제하고 정몽주(鄭夢周)·이색(李穡) 등과 교유하였다. 1368년(공민왕 17) 신돈(辛旽)의 미움을 사 생명의 위협을 느껴 영천(永川)으로 피신하였다. 71년 신돈이 주살되자 개경(開京)으로 돌아와 판전교시사(判典校寺事)에 임명되었으나 곧 사직하고 여주(驪州) 천녕현(川寧縣)에서 자연을 벗 삼아 시(詩)와 학문에 전념하였다. 시에 특히 뛰어나 꾸밈과 가식이 없고, 직설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시풍으로 당대에 이름을 얻었다. 성격 역시 솔직 담백하고 뜻이 곧아 옳지 않은 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였다. 조선시대에 의정부 좌찬성(左贊成)에 추증되었고, 1667년 한양에 구암서원(龜岩書院)이 설립되면서 이곳에 제향(祭享)되었다. 저서에는 둔촌유고(遁村遺稿) 가 있으며, 시호는 충헌(忠憲)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만청은 비 온 뒤 개인 저녁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만청(晩晴 : 맑게 개인 저녁)

晩晴溪水振風凉(만청계수진풍량) 저녁 비 갠 시내에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屋上峰陰半入墻(옥상봉음반입장) 지붕 위의 산 그림자 반쯤 담 안에 들어왔네

滿眼新詩收未得(만안신시수미득) 눈 가득한 그 풍경을 미처 시에 담기 전에

一枝花月送淸香(일지화월송청향) 꽃가지에 비친 달 맑은 향기 보내오네